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제목 : 너무도 잔혹한 청춘이라... 조회수 : 9 별점
글쓴이 : 행인 날짜 : 2020-10-19 추천 : 0
18세, 바다로
나카가미 겐지 | 무소의뿔 |

나카가미 겐지의 소설을 검색하니 이 작품 이외에 딱 한 권이 나온다. 오래전 사놓고 묵혀두고 있는 <고목탄>이다. 개인적으로 이 작가에 대한 정보를 잘 모르는데 소개글을 보니 화려한 문학상 수상 이력이 보인다. 하지만 작가는 이미 고인이다. 그리고 이번 단편집은 열여덟 살에서 스물세 살까지 쓴 작품을 모은 것이다. 작가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면 ‘너무도 잔혹한 젊음’을 표현했다고 한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나의 젊은 시절 일부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물론 시대와 국가가 달라 많은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일곱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다양한 분위기의 단편들인데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청춘의 열정이다. 정액이다. 한 편을 제외하면 정액이란 단어가 나오지 않는 단편은 없다. <사랑 같은> 소설은 아예 노골적으로 손과 성교를 다룬다. 사람의 손을 닮은 무엇에 빠진 스물한 살의 대학생이 주인공이다. 괴이하고 엽기적인 상황들인데 마지막 반전은 정말 예상 밖이다. ‘손가락’의 애무를 벗어나기 위해 점점 살찐 나를 상상하는 장면은 그 발작적인 웃음과 함께 강한 인상을 남긴다. 그 ‘손가락’을 나만의 것이란 착각을 보고, 어릴 때 나만의 생각이라고, 행동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떠오른다.

 

첫 작품 <18세>는 이 단편집에서 가장 읽기 편하다. 미숙한 청소년들은 어른 흉내를 내면서 자신들이 다 자랐다고 생각하지만 예상하지 않은 사고가 생겼을 때 그 미숙함은 너무 쉽게 드러난다. <JAZZ>는 이 단편집에서 가장 짧다. 조금 긴 산문시라고 해도 될 정도다. 이 단편집에서 자주 나오는 음악 장르는 재즈다. <다카오와 미쓰코>는 영화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 단편을 영화로 만들기 위해 어떤 살들을 더 붙였을까 궁금하다. 동반자살미수업으로 돈을 벌겠다고 한 친구들이 결국 동반자살로 끝난 현실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불만족>은 나의 독백과 또 다른 ‘나’와이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처음에는 낯설고 이상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이런 경험을 나도 한 적이 많지 않은가. <잠의 나날>은 불 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고향에 내려온 나의 이야기다. 배 다른 형의 자살 기억과 부모의 돈으로 도쿄에서 뒤틀린 삶을 살아가는 화자의 모습이 강한 허무를 전달한다. 형의 자살과 그 이전에 있었던 상황들 속에 드러나는 솔직한 심리 묘사는 날카롭다. 마지막 작품 <바다로>는 이야기보다 이미지 표현에 더 집중했다. 자신의 욕망과 감정을 바다 속으로 들어가면서 풀어내고 정화시키는 과정이 낯설다.

 

전체적으로 이 단편집은 이야기보다 이미지와 청춘의 잔혹한 삶에 집중했다. 내가 기대한 18세 청춘의 고뇌와 아픔은 그렇게 강하게 와 닿지 않았다.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은 쉽게 산산조각난다. 작가 소개글을 읽다 보면 이 단편 속 상황들 중 꽤 많은 부분에서 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이 발견이 나의 착각일 수도 있다. 언젠가 <고목탄>을 찾아 천천히 읽어봐야겠다. 

고목탄(1) 청춘소설(1) 정액(1) 황금손가락(1) 자전적인부분들(1) 일본소설(46)
  • 사소한정의 2020-10-20 11:58:00 댓글
    서평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