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10
12,000원 | 240쪽 | 200*130mm
종합평점 : 4.5 ( 1 명)
언니들, 집을 나가다』는 비혼의 삶이 얼마나 지속적인 사회적 맥락(부모의 맹목적 구속이나 자아구현 등) 속에서 파생되고, 얼마나 미묘한 가족관계의 구덩이(사랑하지만 벗어나고 싶다는 심리?) 속에서 기어 나와, 또한 얼마나 다양한 스스로의 선택으로 귀결되는지를 스물여덟편의 경험담을 통해 들려주는 일종의 에세이-고백-보고서이다. 하지만 이 책은 비혼만을 다룬 책이 아니다. 자신만의 공간을 소유하고 자유롭게 사회생활을 누리고 싶어 하는 20~30대 여성의 홀로서기라든지 시부모가 원하는 대로 하지 않는 나쁜 며느리의 생존기와 같은, 전통적인 가족관계와 젊은 세대의 의식 변화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에피소드가 함께 실려 있다.
이 책은 전위주의자들의 아지프로가 전혀 아니다. 물론 비혼이라는 선택이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고, 널리 알리고 싶은(가령 출산율 저하와는 무관하다는 등) 삶의 형태이기는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이들은 무엇보다도 자신들의 가장 절박한 생활적 필요성 속에서 그들의 삶을 살아간 결과를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며 비혼이라는 것이 무슨 대단한 사회운동이거나 반항심리이거나 과도기적 현상이 아니라, 그야말로 ‘생활의 발견’이며 지속적으로 확장되어갈 유력한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2008년 통계청이 실시한 사회조사에서 ‘결혼은 선택’이라고 답한 여성(46.8%)들이 필수라고 답한 여성(46.5%)을 앞지를 정도로 여성들의 결혼관이 바뀌고 있다. 물론 이런 통계자료가 아니더라도 주변에서 늦은 나이까지 결혼하지 않거나, 결혼 상태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는 결혼제도 밖에 있는 사람들을 ‘부적격’으로 낙인찍고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만을 정상으로 인정한다. 이런 제도와 풍토에 의해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 많은 여성들이 끊임없이 결혼을 강요받고 시달리면서 스스로의 삶을 자유롭게 꾸려갈 용기를 잃어간다. “나이 들면 아파도 곁에 있을 사람도 없고 너무 외로울 거야” 하는 충고들 속에서 ‘온전한 자신만의 삶’을 꾸려나가겠다는 다짐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흔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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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_비혼을 선고하노라

제1부_눈물 흘리지 않고 가족과 이별하기

01 엄마, 나 결혼 안 해도 괜찮지?
02 아버지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
03 착한 딸, 엄마를 떠나다
04 아버지, 당신은 정자 기증자
05 그러니까 엄마도 독립해
06 엇갈린 자매 이야기
07 착한 며느리 따위 되지 않겠다

제2부_이토록 다양한, 결혼하지 않고 잘 살기

08 다 큰 딸, 이제 혼자 굴러가겠습니다
09 빨간머리 앤의 다락방을 찾아서
10 혼자여도 괜찮아, 잘 싸우면 되지
11 그 여자들이 함께 사는 방법
12 성산동 301호: 한집, 다섯 여자, 두 고양이
13 서로가 비빌 언덕이 된 세 여자
14 결혼에 대처하는 이 남자의 자세
15 직장이 결혼하지 않는 사람에게 주지 않는 것
16 장애 여성에게 혼자 산다는 것
17 우리 가족은 넷이다
18 지금 당신의 이웃집에선, 삽질!
19 섹스, 그건 마치 춤과 같다
20 남편이 아니라 카메라가 필요해

제3부_뻔한 질문 따윈 두렵지 않아

21 병이라도 걸리면 어떻게 할래?
22 혼자 사는데 도둑이라도 들면 어떡해?
23 그래도 남자 하나는 있어야지?
24 빵 굽는 두 여자
25 단순하게, 소박하게, 느리게
26 여자들이여, 운동장으로 나오라!
27 오늘도 내일도 댄스, 댄스
28 앞길이 구만 리건 구 미터건

부록 하나 언니들이 전하는 집 구하기 노하우 여섯 가지
부록 둘 언니들이 강추하는 몸을 움직이는 여자들을 위한 공간
부록 셋 언니들이 말하는 비혼생활 동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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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니들, 집을 나가다] 남과 다른 삶을 선택했더라도 괜찮아 문학·책, 언니들집을나가다, 비이, 리뷰, 서평, 책, 여성주의, 비혼, 결혼, 선택
    비.. | 2009년 06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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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둘만 함께하는 삶이 아니기에, 더욱 고민해야 하는 결혼.    혼자 살아가야하기에, 더욱 고민해야 하는 비혼.      서로 사랑해서 없으면 허전할 만큼, 깊은 유대의 끈이 ...

     
     
    # 둘만 함께하는 삶이 아니기에, 더욱 고민해야 하는 결혼.
     
      혼자 살아가야하기에, 더욱 고민해야 하는 비혼.
     
     
      서로 사랑해서 없으면 허전할 만큼, 깊은 유대의 끈이 맺어졌다 생각하더라도, 결혼은 쉽지 않다. 그의 어머니와 그녀의 아버지 등 다른 가족과의 연결된 일상과 문화까지 인내하고, 서로 인정하며, 대화로써 살아가야 한다. 둘 만의 행복한 삶을 꿈꾼다거나, 남들 다 가니까, 사회의 흐름에 맞게 살아가야지라는 생각을 가진 이에게는 결혼을 말리고 싶다. 누군가의 기대, 사회에서의 인정에서 벗어나는 독립적인 삶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충분히 깊은 사랑을 받은 본 이는 알고 있다. 절대적 지지 속에 숨어있는 내 의사에도 따라야 해라는 암묵적 의지를 느낀이에게는 결혼이 부담으로 느껴지는 현실도 인정한다. 무엇보다 명절과 가족모임 등, 내가 원하지 않지만, '아내', '며느리'이기에 해야 하는 삶이 부담스러운 이는, 결혼을 꼭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다들 그렇게 해 왔기에, 내가 사랑하는 이가 견뎌내야 하는 고통을 바라보는 일은, 남자에게도 즐겁지 않은 일이니까.
     
      혼자로 살아가는 일은 결혼생활 이상으로 힘겨운 의지와 결정이 필요하다. 아무런 간섭없이 당당하게 내 시간을 통제하는 무한의 자유의 삶을 꿈꾼다. 이루어지지 않는 꿈일 뿐이다. 사소하고 귀찮은 일상의 일을 혼자 해 내야하고,  때로는 외로움과 싸워야 한다. 다른 선택지의 삶을 보며, 남들처럼 무난하게 살아도 괜찮을텐데라는 마음속의 외침을 당당하게, 내 삶을 내가 선택했기에 이겨내야해라며 용기내야 하는 힘도 필요하다. 결혼 아니면 비혼이라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닌, 현재의 법적인 결혼제도를 거부하는 삶을 사는 이에게도, 핍박과 매도를 당하지 않으면서 스스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제도와 인식의 변화는 필요하다 생각한다.
     
      결혼제도를 부정하지 않는다. 힘겨운 삶, 혼자가 아닌 함께 의지하며 살아가는 일도 나쁘지 않다 생각한다. 하지만, 결혼제도가 주는 즐겁고 매력적인 생활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이가 결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회적 눈치를 보며 살아야하는 삶은 불합리하다 생각한다. 명절때 다가오는 가족이라는 이름의 취업과 결혼 스트레스, 걱정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있는 지나친 간섭들은 잘 살고 있는 솔로들을 죄인으로 만들고, 피하게 만든다. 공동체가 함께 모이는 명절이라의 의도를 없애버린다.
     
     
    #  '정상가족'이 아닌 다른 삶을 살아도 괜찮아.
     
     
      '엄마', '아빠'가 모두 집에 있는 정상가족이 아니라도, 가정환경에서 나를 응원해주는 이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나를 사랑하는 이가 나 자신뿐이라도 말이다. 책을 읽으며, 결혼 전에 따지는 부모님은 뭐하시느냐는 질문, 부모님이 살아계시느냐는 물음이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둘이 결혼하는데, 부모님이 왜 중요한 걸까. 가정환경을 무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지만, 그게 결격 사유가 된다는 이유에 동의하지 못하는 나를 발견했다. 부모님 세대에서 이혼이 불륜과 파산 등 끝장까지 보는 상황에서 취하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면, 지금은 서로가 합의한다면 가능한 선택으로 변한 세대간의 격차에서 오는 차이가 원인 중 하나라는 생각을 했다.
     
      남들 다 하는 결혼을 선택하지 않은, 비혼의 삶을 고민하는 이에게 응원의 힘을 전해주는 책이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결혼을 반대하는 반결혼주의자가 되는 건 아니라 생각한다. 남들이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를 보며 공감을 폭을 넓어갈 때, 이 드라마를 보지 않아도 괜찮다고, 난 다른 일을 하는데 괜찮더라는 응원의 힘을 전해주는 책이다. 진지하게 자신의 삶을 대면하고, 선택하는 과정, 피할 수 없는 힘겨움과 그 힘겨움을 극복하거나, 극복하는 과정이 담긴 28가지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여성주의를 지향하는 단체에서 나온, 결혼이 아닌 비혼에 관한 이야기이기에, 미혼 여성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자식을 둔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에게는 가족제도에 대해 한 번 더 고민하게 하는 계기를, 남성에게는 결혼이 여성에게 얼마나 큰 희생을 요구하는지에 대해 성찰해 보게 하는 책이다. 특히, 결혼생활을 하는 남성에게는, 결혼제도 안의 늪에 빠진 아내의 힘겨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가부장적인 가족의 모델을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순진한 남성에게 더욱 권하고 싶은 책이다. 자신이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그 공간이 어머니에게 여성에게는 얼마나 힘겨운 과정인지 알게되어, 삶의 가치관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될거라 믿는다. 연애에 한참 빠진 연인이라면, 책의 내용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는 일도 좋다 생각한다. 책을 읽으며, 결혼이 꼭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가 아닌, 하나의 선택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자신의 가치관에 대해 점검하는 일은 필요하다. 수 많은 인생에 놓여진 선택의 과정을 위한 자신의 방향을 설정하고 돌아보는 데 꼭 필요한 일이다.
     
      저출산의 이유가 젊은이들이 결혼하지 않아서, 젊은 미혼여성이 이기적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은 부당하다 생각한다. 정부가 고민해야 하는건 미혼여성에 대한 매도가 아닌, 어떻게 하면 아이를 낳아도 아무런 걱정없이 아이들을 성인으로 성장하게 만들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정책적 지원을 하는 일이다. 양육비에 대한 지원과 합리적인 교육제도가 잘 정비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생각한다. 결혼하는 일을 희생으로 만드는 가부장적인 제도를 사회에서 함께 공론화하면서 고민하는 일도 필요하다. 잘 만들어진 제도를 이용하되, 누군가에게 희생이 되는 일을 무력화할수록 모두가 행복해진다고 할까. 어떻게 하면 행복한 가정을 만들 수 있을지, 부모님과 함께 이야기나누며 고민해 봐야겠다.

  • 그녀들은 왜 집을 나가려하는 걸까
    정군 | 2009년 06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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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니들, 집을 나가다>는 다짜고짜 아직도 결혼을 믿으세요?라고 묻고 있다. 무슨 뜻인가. 이 책은 '비혼' 여성들의 삶을 보여주는 에세이를 모았다. 비혼은 상당히 낯선 단어다. 결혼하지 못한 미혼 여성이 ...

    <언니들, 집을 나가다>는 다짜고짜 아직도 결혼을 믿으세요?라고 묻고 있다. 무슨 뜻인가. 이 책은 '비혼' 여성들의 삶을 보여주는 에세이를 모았다. 비혼은 상당히 낯선 단어다. 결혼하지 못한 미혼 여성이 아닌, 결혼하지 않은 상태를 선택한 비혼여성임을 당당히 밝히는 그들의 모습을 보는 건 처음에는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이 글을 쓰는 사람은 남자다. 여자 친구가 생겼다가 없어지고 마는 연애를 계속하고 있으며 그 와중에도 곧 결혼 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여성'의 언어와 행동 때문에 곧잘 헷갈려 실수하기도 한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말이 진짜라고 믿는 사람인 셈이다.


    그런 만큼 아직도 여성을 이해한다는 것이 까마득한데, 이런 경우의 여성이란 대개 결혼을 앞둔 또래를 의미한다. '비혼'을 이야기하는 여성은 이 책으로 처음 만난 것이다. 그러니 그 당혹스러움을 어찌 다 말로 할 수 있을까. 고백하자면, '뜨악'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으로는 궁금증이 생겼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비혼'임을 선언하게 만들었는가, 하는 궁금증이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책을 얼마 읽지 않아 잘못된 것임을 깨달았다. 그녀들의 선택은 우리가 어떤 행위와 사상을 선택하는 것처럼 전적으로 자유의지에 따라 선택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그들이 원했던 것이었다. 결혼을 선택하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그들의 결정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세상 사람들은 남자와 여자 '결혼'이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비혼을 선택한 그녀들의 가족들도 이와 비슷했다. 그렇기에 그녀가 독립해서 혼자 살겠다고 하면, 앞으로도 결혼하지 않겠다고 하면 온갖 방법으로 회유하거나 설득하려고 했고, 심지어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아직 철이 들지 않아서, 세상 무서운 줄 몰라서 그런다는 말로 그것을 합리화시키면서 말이다.


    <언니들, 집을 나가다>의 1부와 2부는 그런 과정이 치열하게 담겨 있다. 1부 '눈물 흘리지 않고 가족과 이별하기'는 가족으로부터 독립하려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른다. 누구나 어른이 되면 독립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젊은 여성이 그렇게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1부의 그녀들도 그랬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가족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싸움까지 벌어야했다. 무엇을 위해 그랬던 것인가. 자신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추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런 만큼 1부를 읽다 보면 손에 땀이 난다. 그들의 눈물겨운 투쟁과 그것을 거쳐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뿌듯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리라. 2부 '이토록 다양한, 결혼하지 않고 잘 살기'는 '비혼'으로 살아가는 여성들의 삶이 기록돼있다. 남자와 결혼하지 않고, 여성끼리 의지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나 혼자서도 잘 살아가는 이야기 등이 있는데 이러한 이야기들은 남자와 여자가 결혼해야 잘 산다, 고 믿는 사람들의 허를 찌른다. 한편으로는 그것이 얼마나 심각한 '편견'이었는지를 알려주기도 한다.


    3부 '뻔한 질문 따윈 두렵지 않아'는 비혼으로 살아가려는 사람들, 그리고 독립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격려와 같은 글이다. 작게는  병이라도 걸리면 어떻게 할래?, 혼자 사는데 도둑이라도 들면 어떡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시선에 대처하는 법부터 넓게는 여성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상세하게 나와 있다. '오늘도 내일도 댄스, 댄스'하며 신나게 살아가는 그녀들의 모습과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장면들이다.


    책의 마지막, 아직도 결혼을 믿으세요?라는 말을 다시 마주치게 된다. 처음만큼 당황하지도 않고 당혹스러워하지도 않았다. 그녀들의 생각을 모두 이해하게 된 것은 아닐지라도, 그녀들의 선택이 자유로움에 대한 갈망과 치열한 고민에서 나온 것임을 조금이나마 알았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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