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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제목 : 소울푸드 VS 칼과 황홀 조회수 : 3266
글쓴이 : 알지랑 날짜 : 2011-10-19 16:46:00 추천 : 0 반대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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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푸드 VS 칼과 황홀
_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


"삶의 허기를 채우는 영혼의 레시피"라는 부제 땜에 자기계발서인 줄 알았다. 작가와 다양한 사람들이 저자로 등장했지만 음식보다는 뭐랄까, 영혼을 채워주는 좋은 말들이 적힌 그런 책인 줄 알았던 것. 한데 살펴보니 음식이 등장한다. 해서 자세히 읽어보니,

"'소울푸드'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전통 음식에서 유래한 것으로 노예 생활의 고단함과 슬픔이 배어 있는 음식을 뜻했지만 지금은 '내 영혼의 음식' 쯤으로 쓰이고 있다. 떠올리면 살아갈 힘을 북돋워주고, 상처 난 마음을 다독여주는 소울푸드." 라는 뜻이란다.

'내 영혼의 음식', 누구에게나 기억에 남을 음식이 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곰곰 생각해봤다. '내 영혼'까지는 아니지만 '살아갈 힘'을 북돋아줄 그런 음식. 찾고자 하니 한두 개가 아니다. 하지만 그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추억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그런 음식이라면.

그러다보니 작가들이 올린 음식들에 모두 공감을 하며, 이 음식을 처음 먹어본 것은 언제인가, 생각하게 되었다. 기억이 나는 것도 있고, 언제 처음 먹었는지 도대체 알 수 없는 음식들도 많다. 새로운 음식을 먹으면서도 그 '첫'을 기억하지 못하다니. 형편없는 기억력이 참 민망했지만. 내게도 추억의 햄버거와 빨계떡, 카레라이스, 쌀국수와 소시지 그리고 커피에 대한 기억은 오롯이 남아 있다.

백영옥 작가가 말한다. "허기란 그저 물리적인 배고픔을 뜻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사랑에 배고프고, 우정에 배고프고, 시간에 배고프고, 진짜 배가 고픈 것이므로 우리 삶에 대한 가장 거대한 은유"라고.

요즘 자꾸만 배가 고팠던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소울푸드》가 먼저 눈에 띄었는지 《칼과 황홀》이 먼저 눈에 띄었는지 잘 모르겠다. 아마 《칼과 황홀》은 연재 때부터 알고 있던 터라 그게 먼저일 것이다. 그 책을 읽으려던 찰나에 《소울푸드》가 눈에 띄어 그렇다면 같이 읽어봐야지 했던 것 같다.

문학동네 카페에서 성석제 작가의 음식 이야기를 연재한다고 했을 때, 좋아하는 음식 이야기, 더구나 위트 많은 성석제 작가의 음식에 관한 글이라면 무조건 본연재 사수해야 해, 다짐했다. 하지만 몇 편을 읽다가 포기하고 말았다. 왜?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모니터로 급하게 대충 읽어서였을까? 어려웠다. 음식 이야기를 하는데 읽기가 힘들었다(침이 나와서 그랬을까, 글만 읽으면 배가 고파서 그랬을까. 배가 고프면 신경질이 난다는데 그래서일까?).그래서 책으로 나왔을 때도 조금 망설였다.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근데 연재 때는 어렵기만 하던 〈명이 나물〉 이야기가 어렵기는커녕 재미있기만 하는 거다. 뒤이어 나온 〈용궁 대 펭귄〉도 그랬다. 마지막 '펭귄반점' 이야기엔 웃겨서 깜빡 넘어갔다. 그리고 〈미안해요, 아가씨들〉을 읽을 때는 고향 읍내 제과점과 오래 전 어머니가 했던 제과점이 오버랩 되어 종업원이자 딸이었던 그 아가씨처럼 눈물이 핑~ 돌았다(그 아가씨의 맘을 백배로 이해하고도 남음이다. 성석제 총각의 분노(!)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한 편 두 편 글을 읽다 보니 몇 년 전《소풍》을 읽을 때의 재미가 다시 살아났다. 음식에 대해 유난히 박식하지만 꾸밈이 없고, 평범해서 언제든 먹을 수 있지만 쉽게 찾아먹기 힘든 음식들. 그저 평범한, 우리가 늘 먹는 그런 음식들에 애정을 주는 작가의 마음이 보이기에 더욱 글이 재미있었다. 더구나 그가 말하는 고향의 음식들이 내게도 고향의 맛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라는 건 덤.

그 덤으로 성석제 작가의 글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사투리 때문이다. 고향의 사투리이기에 그렇다. 엎어지면 코 닿을 만큼 가까운 우리(!)의 고향은 대구나 부산의 사투리와 다르다. 영주나 안동의 사투리하고도 다르다. 그의 소설이나 산문 속에서 사투리를 들으면 마치 옆집 오빠가 말하는 것처럼 정겹고 재미있다. 그래서일까, 책을 덮으면서 제일 당겼던 음식은 막걸리에 '배차적'(배추전의 상주 말)이었다. 이 맛은 먹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고향의 맛은 누구에게라도 그리움의 대상. 작가는 말한다. “무엇을 먹고 마신다는 것은 생의 축복”이라고. 우리는 축복 속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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