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제목 : 코미디를 코미디로 받아들이지 못한 나 조회수 : 139 별점
글쓴이 : 행인 날짜 : 2019-12-03 추천 : 0
잉그리 빈테르의 아주 멋진 불행
얀네 S. 드랑스홀트 | 소소의책 |

잉그리 빈테르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다. 모두 읽은 지금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지만 왠지 모르게 이 소설을 읽으면서 집중을 잘 하지 못했다. 이 정신 사나운 잉그리가 펼치는 좌충우돌하는 모습에 잘 적응을 하지 못한 탓이 아닌가 생각한다. 세 딸의 어머니이자 대학 교수인 그녀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일들을 다루는데 쉽게 그녀에게 몰입하지 못했다. 그녀가 느끼는 걱정, 불안, 불만, 혼란 등이 나에게도 전염된 듯하다. 노르웨이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대학 행정 정책을 둘러싼 소동 등이 비현실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소설의 유머 코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잉그리 빈테르는 팔로우하던 부동산 사이트에서 자신이 원한다고 생각한 집에 매혹된다. 딸들을 학교에 데려다주어야 하고, 학부모 회의는 엉뚱한 의제를 내놓는다. 자신이 연구해야 할 과제는 반밖에 못했고, 대학은 국제화라는 이름으로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이것을 위해 회의에 참석해야 하지만 그녀는 할 일과 걱정이 너무 많다. 보통은 이런 회의에 빠지지만 잠시 정신을 놓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회의에 참석한다. 회의는 핵심에 바로 들어가지 않고 주변을 맴돌며 시간을 보낼 뿐이다. 회의 내용을 보면 더 황당하지만 우리의 회의시간과 별 차이가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소설은 크게 두 가지 사건이 있다. 하나는 잉그리가 사고자 한 집을 둘러싼 해프닝이고, 다른 하나는 국제화란 이름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과 자매결연을 맺는 일이다. 개인적으로 황당하면서 재밌게 읽었고, 이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은 것은 자매결연을 둘러싼 수많은 오해 등이다. 하지만 먼저 집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일상에 지친 그녀에게 이 집 매물들을 둘러본다는 것은 작은 휴식이자 즐거움이다. 남편에게 이 집을 사자고 말한다. 당연히 거절한다. 자신들의 경제력을 생각할 때 무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내의 요청에 의해 그 집을 둘러보고, 자신들의 예산을 계산해서 한도 금액을 정하지만 잉그리는 가볍게 그 예산을 훨씬 넘어 그 집을 낙찰 받는다.

 

이 낙찰이 전적으로 잉그리의 잘못일까 하는 부분에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남편 비외르나르가 아내를 너무 믿었다. 아니 그가 직접 참여해야 했다. 바쁘고 예산을 정했다는 것으로 모든 책임을 아내에게 넘긴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예산 초과는 다른 예산 감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기존 집도 팔아야 하는데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큰 손해를 감수해야 팔 수 있다. 자신이 바라는 집을 살 수는 있지만 이것이 또 다른 문제의 시작이다. 다음 권에서 이 집을 둘러싼 이야기가 더 나올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궁금하다. 어떤 사건들이 벌어질지?

 

그녀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가게 된 이유는 동료들과 이 구조조정을 막기 위해 전략을 세웠기 때문이다. 각자 자신들의 역할을 정했는데 잉그리가 맡은 것은 악당 역할이다. 이 때문에 학과장에게 찍히고 국제화를 위해 러시아로 가게 된 것이다. 비자 발급 과정도 쉽지 않았고, 도착한 곳에서 벌어진 일들도 황당함 그 자체다. 사절단의 질문에 제대로 답도 하지 않고, 정해진 것 외에는 그 어떤 시도도 하지 않는다. 그러다 만난 학장과의 만남에서 동료가 성화 그림 한 장을 선물로 착각하고 가져온다. 이 때문에 잉그리의 걱정과 불안은 폭발한다. 시베리아 강제수용소로 끌려가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한 것이다. 이 불안과 걱정이 표출되면서 상황은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사실 이 소설을 선택할 때 가볍고 유머스러운 이야기를 예상했다. 그런데 문제는 나의 유머 코드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 혼란스러움을 읽으면서 계속 머릿속으로 정리하려고 하고, 상황은 이성적으로 풀어내려고 하면서 그 순간순간을 즐기지 못했다. 잉그리와 동료 교수들이 보여준 허술한 모습을 코미디 영화 속 인물처럼 받아들이지 못하고 현실적으로 이해하려고 하면서 괴리감이 심해진 것이다. 이야기의 첫 단추부터 이 괴리가 존재하면서 몰입을 방해한 것이다. 예전에 내가 과장된 캐릭터가 등장하는 코미디 영화를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것과 비슷하다. 다음 이야기를 읽는다면 어떨지 궁금하다.

노르웨이소설(3) 유머(6) 코미디(1) 시리즈(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