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01
11,800원 | 347쪽 | 223*152mm (A5신)
종합평점 : 4.5 ( 1 명)
<대안의 그녀>로 나오키 상을, <공중정원>으로 부인공론 문예상을 수상한 가쿠타 미쓰요는 뛰어난 솜씨로 일상의 표층을 연다. 평범한 우리의 하루하루를 켜켜이 들어내면 무엇이 있을까? 그건 우리가 애써 덮어 놓으려 했던 수많은 문제들일 것이다. 가쿠타는 그것이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 뒤에 깊이 숨겨 놓았던 증오와 살의(<죽이러 갑니다>)일 수도(<죽이러 갑니다>), 겉으로만 평온을 유지하고 있는 해체 위기의 가족(<공중정원> <가족 방랑기> <납치 여행>)일 수도, 나아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펼쳐지는 운명에 대한 깊은 회의(<8일째 매미>)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8일째 매미>는 높은 문학성을 자랑하는 가쿠타의 작품 중에서도 많은 평론가들로부터 최고의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은 작품이다. 평단과 대중의 뜨거운 지지 속에 중앙공론 문예상을 수상했으며 도쿄 텔레비전의 인기 프로그램인 <왕의 브런치>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순간적인 실수로, 또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엇나간 두 여자의 인생을 통해 <8일째 매미>는 모성과 가족, 운명, 그리고 인간 존재의 이유를 반추한다.

정리되지 않는 불륜남, 그 아내의 인신공격, 임신중절로 더 이상 아기를 가질 수 없는 몸, 아버지의 죽음……. 벼랑 끝에 선 기와코는 그저 한번 볼 생각이었다. 그의 아기를. 하지만 아기를 안아 든 순간 그녀의 인생은 돌이킬 수 없는 곳으로 치닫는다. 유괴범이 되어 쫓기고 또 쫓기는 극한의 상황. 하지만 이런 극한에서도 기와코는 아이를 더없이 사랑하며 현실의 삶에 그 어느 때보다 충실하다.
16년 후. 유괴됐다 네 살 때 가족에게 돌아온 에리나는 아직도 겉돌고 있다. 아버지의 불륜이 발단이 된 이 유괴 사건으로 인해 가족의 치부가 드러나고, 가정은 그저 외형만으로 위태롭게 유지된다. 철 들고부터 에리나는 모든 탓을 그 여자, 유괴범 기와코에게 돌린다. 하지만 그 여자를 증오하면서도 그녀 역시 유부남을 사랑하고 임신을 하게 된다. 한편 어려서 엔젤 홈에서 함께 자랐던 지구사가 찾아온다. 엔젤 홈은 수상한 종교집단에서 운영하는 공동체로 기와코가 에리나를 유괴한 후 몸을 숨긴 곳이다. 에리나와 마찬가지로 지구사도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삶 때문에 곤욕을 치른다. 둘 다 왜 하필 나였을까, 라는 의문을 떨칠 수 없다. 떨치려고 발버둥치는 지구사와 모든 관심을 차단한 에리나. 지구사도 에리나도 기와코도 모두 7일째 죽지 못한 8일째 매미다.
모두가 죽고 나서 홀로 남아 세상을 보게 된 8일째 매미의 눈에 비친 세상은 어떤 곳일까? 가쿠타 미쓰요는 그 매미의 눈으로 인간의 부서지기 쉬운 삶과 내면을 관찰한다. 인생을 납치당한 세 여자. 그들은 푸른 바다와 짙은 녹음 앞에서 깨닫는다. 8일째 매미의 눈에도 세상은 아름답다는 것을. 그들의 인격 역시 자연처럼 강한 생명력이 있다는 것을. 가쿠타 미쓰요는 긴박감 넘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에 우리의 본질적 회의와 희망을 깊이 있게 녹여냄으로써 다시 한 번 이 시대 최고의 일본 작가임을 입증했다.


도망치고 도망치고 또 도망치면, 난 네 엄마가 될 수 있을까?
가쿠타 미쓰요는 많은 작품에서 가족을 다룬다. 서로 소통하지 못하고 해체 위기에 있으며, 대안도 없이 위태롭게 굴러가는 가족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큰 아픔이다. <8일째 매미>는 불륜남과 결코 가족을 이룰 수 없는 기와코의 절망에서부터 이야기가 비롯된다. 기와코는 에리나를 유괴해 극진한 모성으로 둘만의 가정을 이루지만 용인되지 않는 가정이다. 남편이나 사회로부터 학대 당한 여자들은 가족을 떠나 수상한 종교 집단에서 운영하는 엔젤 홈에서 또 다른 공동체를 이루지만 이 역시 가족을 대신하지 못하고 해체된다. 에리나가 돌아온 진짜 가족은 사회 통념 상의 보통 가정이지만 가족 간에 소통하지 못한다. 특히나 에리나는 사랑이 충만했지만 부정해야만 하는 기와코와의 관계와 결코 적응하거나 화해할 수 없었던 진짜 가족과의 관계, 그 틈새에서 괴로워한다. 설상가상으로 엄마나 가족이 될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불륜남과의 사이에서 아기를 갖는다. 두려운 에리나. 하지만 에리나는 아기에게 짙은 녹음을 보여주기 위해 낳기로 결심한다. 임신 사실을 알고 자신의 머리와 팔과 다리를 때렸으나 배는 때리지 않은 엄마와 화해한다. 기와코와 행복했던 섬을 찾아가며 그녀의 사랑을 처음으로 받아들인다.

8일째도 살아 있는 매미가 바라본 세상
생후 6개월 때 납치 당했다 돌아온 에리나도, 엔젤 홈에서 자란 낙인이 따라다니는 지구사도 자기가 선택하지 않은 상황으로 인해 남다른 인생을 살게 된다. 둘은 절규한다. \\\"왜, 왜 하필 나인 거지?\\\" 기와코 역시 평범한 여자의 삶이 일순간 어그러지고 만다. 가쿠타 미쓰요는 특이한 상황에 처한 여자들을 통해 운명의 가혹함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는 비단 그녀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자신의 의지나 선택의 여지 없이 태어난 우리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던져진 실존적 문제이기도 하다. 가쿠타는 인생을 납치당한 이 여자들이 많은 내면적 변화를 겪지만, 어디서 어떻게 자랐든 그 인격은 파괴되지 않는다고 믿는다고 말한다. 극한의 절망 끝에 그들이 본 것은 그래도 한 줄기 빛, 희망이다. 그것은 짙은 녹음이었으며, 푸른 바다였으며, 아름다움이었다.

나오키 상 수상 작가 가쿠타 미쓰요 최고의 역작
1장과 2장으로 구성돼 각각 기와코의 시점과 20년 후 에리나의 시점으로 구성된 이 박진감 넘치는 소설은 원래 요미우리 신문에 연재됐던 소설이다. 가쿠타 미쓰요는 신문 소설 특성상 불특정다수가 매일 읽는 소설인 만큼 치밀하고 긴박감 넘치는 구성으로 독자들에게 큰 재미를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가쿠타의 뜻대로 이 소설은 높은 문학적 완성도와 더불어 무한한 재미와 깊은 몰입감을 준다. 문학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이 작품은 출간 직후 중앙공론 문예상과 인기 텔레비전 프로그램 <왕의 브런치> 북 코너의 대상을 수상했으며 서점대상 파이널에 올랐다. 평론가들은 \\\'가쿠타 미쓰요 최고 작품이다\\\'(고노스 유키코), \\\'빛이 넘쳐 흐르는 조용한 마지막 장면이 마음에 뚜렷이 남는다\\\'(마쓰나가 미호)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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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일째 매미 가쿠다미쓰요, 일본소설,유괴,강점숙
    빨강앙마 | 2009년 06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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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책을 읽기전엔 내용과 제목의 연관성을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사실 기대했던 내용과는 달리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달려가는 글을 읽으면서 적잖이 당황했었다.  가쿠다 미쓰요가 누군가? ...
    이책을 읽기전엔 내용과 제목의 연관성을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사실 기대했던 내용과는 달리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달려가는 글을 읽으면서 적잖이 당황했었다.  
    가쿠다 미쓰요가 누군가?  맨처음 사랑이 뭘까? 라는 책을 접하며 아주 기겁을 했던 작가다.  일본작가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관심이 없었던 시절, 우연찮게 제목에 이끌려 구입해서 읽은책이 그녀의 책이었건만 그 무겁도록 칙칙한 내용과 숨쉬기 조차 힘들게 옥죄어 오는 책속의 주인공의 답답스러움에 책을 읽을때도, 읽고나서도 갑갑해서 다시는 그녀의 책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만큼 그녀는 내가 접한 첫번째 작품에서 엄청나게 나를 힘들게 했다.  그리고, 몇년이 흐른후, 어느정도 이름이 알려진 그녀의 책이 단편이라는 이유로 집어들고, 예전의 그 답답함이 조금은 해소되는거 같아 새삼스레 그녀의 작품들을 되돌아 보는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아직도 그녀의 책을 들자면 뭔가 많은 인내와 힘듦을 이겨내야 할 거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다 간만에 만난 책 8일째 매미.

    유부남과의 사랑으로 온갖 마음의 상처와 고통을 받은 노노미야 기와코.  처음엔 그가 유부남인줄 몰랐고, 알고나서도 매달려 오는 그를 뿌리치지 못했다.  그래서 그 불장난같은 사랑으로 인해 소중한 생명이 잉태됐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남자의 설득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낙태를 하게된다.  그러나, 유부남의 이혼할꺼라는 말을 믿어서는 안되는 죄 때문일까?  그의 아내가 임신을 하고 둘사이를 알게된다.  허구헌날 쏟아지는 아내의 악담과 소중한 아이를 낙태해서 벌을 받았다는 죄책감으로 다시는 임신을 하지 못하게 된 주인공은 몸도 마음도 부부에게 상처로 물들어 있었다.  한때 사랑했던 남자의 아이를 가까이서 한번만 보고싶은 욕심에 그들의 집에 들어갔다 우는 아이를 안는 순간 마치 자신을 이해한다는 듯한 아이의 표정에서 전혀 예상치 않게 아이를 안고 나오게 된다.  그리곤 시작되는 끝없는 도피생활.
    친구의 집에 며칠을 머물고, 전혀 모르는 철거민촌 아주머니와 며칠을 보내고, 그렇게 전전하다 그녀는 엔젤홈이라는 사이비적 종교단체에 숨게 된다.  어떤 언론매체도 그 공간속으로 들이지 못한다는 것이 그녀에게는 큰 매력이었다.  그즈음 그녀를 향해 좁혀오는 수사망 또한 그녀를 그곳으로 몰아넣었다.  2년여가 넘는 시간동안 그 속에서 생활하며 아이를 마치 자신의 아이인양 착각하며 살아가던 그녀, 그러나 언제나 안정된 곳은 없었다.  엔젤홈이 경찰조사를 받을 위기에 처하자 아이를 데리고 섬으로 들어가 생활을 한다.  아무것도 없는 생활이지만 그 아이만 자신의 옆에 있다면 아무 걱정이 없었다.  단지 그것 하나로도 충분했던 것이다.  하지만, 범죄가 언제까지나 숨겨질수 있는건 아니다.  4년 반동안의 도피 생활은 우연히 찍힌 아마추어 사진작가의 사진 한장때문에 들통나고 잡히게 된다.

    우선 1부는 그녀와 아이의 도피행각을 다루고 있었다.  모든 두려움에 휩쌓여서도 아이만을 키우려는 그녀의 마음.  한없이 쏟아지는 아이에게의 애정.  그게 모정이라고 할수 있을까?  일단은 범죄이므로, 그녀를 동정해서는 안되지만, 그게 참 쉽지가 않다.  그리고, 이어진 2부는 그 사건이 일어난 18년후 그 아이가 자라 겪는 고통들이 적나라게 드러나 있었다.  자신의 부모이지만, 자신을 볼때마다 범인을 떠올리는 엄마, 아빠 곁에서 어느쪽도 속하지 못하고 가족이라는 이름조차 어색해 겉돌기만 하는 아이.  그리고, 범죄자가 키웠단 이유로 자신에게 다가오지 않는 친구들 틈에서 그녀는 외롭게 자라난다.  왜 하필 자신이었냐고 고함쳐 보고 싶지만 그 결과는 어디에서고 되돌릴 수 없다.  결국 그런 원인을 만들어낸 아빠와 그녀, 그리고, 자신을 한없이 안아주지 못하는 엄마에 대한 원망으로 살아가는 힘을 얻는다.  어디에도 도피할수 없으므로, 원망안에서 편함을 얻는것이다.  하지만, 그건 일시적일 뿐이다.  근본적인 원인이 될수 없는 고통은 하루하루 그녀를 고통스럽게 했다.  땅속에서 몇년의 애벌래 생활을 하다 허물을 벗고 땅으로 올라와 7일만에 죽는 모든 매미들에 비해 8일째에 눈을 뜨게 되는 매미의 고통이 무엇보다 크게 느끼듯 남들이 보지 않는 것들을 본 그녀의 고통 또한 남들보다 2배이리라는 해석이 내려지지만, 책속에서는 그와는 반대로 희망을 얘기하고 있다.  아무리 남들과 달리 8일째 눈을 뜨더라도 그게 꼭 고통만은 아닐거라고,  남들이 보지 못한 또다른 세상을 향한 뭔가를 새로이 발견할 수 있을꺼라고......

    부모도 자신을 키워준 범죄자도 용서할 수 없었던 아이는 결국 자신을 찾아 떠난 여행에서 모든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체포되기 직전 그녀가 남긴 그 아이 아직 아침밥을 안 먹었어요. 라는 단순한 외침에 그녀 역시도 엄마였음을 시인한다.  비록, 사회적으로 범죄자라 할지라도 자신에겐 엄마였음을.......
    사실, 숨쉬기 버거울정도로 힘들게 했던 가쿠다미쓰요의 작품이었지만, 마지막 대사에서 눈물이 핑 돌뻔했다.  자신이 유괴범으로 잡히면서까지 아이의 허기를 걱정했던 그야말로 흔하게 보는 엄마의 모정이 엿보였다고 할까.  그녀는 결코 용서될수 없는 범죄자임에도 그 사실을 잊게 만드는 한마디가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웬지 미워할수 없게 만들어 버린 그녀만의 슬픈문체.  그녀가 그런 유괴를 할수 밖에 없었다고 하는 당위성까지 독자에게 보여지니 책을 덮으면서는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그것이 그녀가 원하는 의도이든 아니든 이미 많은 독자들이 그런 감정을 느껴버리는 것이다.  먹먹해지는 느낌으로 책을 읽다보니, 어느새 뚝딱 한권이 다 읽혀지지만, 그 느낌의 끝을 헤아릴수는 없다.  마치, 답이 없는 문제처럼 더 혼란스럽기만 하다.  게다가 곳곳에 묻어나는 그녀의 슬픈문체는 그녀의 글을 읽기 힘들게도하고, 또 다른 매력속으로 끌어들이게도 한다.  어쨌거나, 새로이 그녀의 글에 중독되긴 된것같다.  이렇게 생각이 많아지는 것을 보니..... 

  • 이제 그녀는 좀더 편안하게 자신의 삶을 살겠지
    행인 | 2009년 06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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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읽는 가쿠타 미쓰요의 작품이다. 자신의 최고작으로 꼽았다는 광고 문구가 인상적이다. 그녀의 작품을 읽을 때면 늘 글을 참 쓴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다. 요미우리신문에 연...
     

    오랜만에 읽는 가쿠타 미쓰요의 작품이다. 자신의 최고작으로 꼽았다는 광고 문구가 인상적이다. 그녀의 작품을 읽을 때면 늘 글을 참 쓴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다. 요미우리신문에 연재한 것을 단행본으로 낸 것이다. 연재 당시 대단한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솔직히 작품 초반은 쉽게 몰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뒤로 가면서 멈출 수 없는 속도감으로 나아갔다.




    소설은 과거와 현재의 두 여인을 다룬다. 과거 속 여인은 사랑하던 남자의 여자 아이를 유괴하고, 도망 다니면서 그녀가 겪은 두려움과 행복을 그려낸다. 현재의 여인은 그 유괴 당한 아이가 성인이 된 후를 보여준다. 과거가 일기처럼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그녀가 실제 느끼는 공포와 두려움과 행복을 뒤섞어 놓았다면 현재는 과거의 영향으로 자신의 삶이 꼬인 여자의 삶을 그려낸다. 이 두 여인의 삶을 지켜보면 다른 듯하면서 닮았다.




    과거의 여인 기와코는 가정이 있던 남자를 사랑했다. 그녀의 사랑은 남자에겐 욕망일 뿐이었다. 그녀가 임신을 하고, 낙태를 하고, 다시 아이를 가질 수 없다고 했을 때 그녀의 삶은 미래가 쉽게 보이지 않았다. 그 남자의 아내가 그녀가 다시 아이를 가지지 못한다고 했을 때 빈껍데기란 표현을 한 것은 그녀의 삶을 텅 비게 만들었다. 우발적인 가택 침입이 아이의 유괴로 이어진다. 잘 모르는 육아와 함께 이루어지는 도망은 언제 잡힐 줄 모른다는 불안감과 공포로 가득하지만 텅 빈 그녀를 조금씩 채워준다. 3년 반 동안의 도망은 그녀 삶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어쩌면 두 번 다시 가지지 못할 아이와의 유대감과 육아와 가정의 행복을 누렸기 때문이다.




    현재의 여인 에리나도 가정이 있는 남자를 사랑한다. 그녀가 유괴되고, 다시 부모의 품으로 돌아왔을 때부터 그녀의 삶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유괴되기 전부터 이미 콩가루 집안이었고, 재판 진행 과정에 그들의 상황이 매스컴에 낱낱이 밝혀지면서 삶은 그 자리에 맴돌기만 한다. 에리나는 유괴당한 아이라는 이름으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친구 하나 없고, 그 부모는 많은 사람으로 욕을 얻어먹는다. 가족이란 유대 관계를 유지하지만 결코 그들 사이엔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다. 서로가 바람을 피면서 이혼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과거에 일어난 유괴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인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그녀가 아이를 가지면서 선택하는 것은 기와코와 다르면서도 같은 방식이다.




    다르면서 비슷하고, 비슷하면서 다른 이 두 여인의 삶은 뒤로 가면서 감정의 동조가 이루어진다. 용서 못할 유괴가 어느 순간 조금은 이해가 되고, 현재의 삶에서 결코 채워지지 않는 사랑이 가득한 과거를 기억하면서 조금은 용서의 마음이 생긴다. 그들의 마음은 기본적으로 불안감으로 가득하다. 언제 이 행복이 깨어질지 모른다는 기와코나 단란하고 화목한 가정이 아닌 낯선 이방인 같은 에리나의 삶이 그렇다. 과거가 사건의 사실을 기와코의 마음에서 다룬다면 현재는 그녀가 그렇게 행동하게 된 원인을 에리나의 시선으로 따라간다. 자신의 삶이 뿌리 채 흔들린 상황에서 에리나가 그 흔적과 기억을 뒤쫓아 간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난 추악한 사실들이 그녀를 더 힘들게만 만들 뿐이다.




    이 소설이 만약 에리나의 마음에만 집착했다면 재미는 있을지 모르지만 감동은 없었을 것이다. 그녀가 유괴의 희생자인 자신을 “왜 하필 나였을까”라고 외쳤던 현실에서 자신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인식을 하는 순간 그 피해자가 가족으로 확대된다. 이런 인식 속에서 과거를 다시 돌아보게 되고, 자신을 다시 부모의 품으로 보내는 순간 기와코가 아이의 아침을 걱정하는 모습으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가족과 기와코를 증오한 것이 자신이 편해지기 위한 하나의 방편임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정말로는 그 누구도 증오하고 싶지 않았다. 증오가 사슬이 되어 자신을 감았고, 그 사슬에 묶여 삶을 살아온 것이다. 과거의 장소로의 여행이 그 사슬을 조금씩 풀어준다. 이제 그녀는 좀더 편안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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