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제목 : 역사서보다는 기행문 느낌이 강해져버렸다 조회수 : 48 별점
글쓴이 : 노란가방 날짜 : 2020-06-16 추천 : 0
대륙의 십자가
송철규,민경중 | 메디치미디어 |

      이 책의 홍보 키워드가 세 가지 있다. “1,400”, “중국 5대 제국”, 그리고 로마-중국-한반도중국의 기독교 역사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은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오래 전 기독교가 중국에 들어갔으며청이라는 다섯 제국이 들어서는 동안에도 그 명맥을 유지해 왔고그 가운데 인접한 우리나라에도 기독교적 영향을 주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역사를 사랑하는 기독교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땡기지 않을 수 없는 설명이다.

     두 명의 저자들은 수년 동안 중국 각지를 직접 다니면서 다양한 취재를 한 듯하다각 장의 말미마다 저자들이 방문한 지역의 교회 탐방기와 현지 목회자나 교인들과 나눈 인터뷰의 내용이 실려 있다직접 방문한 사람들만이 채울 수 있는 내용들이 여러 페이지에 걸쳐 소개된다그 성실한 구성은 분명 플러스 요인.

     다만 책을 소개할 때 사용한 키워드들이 제대로 구현되어 있는가 하고 묻는다면 솔직히 약간 아쉽다애초에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1,400년 전 중국에서 활동한 기독교에 관한 좀 더 다채로운 내용을 구경하기 위해서였는데, ‘경교라고도 불리는 네스토리우스파 기독교(아시리아 기독교)의 중국 전래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1장과 원나라 황실 내 기독교인에 관한 짧은 언급을 담은 2장을 제외하면나머지 이야기들은 대개 근대 이후의 이야기들이다물론 이 부분에 관한 충실한 내용은 필요한 경우 참고할 만하지만그래도 아쉬운 건 사실.

     여기에 기독교의 우리나라 전래에 관한 내용도 당나라와 신라 사이의 커넥션을 기대했건만관련된 내용은 거의 없고 대부분 근대 선교사들과 관련된 내용들이다물론 책 자체가 중국 이야기를 하려다보니 우리나라에 관한 언급은 적은 것도 자연스러운 구성이고사료 자체가 부족하다는 것도 한 가지 사유겠지만... 그래도 왠지 살짝 과대선전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역사를 다루면서도 책은 시간의 흐름을 따라서 연대기적으로 서술하는 대신공간을 중심으로 한 전개를 선택했다시계열적 변화를 통해 역사적 흐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연대기적 서술방식을 포기할 정도로 공간을 중요시한 것결과적으로 보면 이건 준비한 내용을 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선택이라기보다는저자들이 방문했던 지역에 관한 언급을 늘리기 위한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덕분에 책은 역사책보다는 기행문적 성격이 좀 더 강하게 느껴지고한 번 나왔던 내용들이 여기저기서 반복적으로 재등장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리고 이 역시 애초에 역사적 자료를 구하려 했던 독자라면 좀 실망스러운 부분이다솔직히 얘기하면저자들이 어디를 다녀왔는지는 별 관심사가 아니니까그곳에서 새로운 사료를 발견했다거나그것들을 제대로 정리했거나 하는 부분이 중요하지어디서 누구를 만다고 하는 건 기대한 내용이 아니었다차라리 저자들의 방문경험을 부가적으로 붙였더라면 좀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형편없다는 말은 물론 아니다책은 짜임새 있게 쓰였고특정한 목적을 갖고 읽는다면예를 들어 중국 근현대 기독교 선교역사라든지현대 중국 기독교의 현황과 같은 내용에 집중하려고 한다면이 책은 매우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개인적으로 몇몇 중요한 내용들을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되었는데삼자교회와 가정교회 사이의 관계라든지(요즘은 등록교회와 미등록교회라고 불린다고 한다), 중국 현대 기독교 역사 가운데 꽤 중요한 인물들이 여럿 있었다는 부분도 기억에 남는다.

     책 본문은 아니지만뒤에 붙어 있는 중국 기독교사 연표에는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 기독교의 중요한 사건들이 연대순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여기에 주제와도 연관되는 현대 중국의 종교 관련 법률문서도 번역되어 소개되고 있어서 관련내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이런 종류의 책에 꼭 필요한 찾아보기도 붙어 있다.(기본적으로 난 찾아보기를 충실하게 갖춰놓은 책은 일단 점수를 1점 더 주고 본다그만큼 정성을 들였다는 이야기니까.)

     한 가지 덧붙이자면애초에 내가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목표즉 중국 중세사 속 기독교의 흔적을 본격적으로 다룬 책을 원한다면오래 전 나온 김호동의 동방 기독교와 동서문명을 보는 걸 추천한다관련 내용을 거의 종합해 두었다고 해도 좋을 정도의 수준의 책이다사실 이 책(대륙의 십자가)에 나온 내용들의 대부분이 그 책에도 실려 있다.

중국(12) 기독교(10) 경교(2) 네스토리우스교(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