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제목 : 답답함을 넘어선 마지막 장면들 조회수 : 16 별점
글쓴이 : 행인 날짜 : 2020-10-14 추천 : 1 [추천인]
이선 프롬
이디스 워튼 | 민음사 |

나의 부정확한 기억에 의하면 이디스 워튼의 소설을 한 권 읽은 적 있다. 하지만 워낙 오래 전이고 지금처럼 서평을 쓰지 않던 시절이라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여성 최초의 퓰리쳐상 수상자란 소개글에 혹해서 읽었던 것만 떠오른다. 집 어딘가 뒤지면 그 책이 나올 수도 있지만 찾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언젠가 이 작가의 작품에 혹한다면 아마 새로운 번역본으로 읽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그럴 가능성은 아주 낮다.

 

작가의 이름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중 한 권에 혹해서 선택했다. 두께도 상당히 얇은 편이다. 그런데 나는 이 소설을 읽는데 며칠 걸렸다. 최근 몇 년 동안 나쁜 습관이 하나 생겼는데 몇 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 것이다. 보통 이 정도 분량이면 늦은 밤 두 시간 정도면 충분한데 이상하게 피곤함과 일들이 꼬이면서 우선 순위가 뒤로 밀렸다. 그리고 첫 부분을 읽으면서 내가 예상한 것과 달라 집중하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적응하고 더 집중하게 되면서 작가가 그려내는 풍경과 그들의 심리 묘사와 행동이 나를 조금씩 사로잡았다.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을 때 그 매력이 드러나는 소설이다.

 

프롤로그는 화자가 어떻게 이선 프롬을 만나게 되었는지, 그 집에 가서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지 보여준다.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산 이선 프롬의 한 시절을 그려내는데 이 시간들은 그의 삶에서 가장 열정적이고 행복했지만 동시에 절망으로 가득한 순간이다.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주저하고, 가슴앓이 하는 모습은 섬세한 묘사를 통해 그 감정이 그대로 전해진다. 읽으면서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아마 그 모습에서 나의 과거가 떠올랐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선의 결혼은 사랑으로 맺어진 것이 아니다. 어머니가 아픈 것을 돌아주던 7살 연상의 친척 누이가 그의 아내가 되었다. 친척 누이 지나는 결혼 후 알 수 없는 질병에 걸리고, 이선에 불평불만을 내뱉는다. 그녀와 집을 돌보기 위해 지나의 친척 매티가 온다. 매티는 집안일을 잘 하지 못하지만 그녀가 보여준 몇 가지 감수성 등이 이선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마을 처녀 총각들이 모여 춤을 추는 곳에 간 그녀가 마을 총각과 대화를 나눌 때 그 모습을 바라보는 이선의 심정은 불안과 초조로 가득하다. 아! 이 순수한 열정과 감정이라니.

 

이선의 경제력은 풍족한 편이 아니다. 아니 겨우 생계를 유지하는 정도다. 아내 지나가 새로운 의사를 만나러 가면서 둘 만이 남는 하룻밤 시간이 생긴다. 하지만 이 둘은 이 시간 속에서 자신들의 솔직한 감정으로 표출하지 못한다. 머뭇거리고, 주저하고, 그리워하고, 아쉬워하면서 여운을 남기는 행동과 심리 묘사는 역시 답답함을 느끼게 하고, 이 둘의 미래는 어떤 것일까 추측하게 만든다. 여기에 지나가 아끼는 접시마저 깨어지면서 작은 불안 요소를 하나 남긴다.

 

이 둘의 관계를 조용히 지켜보는 사람이 있다. 바로 아내 지나다. 그녀가 새로운 의사를 만나러 간 이유가 드러나고, 새로운 아이를 고용했다고 말하면서 매티를 내보낸다고 할 때 이 둘은 처음으로 격렬하게 충돌한다. 이선은 매티와 둘이서 몰래 떠나는 상상도 하지만 착한 이선은 그런 행동을 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문제 등으로 더 나아가지 못한다. 그리고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마주한 이 두 남녀가 표출하는 감정은 앞에서 느낀 답답함을 단숨에 날리고 격렬하고 열정적이고 위험한 행동으로 이어진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마무리다. 에필로그는 그런 점에서 하나의 멋진 반전이다. 결코 행복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지만. 시간적 여유가 좀더 많아지만 다른 작품도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어보고 싶다.

민음사세계문학전집(1) 여자최초퓰리처상수상자(1) 사랑없는결혼(1) 답답함(1) 열정(3)
  • 사소한정의 2020-10-15 14:54:00 댓글
    음 소설 후반부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네요.

    서평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