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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제목 : 소년, 소설의 주인공이 되다! 조회수 : 3201
글쓴이 : 알지랑 날짜 : 2012-02-27 10:25:00 추천 : 0 반대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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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되는 한국문학을 죄다 읽는 것은 아니지만 가능하면 찾아 읽으려고 하는 편이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은 당연하거니와 신인 작가의 책들도 가급적이면 한 권이라도 접해보려 한다. 그 중엔 맘에 쏙 들어오는 작가도 있고 취향 탓으로 돌리며 내려놓는 작가들도 있다.

지난 해부터 한국문학을 읽다가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다.. '소년'들이 눈에 들어온 것. 물론 그 이전에 《개밥바라기 별》의 준이가 있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잘 몰랐는데 어느 순간부터 청소년 문학 작가가 아닌(청소년 소설엔 당연 소년, 소녀가 나온다.), 내로라 하는 문학 작가들이 '소년'을 내세워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내 짧은 기억으로 치자면 은희경 작가의 《소년을 위로해 줘》를 시작으로 김애란 작가의 《두근두근 내 인생》, 한창훈 작가의 《꽃의 나라》, 문학동네작가상을 받은 황현진 작가의《죽을만큼 아프진 않아》, 최근에 나온 김연수 작가의 《원더보이》까지. 모두 최소 열다섯 살인 중학생부터 많아야 열아홉인 십대 소년이 등장한다. 뿐만 아니라 박민규 작가도 계간지 《문학동네》에 1984년을 시작으로 고등학생이 등장하는 소설을 연재하고 있는데 올해 안에 책이 나올 것 같다.


(재미있는 것 하나 더, 천명관 작가가 이번에 낸 《나의 삼촌 브루스 리》는 1980년대가 배경이다. 김연수 작가의《원더보이》도 70년대 이야기도 나오지만 주인공 정훈의 배경은 80년대이다. 한창훈 작가 역시《꽃의 나라》의 배경이 70년대 말에서 80년까지다. 한데 박민규 작가의 연재 역시, 시대 배경은 80년대다. 네 명의 작가 모두 1963년에서 1970년까지의 태생들이고 그 시대를 경험하고 살아온 작가들이기에 어쩌면 당연한 것이지만 마치 약속이나 한듯이 과거의 이야기를 들고 나왔으니, 80년대에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있거나 꼭 한번 기억하고 싶은 일들이 있었나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선 검색을 했더니 얼마 전에 경향신문에 나온 기사에 80년대를 추억하는 작가들에 써놓은 기사가 있었다. 움움, 그럼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었던것??(^^) 아무튼 그 기사에서 문학평론가 김영찬 씨가 말하길 자신을 형성한 뿌리를 성찰하고 싶은 작가들의 욕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혼란스러운 시대에는 과거를 돌아보고자 하는 경향들이 있다”고 밝혔다. 박신규 창비 문학팀장은“성장소설이 독자들의 호응을 받으면서 과거가 소재로 호출된 점도 있겠지만, 판타지와 차별화되는 리얼리즘에의 향수가 아닐까라고 말했단다.)

한데 또, 예판 중인 김영하 작가의 책 역시 주인공이 소년이라는 설정이다. 이쯤 되면 왜 다들 갑자기(가 아닐 수도 있지만 우매한 독자로선 소년들의 등장이 의아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소년을 주인공으로 글을 쓰는지 궁금해진다. 하지만 굳이 알고 싶지는 않다. 그게 그냥 흥미로울 뿐이다. 세상은 넓고 다양한 소년들이 있을 테니까. 그래서 각설하고 읽은 책을 위주로 비슷한 또래의 소년이 등장하는 소설 세 권을 골라봤다.

원더보이》의 정훈은 열다섯 살이다. 과일 행상을 하는 아버지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교통 사고가 나고 아버지를 잃었다. 그리고 혼수상태에 있던 정훈은 깨어나면서 상대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갖게 된다.《원더보이》의 소년은 굉장히 순수하다. 내용상으로 열여덟까지의 삶을 보여주는데 학교를 다니지 않아서인지 또래의 탈선 따윈 보이지 않는다. 어머니가 없고 아버지를 잃어 슬픈 소년의 모습이다. 그래서인지 읽으면 읽을수록 소년에게 관심이 간다. 아빠를 향한 정훈의 아픔이 이해가 되고 가엾기도 하면서 옆에 있으면 안아주고 싶다. 잘 자랐으면 좋겠다, 싶은 생각도 들고 왠지 그 생각처럼 잘 자랄 거라는 믿음도 생기고.

그 믿음때문이었을까, 소설 속 정훈은 씩씩하다. 걸핏하면 눈물을 뜩뚝 흘리지만 조금씩 세상을 이해하며 성장한다. 그러고 보면 김연수 작가의 장점이자 단점이 인물들의 '착함'이라는 친구의 말이 생각났다. 어쩌면 김연수 작가의 성격이라고밖에 할 수 없었을 것인데 그의 작품엔 그 아무리 나쁜 인간이라도 읽다 보면 이해를 하게 된다. '그래 , 너도 그럴 수밖에 없는 처지에 있는 것일 뿐이로구나.' 그래서 김연수 작가의 《원더보이》를 읽고 나면 뭔가 벅찬 감정이 생기면서 알 수 없는 희망에 마음이 따뜻해지고 만다는.

그런 반면에 한창훈 작가의 《꽃의 나라》속 주인공 열일곱 살의 '나'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과거 독재자 집권의 소년상이었다. 시절이 하 수상하고 돈과 권력, 비리만이 난무하던 시대. 폭력=힘을 말해주던 때였다. 그런 시대를 살아가고 있던 소년은 항구가 있는 고향에서 좀 더 큰 도시 고등학교로 유학을 온다. 그건 일종의 탈출이었다. 지속적인 긴장과 블편함을 주던 가부장적 아버지의 폭력에서 벗어나는 일이었다. 하지만 아버지를 피해 온 도시에서 그는 또 다른 폭력과 마주한다. 학교와 사회가 드러내는 폭력. 가정에서의 폭력이 고스란히 사회의 폭력이 되고 만다. 그러나 그것은 뒤에 온 국가의 폭력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난데없이 나타난 거대한 국가의 폭력 앞에서 한낱 고등학생인 소년은 그저 당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리고 힘이 없는 소년은 그 아픔을 그대로 머릿속에 넣어둘 수밖에 없었다. 한창 호기심과 그 또래의 고민들로 꽃피워야 할 시기에 소년은 국가의 폭력 앞에서 무력했다. 그렇다면 그런 경험을 하고난 후, 소년의 삶은 어떠했을까?

한창훈 작가의 《꽃의 나라》는 굉장히 현실적이다. 마치 그때의 상황을 한 소년의 눈을 빌어 보는 것 같다. 폭력에 노출된 소년이었지만 그 소년의 마음을 멍들게 한 것은 국가였다. 그때 그 시절을 보내온 많은 소년, 소녀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일, 그래서 《꽃의 나라》마지막 문장을 읽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지고 멍해지면서 아, 이 소년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앞서고 만다. 《원더보이》의 정훈에게서 희망을 찾았다면《꽃의 나라》의 소년 '나'에게는 미움만이 존재할 수밖에 없었음이 당연했을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한 소년, 시대를 훌쩍 넘어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하지 않은 소년 아름이. 김애란 작가의《두근두근 내 인생》에 등장하는 소년 아름이는 열일곱이다. 《원더보이》정훈의 열일곱과도 다르고,《꽃의 나라》'나'와도 아주 다른 소년이다. 아버지를 잃지도 않았고, 거대한 폭력과 마주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소년의 삶은, 앞의 두 소년이 가졌던 삶의 무게만큼 버겁다.

아름이의 부모는 아름이와 같은 나이에 덜컥 아름이를 가진다. 부모의 나이가 된 지금 아름이는 아버지보다 어른 같다. 아름이는 조로증을 앓고 있었다. 빨리 늙는 병. 그러니까 《두근두근 내 인생》은 가장 어린 부모와 가장 늙은 자식의 이야기인 셈이다. 아픈 소년, 하지만 아픈 척을 하지 않는 씩씩한 소년. 하나도 슬프지 않은 척 위장하고 있었지만 아름이의 모든 말엔 아픔과 슬픔이 들어 있어 가득. 마음을 콕콕 쑤시게 했다.

열일곱, 한창 들뜨고 행복할 나이, 누구에게나 한번쯤 있(었)을 상처 혹은 사랑이 찾아올 나이, 세상 모든 것에 '두근두근'거릴 그 아름다운 나이의 소년 아름에게 미래는 미래일 뿐 희망도 미움도 존재하지 않았다.


소설의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그만큼 비슷한 소재를 가진 책들이 많다. 그런 책들을 찾아 읽으며 비교해보는 재미도 책을 재미있게 읽어주는 한 방법이다. '소년', 앞으로 얼마나 많은 소년이, 어떤 성격을 가지고 어떤 상황에 대처하며 성장할지 모르지만, 비슷한 듯 하면서도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는 소년의 이야기는 늘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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