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제목 : 주거니 받거니 조회수 : 46 별점
글쓴이 : jjolpcc 날짜 : 2020-07-03 추천 : 1 [추천인]
검찰외전
강희철 | 평사리 |

문제는 심각하고 해결은 해야 하는데 뾰족한 수가 생각나지 않으면 풀이과정이 엉망이 되는 수학처럼 검찰과 정치권력의 유착을 어찌해야 할지 글로 표현하기 힘들다. 솔직하게 말하면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권력을 향한 욕망과 명예로 이어지는 진급에 관한 인간의 본능을 제어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난 이런저런 비리가 터질 때마다 꼰대마냥 ‘인간이 뭐 그렇지’라는 체념과 ‘세상일이란게 그렇고 그렇지’라는 무책임한 변명으로 사안에서 벗어나고 싶어진다. 답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고민해봐야 실현불가능에 가까운 뻔한 결과로 향할테니 이번 서평은 생각나는 대로 손가락이 움직이는 대로 써볼 생각이다.

 

인간이 다른 종과 비교해 우월하다는 환상을 가차 없이 깨버린 건 존 그레이를 접한 후였다. 휴머니즘의 실체는 파괴적이다. 인간이 문명화 과정을 통해 고귀한 존재로 거듭났다는 몽상이 깨진 건 레비스트로스를 접한 후였다. 인류학적으로 동물과 다른 인간의 기본 성질은 단순히 무언가를 받으면 무언가를 주는 교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진리는 조건 없는 협력이란 없다는 것이다.

 

검찰과 권력과의 관계는 교환이다. 주거니 받거니. 이 속성은 정권이 바뀌고 권력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다. 아마 계속 변하지 않을 것이다. 천지가 진동할 혁명이나 개혁이 발생하지 않는 한. 대통령이 임명하는 검찰총장부터 인사권력에 길들여진 일반 검사들에게 공명정대하고 깨끗한 정의 확립이란 것이 애당초 불가능하다. 권력이 검찰에 빚을 지면 승진으로 갚고, 검찰이 권력에 빚을 지면 충성으로 보답한다. 그 사이 정의라는 낭만에 취한 혹은 정의에 불타는 돈키호테 검사들은 우수수 잘려나간다. 시대의 조류를 정확히 파악하고 예측하는 검사들은 승진의 영광을 얻는다. 언뜻 복잡해 보이는 권력관계지만 밑바탕에 깔려 있는 논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주거니 받거니. 원시부족사회를 이루며 살던 우리네 선조들이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던 바로 그 고전적인 방법이다. 정치공학이니 권력관계니 하는 수사가 무색한 아주 명료한 관계다.

 

대통령과 정부와 여당 그리고 검찰 사이의 주고받기 식의 상호관계는 책에 자세히 서술되어 있다. 김대중 정부에서 현 정부까지 은혜를 베풀면 보은을 하는 권력과 검찰의 행태가 가득하다. 패턴 또한 단순하다. 정권이 바뀌면 검찰도 바뀐다. 검찰은 전 정권의 비리를 철저히 수사한다. 이전 정권의 핵심 인물들이 줄줄이 재판을 받는다. 현 정권의 동력이 떨어지는 집권 후반이 되면 충직했던 검찰은 돌변하고 차기 권력에 대비한다. 글쓴이가 표현한 대로 검찰의 시간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후 여당과 야당의 자리가 바뀌고 청와대의 주인이 바뀌는 순간 앞서 이야기한 패턴이 반복된다.

 

검찰 정치화의 원인은 비대한 청와대 권력때문이다. 우리나라 대통령 비서실은 박정희 정권이후 계속 규모가 커져왔다. 박근혜 정부 당시 행정부처 부장, 과장 인사까지 청와대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사실에서 제왕적 대통령이 가진 권력의 크기를 가늠해 볼 수 있다. 국회는 오로지 정부의 정책만 시비를 걸 뿐 청와대와 대통령의 인사권에는 이렇다 할 간섭이 불가능하다. 상황이 이런데 과연 검찰만이 논란의 원흉일까? 인사가 만사라는 말은 매우 적절한 표현이다. 인간문명 본질이 주고받는 교환 활동인데 인사권을 눈앞에 두고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하는 행정부처와 검찰의 행위를 어떻게 비난하겠는가? 받았으면 줘야지. 게다가 그 절대적인 인사권이 사익 또는 일부 권력의 이해관계에 의해 부당하게 발동된다면 여기저기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정권의 인사권은 철통같다. 권력유지와 확대를 위한 핵심 권한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인사권과 관련해 박근혜 정부의 우병우 사건과 현 정부의 조국 사태는 일란성 쌍둥이다. 권력의 정점에 있는 청와대와 대통령이 자신의 인사권을 존중하라며 싸고도는 민정수석이라는 공통점과 이를 집요하게 수사하는 검찰의 모습은 변형이 될지언정 다음 정권에서 그대로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를 향한 현 정부의 강력한 적폐 수사 경험이 각인된 권력을 향한 검찰 수사는 한층 날카로워질 것이다. 지지정당에 의해 쪼개진 국민들이 언제까지 거리에서 으르렁 거려야 할지 모를 일이다.

 

협치라는 말이 낭만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검찰 문제 해결을 위한 답은 몇가지가 있다. 우선 과거 제대로 작동했던 여야정 협의체를 다시 작동시켜야 한다. 청와대와 여당 그리고 야당이 모여 머리를 맞대야 한다. 물론 소수 정당의 정치권 진입이 많아지고 다양해지면 금상첨화겠다. 두 번째는 정권이 바뀔 때마나 비리의 홍역을 치르는 대통령 비서실을 축소해야 한다. 정책 수립과 대통령 보좌를 제외한 감찰과 인사에 관련된 부분은 비서실에서 떨어져 나가야 한다. 그래야 권력과 검찰간의 주고받기의 악행을 끊어낼 수 있다. 검찰의 중립성이라는 말이 어느 때 보다 우스운 시대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 그 시작은 바로 우리 시민의 손에 달려있다. 대립과 반목을 멈추고 정치권을 향한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검찰의 중립성을 이룬다면 바로 그 정치세력을 지지하겠노라고. 주거니 받거니의 연장이다.

검찰(1) 청와대(1) 대통령(4) 조국(1) 법무장관(1) 윤석열(0)
  • 빨강앙마 2020-07-03 16:48:00 댓글
    읽고 있는데 뭔가 씁쓸하네요..
  • jjolpcc 2020-07-04 17:29:00 댓글
    답답하기도 하구요. 서평쓸 때 끙끙대며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