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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제목 : 외로운 밤 찬 서재서 당신 그리오 조회수 : 3186
글쓴이 : 알지랑 날짜 : 2011-12-29 11:16:00 추천 : 0 반대 : 0
첨부파일 : 8956451621_1_20111229112325570.jpg



시를 좋아하게 되니까, 자연적으로 한시에도 관심이 생긴다. 길지 않은 한시에서 느끼는 그 감정들, 너무 좋다. 절제된 마음과 절절한 심정들, 음미하며 읽다 보면 저절로 시를 쓴 사람의 마음이 이해되기도 한다. 아니 어쩌면 내 나름대로 해석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내 마음을 안 친구가 따끈따끈한 책을 선물했다. 한시를 좋아한다고 했더니 준 선물이다.

 

제목도 표지 사진도 꽤 의미심장하다, 했는데 글머리에 옮긴이의 글이 마음을 울린다. 맞다. 이 책은 내가 생각했던 그런 한시집이 아니었다. 좀 특별했다. 부제가 "가장 소중했던 사람,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인데, 알고 보니 "도망시(悼亡詩:죽은 아내나 자식, 또는 친구를 그리워하거나 슬퍼하며 지은 시)들이란다.

 

책을 펼쳐 보니 1부의 제목이 "장부의 눈물" 이다. 그 장에 실린 제목들만으로도 마음이 절절하다. <당신 그려 온밤 꼬박 지세운다오>, <창문에는 외로운 등 가물거리네>, <당신의 말 나의 귓전 맴돌고 있네>, <이내 슬픔 그 언제나 끝이 나려나> 등등 가슴을 아리는 제목들이기 때문이다. 그 중 하나,

 

침상에는 추위 스며 일 년처럼 밤이 긴데

창문에는 외로운 등 눈물 흔적 가에 조네

꿈속의 그 정녕한 말 무슨 수로 견디리오

다른 생에 당신 만나 우리 인연 잇고프네

_창문에는 외로운 등 가물거리네

 

가히 '장부의 눈물'이라 할만한 시다. '다른 생'에서도 '당신'을 만나 '인연'을 잇고 싶다니. 요즘처럼 이혼률이 급증하는 시대에 사는 부부들은 그 '인연'을 다음 생에서도 바랄지 의문이지만 그럼에도 부부의 사랑, 지극한 사람들 의외로 많겠지. 이들처럼!

 

 

 

 

외로운 밤 찬 서재서 당신 그리오》를 엮고 옮긴이, 정선용은 한국고전번역원 수석연구위원이다. 그가 이런 시, 그러니까 "도망시"라 불리는 시들을 엮어 펴낸 이유엔 그만한 사연이 있다. 삼십 년을 넘게 같이 살던 아내가 올 봄에 사고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평소에 아내와 약속한 바가 있었다. 그가 번역한 한시와 아내가 찍은 사진을 책으로 엮어 가까운 친구들에게 선물을 하자고. 한데 그 약속을 아내가 세상을 떠난 후에 지키게 된 것이다. 한시를 번역하고 사진을 뒤적거리며 그는 얼마나 많이 아내를 그리워했을까, 그가 고른 시만 봐도 알 수 있다(한시를 어려워하는 아내를 위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시들로만 골랐단다). 수많은 고문서를 번역해온 그이기에 오류를 최소화 하는데 정성을 다했을 테고, 아내를 생각하며 엮었을테니 그 마음 짐작이 가고도 남음이다.

 

결혼을 해보지 않았으니 부부의 연이라는 것도 잘 모르고, 삼십 년을 넘게 같이 산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도 이해하기 힘들지만 옮긴이가 엮어 놓은 한시를 읽어보니 숙연해진다.

 

 

 

 

 

책의 2부에는 떠나간 연인 혹은 고향을 그리워하는 여인의 마음을 담은 시를 모아놓았다. 아내가 부르는 노래인셈이다. 내겐 떠난 아내도 남편도 없으니 오히려 2부에 실린 시들이 마음에 다가온다. 어쩌면 여인의 마음을 담은 시들이기 때문이리라.

 

버드나무 강 언덕에 말 울음이 들리더니

술에 반쯤 깨어서는 누각 아래 내리시네

그리움에 여윈 얼굴 거울 보기 부끄러워

매화꽃 핀 창가에서 반달 눈썹 그려보네

_그리움

 

이런 시들 넘 좋다^^; 내 맘까지 두근거리니까.

 

 

그리고 어제 신간을 둘러보다 비슷한 시집을 발견했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그렇지만, 이 책을 받고 보니 신기할 따름이다. 이런 류의 시집이 자주 나오는 것은 아닐테니 말이다. 역시 아내를 잃은 남편의 사랑이 담긴 시집이다. 《아내의 묘비명》, 제목부터 아내를 향한 그리움이 절절하다. 기자 출신의 시인인 저자가 아내와 함께 했던 날들을 기억하며 쓴 시들과 학생때와 기자 생활을 하며 쓴 시들을 엮었다. 분명 애틋하고 감동적일 것. 더구나 시인인 저자의 그리움을 가득 담고 썼을 테니 그 마음 안 봐도 안다.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12월, 곰곰 한 해를 되돌아보면 누군가를 사랑하고 떠나보내며 보낸 시간들이다. 그 마음들을 달리 표현하기 힘들어 시를 많이 읽었던 한 해이기도 했다. 문득 주변을 둘러본다. 지금,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해보게 만든다. 결혼을 하지 않았으니 소중한 사람 많다. 하지만 결혼한 사람들에겐, 더구나 자식들 다 키웠을 부부에겐 서로 밖에 없을 것이다. 요즘 황혼 이혼 많다고 심심하면 기사 나오는데, 부디 부부는 사랑하며 살길!!

 

아, 그리고 한 해를 보내며 아내에게 이런 시집 선물, 나쁘지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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