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 지음
2009-06-30
10,000원 | 292쪽 |
종합평점 : 4.5 ( 5 명)
그해 가을 남쪽 도시 무진에 안개가 몰려오기 시작했을 때 희디흰 안개의 도가니 속에서 무언가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거짓과 폭력의 도가니 속에서 쏘아올린 용기와 희망에 대한 이야기! Daum 누적조회수 1100만을 넘은 화제의 신작 장편.

‘도가니’와 무진시(霧津市)는 안개로 뒤덮인 이 세계의 축소판이다. 이 완강한 씨스템은 온갖 거짓과 협잡과 폭력이라는 안개를 동원해 치부를 감추고 진실을 질식시키려 한다. 누구나 말할 수는 있다. 거짓과 싸워야 한다고, 진실을 영원히 은폐할 수는 없다고, 길을 잃어도 희망을 포기해선 안된다고. 또 누구든지 폭력과 위선 앞에 분노하고 통한의 눈물을 흘릴 수는 있다. 하지만 정면으로 맞서 싸우고 온힘을 다해 무서운 폭력과 거짓이 세워놓은 안개감옥으로 뛰어들어 죽어가는 진실을 구해내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놀랍게도 작가 공지영이 이 일을 해냈다. 약자 중에 약자인 장애아들의 편에 서서 광란의 도가니를 뒤엎고 거짓된 씨스템을 흔들어놓은 것이다. 그의 작업이 눈부신 것은 지옥도 같은 이 세계의 한복판에서 파헤친 진실의 두 손을 높이 치켜세워 만인에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작가는 말한다. 한바탕 분노와 눈물로 끝내버리지 말고 진실을 끝까지 응시하라고, 중요한 것은 진실을 끝끝내 기억하는 것이고 그것이야말로 희망을 살려내는 가장 튼튼한 뿌리라고. 우리가 가장 기본적인 가치로 믿어온 것들이 퇴보해가는 이 시대에 『도가니』는 아름답고 준열한 정신을 새롭게 일깨우는 수작이다.
--- 박원순 변호사,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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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다 소외,권력,카르텔
    오리 | 2009년 07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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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는 이 작품을 실제 있었던 여러 사건을 종합해서 썼는데, 그 중에서 광주 인화학교 사태를 가장 큰 모티브로 잡아서 썼다고 한다.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무진 시는 항상 안개에 싸여있는...
     

     작가는 이 작품을 실제 있었던 여러 사건을 종합해서 썼는데, 그 중에서 광주 인화학교 사태를 가장 큰 모티브로 잡아서 썼다고 한다.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무진 시는 항상 안개에 싸여있는 소도시이다. 강인호는 대학을 졸업하고 잠시 교직에 있었지만 의류업을 하다가 실패했다. 그는 아내와 딸을 서울에 둔 채 혼자 무진 시로 내려간다. 그의 아내가 어렵사리 친구를 통해 청각장애인 특수학교 ‘자애학원’에 기간제 교사 자리를 구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는 특수학교 교사 자격증이 없었지만 아내에게 등이 떠밀리듯이 무진으로 갔다. 가장으로서 최소한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였다.


     자애학원의 분위기는 이름과는 달리 뭔가 수상쩍은 일들이 많았다. 강인호는 동료 교사에게 학교에 대해 물어보지만 어떤 힌트도 얻을 수 없어 갑갑해한다. 그에게 무진 생활은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다행히도 무진에는 대학교 선배인 서유진이 있었다. 그녀는 이혼하고 혼자 아이를 키우며 ‘무진 인권운동센터 상근 간사’로 일하고 있었다. 그들은 가끔 만나서 학창시절의 추억을 더듬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강인호는 우연히 교사들이 장애아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성폭행을 일삼고 있음을 눈치 채게 된다. 그는 인권운동 센터의 서유진과 만나면서 점차 사건의 전모를 알게 된다. 그는 자신이 가르치는 아이들을 위해 학교의 비리를 파헤치기로 한다. 그렇지만 무진이라는 소도시의 권력기관들은 서로 칡뿌리 같이 함께 얽혀있어서 손대기가 힘들었다. 경찰, 교육청, 의사, 지역 교회 신도들이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을 돌리는 부품처럼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득권은 기존의 체제를 변화시키거나 건드리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이라고 부조리라든가 악의 실체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들은 서로 한 몸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누군가를 건드리면 자신도 결국 피해를 보기 때문에 철저히 진실을 외면하는 것이다.


     이 작품은 크게 악과 선, 진실과 거짓말, 기득권 계층과 소외 계층의 대립을 보여주고 있다. 무진이라는 곳은 가상의 장소이지만 실제 우리 사회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 주변에서도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힘없는 소외계층이 어떤 식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소시민들은 순간적인 연민을 느낄 뿐 어떻게 행동할지를 모른다.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은 개인의 범위를 넘어서서 국가적인 시스템이 작동되어야만 개선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작품은  개인의 관심 또한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생생하게 느끼게 했다. 작가는 CBS < 김현정의 뉴스쇼 >의   대담에서 “한 국가가 가장 약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어떻게 대접하느냐에 따라서 그 국가의 어떤 품위라든가 격이 좀 결정된다고 생각해서, 제가 그런 가장 약한 사람들의 인권을 짓밟은 어떤 사태를 좀 쓰고자 시작을 한 거죠.” 라고 했다. 이런 말에서 충분히 작가의 의도를 느낄 수 있었다.


     신 앞에 사람은 평등하겠지만, 인간이 만든 법 앞에서는 평등하지 않은 것 같다. 이 작품의 인물을 통해서도 느꼈지만, 사람의 가치는 다 다른 것 같다. 인권이 그 사람이 가진 힘에 비례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으리라. 힘 있는 자에게는 인권이 있고 인권을 주장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렇지만 힘없는 자는 너무나 쉽게 인권이 유린되고 또 유린된 인권을 찾을 수 있는 권리도 없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다. 교과서에서 배운 것과는 완전히 다른 현실이다. 작가는 이런 현실을, 실제 있었던 사건을 통해 날것으로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우리는 그런 날것들을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이미 너무 많이 봐와서 어떤 면에서는 아주 무디어져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작품에서 보여준 실상은 끔찍할 정도로 사실적이어서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을 서늘하게 했다.


     책의 뒷장에 실린 ‘작가의 말’에서, 그녀는 ‘삶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면 될수록 사람에 대해 정나미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이상한 일은 정나미가 떨어지는 그만큼 인간에 대한 경외 같은 것이 내 안에서 함께 자란다는 것이다.’ 라고 했다. 나는 그녀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학교 다닐 때 나는 성선설을 믿었다. 그런데 살아갈수록 성악설이 더욱 설득력을 얻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이 세상이 제대로 굴러가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다. 세상이 온통 악으로 시커멓게 물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기적처럼 천사들이 나타났던 것이다. 천사는 날개가 없는 우리들의 이웃의 모습으로 불쑥 나타나곤 했다. 그런데 이런 천사들이 내가 생각한 것보다는 훨씬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상은 그저 선하기만 한 것도 아니고, 악하기만 한 것도 아닌 것 같다. 그래서 각 개인이 소외된 이웃에 대해 작은 관심만 가져도 우리 사회가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 속 주인공인 서유진처럼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말이다.

  • 도가니 공지영,한국소설
    치카 | 2009년 08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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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아니 나도 울컥 울어버릴뻔했다. 이야기의 전개과정과 마무리, 그리고 또 다른 방향으로 뻗어있는 삶의 길에서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치않고 모든 진실과 사실을 독자들에게 담담히 이야기 해 주는 서유진의 ...
    나는, 아니 나도 울컥 울어버릴뻔했다. 이야기의 전개과정과 마무리, 그리고 또 다른 방향으로 뻗어있는 삶의 길에서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치않고 모든 진실과 사실을 독자들에게 담담히 이야기 해 주는 서유진의 편지를 읽으며, '우리도 똑같이 소중한 존재라는 걸 알았어요'라는 민수의 말은 지금도 그저 멍하니 모든 것을 떠올리게 한다. 그들의 이야기와 나의 모습, 홀로 더불어 사는 모든 이들과 홀로 쓸쓸하고 함께 있어도 외로운 이들의 모습, 진실이 안개에 파묻혀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것까지 모두.

    교사에 대한 특별한 사명이랄 것도 없는, 사업에 실패해 망해버린 사업가 강인호는 아내의 노력 - 그나마 자본이 없으면 이룰수도 없는, 청각장애인학교의 기간제 교사로 채용되어 무진으로 내려간다. 안개가 자욱한 무진은 강인호가 도착한 첫날부터 짙은 안개속에서 기차에 치어 숨진 학생에 대한 사건이 그대로 사고사로 쉬쉬하며 감춰져버리고, 여자화장실에서 들려온 비명소리는 아무도 듣지 못하는 듯 무심히 행동하는 교사들의 분위기에서 뭔지 알 수 없는 답답함을 말해주고 있는 듯 하다.
    청각장애인학교에 수화를 하지 못하는 교사가 대다수라는 첫느낌부터 그 '자애'학원의 실체를 짐작할수는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하나씩하나씩 그 실체의 현실이 드러나는 것을 보고 있자니 나의 예상을 뛰어넘어버리는 지독한 진실이 나를 힘들게 했다. 안개가 자욱해, 앞이 보이지 않고 길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지 몰라 헤매게 되는 모습을 보는 것이 힘겨웠던 것이다. 차라리 짙은 어둠이라면, 그 어둠속에서 실날같은 희망 한조각만 보여도 그곳을 향해 나아가겠지만 끝도 없이 무기력하게 만들어버리는 안개속을 헤매이는 것은 또다른 절망일뿐인 것 같았다.

    작가는 청각장애인학교에서 일어난 성폭행이라는 사건의 줄기에서 전혀 산만하지 않게, 아니 오히려 짧고 간결하게 그 곁가지들을 붙이면서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그 이야기들은 다시 하나의 줄기로 이어지게끔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지금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실들 - 진실이 아닌 - 이 어떤 모습인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세상은 선과 악으로 구분되어 진실을 담고 있는 선이 항상 거짓된 악에 승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리고 사회를 살아가는 수많은 대중은 진실의 선이 승리하기를 바라면서도 내 일이 아니라면 외면하고 거짓을 용인해버린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의 모습이다.

    인권운동을 하는 서유진도, 현실을 외면하지 못하고 갈등하다가 결국 가정을 선택한 강인호도, 손녀를 팔아 자식의 목숨을 구할 수 없다던 할머니의 한맺힌 합의서도, 폭풍같은 고난을 겪고 난 후 자신도 똑같이 소중한 존재라는 걸 알게 된 민수도 모두 다 끌어안아주고 싶을뿐이다.
    그리고 나 자신의 이야기를 하자면, ... '불쌍하고 불행한 적이 있다면 그건, 나도 가끔은 뻔히 아니라는 걸 알면서 그것과 타협하고 싶어질 때'라는 서유진의 말이 내 심장을 울리고 있다. 외면하면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외면하고 거짓을 용인하고 타협하며 이 세상은 아름답다는 최면을 걸고 있는 나의 모습이 겹쳐진다.
    그래서일까. 나의 마음 밑바닥에서는 “세상 같은 거 바꾸고 싶은 마음, 아버지 돌아가시면서 다 접었어요. 난 그들이 나를 바꾸지 못하게 하려고 싸우는 거예요.(257)라는 말이 조금씩 자리를 차지하려 하고 있다.

  • 나는 길잃은 작은 희망을 보았다 자애학원, 희망
    깊은슬픔 | 2009년 09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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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지영의 소설을 읽고나면 늘 다소 감정적이 된다. 이번에는 분노다. 페이지를 한 장 넘길 때마다 끓어오르는 무엇, 실체는 분명 분노다. 그런데 여기서 분노라는 놈은 행동을 유발하는 긍정의 힘이 아니라 무능력을...

    공지영의 소설을 읽고나면 늘 다소 감정적이 된다. 이번에는 분노다. 페이지를 한 장 넘길 때마다 끓어오르는 무엇, 실체는 분명 분노다. 그런데 여기서 분노라는 놈은 행동을 유발하는 긍정의 힘이 아니라 무능력을 실감하게 되는 더러운 기분이다. 작가 공지영은 이제 대놓고 까발리기로 한 모양이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 느꼈던 밑바닥 삶의 애처로움을 잊지 않고 있는 내게, 장애우를 돌본다는 명목아래 돈을 챙기는 것도 모자라 성폭력과 학대가 난무하는 자애학원의 실상은 사형수가 된 윤수의 애국가보다 더 눈물나고 더 처절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핍박받는 삶을 사는 이들의 단면이다. 

    언제부터 피해자가 피해 당했다고 말하지도 못하는 시대가 되었나. 대체 언제부터 피해자가 스스로 피해를 입증하여 까발려야 하는 막되먹은 시대가 되었을까. 그러고보면 피해자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주지 않아 한 번 죽은 사람 두 번 죽이는 일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자행되는 가장 단순하고도 빈번한 진리이자 진실이었다. 자본이 지배하는 권력사회에서 돈놀이에 급급한 사람들이라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청각 장애인, 지적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과 학대, 무관심과 고문으로 배를 불리는 인간들이라니. 하는 행동은 짐승보다 못한 주제에 감히 인간이라 불리는 것들을 두고 행동 없이 분노만 하는 내가 싫어 미칠 지경이 되자 소설은 끝이 났다.

    우리 모두 안다. 도가니가 되어서는 결코 세상을 달라지게 할 수 없다는 것을. 강인호와 서유진이 그랬고, 농아 교사들이 그랬던 것처럼 적어도 지속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핑계 하나만이라도 억지로 붙잡아 세워 목표로 삼아야만 감히 싸울 태세라도 된다는 걸. 마땅히 벌해야 할 이들을 벌하기 위해 멀쩡한 사람이 얼마나 더 다치고 희생되어야 하는 걸까. 서럽고 원통해진다. [도가니]의 결말은 부정하고 싶을만큼 현실적이다. 하지만 비로소 발견한 작고 연약한 무엇, 그것은 분명 희망이었다. 우리는 다 살아온 것이 아니라 아직도 살아가고 있고, 내일도 살아갈 사람이다. 돌고 돌아서 돈이라 하고, 살고 살아서 사람이라 하나 보다고 누가 그랬다. 세상을 바꾸는 데에는 약간의 희망만 있으면 된다. 사람만이 희망이다. 희망이 끓고 있다. 다른 어떤 가치보다 사람이 가장 소중해지는 날, 그날이 왔으면 좋겠다.

  • 답답하네요
    지유니 | 2009년 09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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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다보면 서유진이 피의자의 부인에게 모진 소리를 듣는 장면이 나옵니다. 순간 세상이 정지된 것 같고, 그 순간에는 그 여자와 서유진 둘만 남겨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표현합니다. 그 순간 서유진은 새...

    이 책을 읽다보면 서유진이 피의자의 부인에게 모진 소리를 듣는 장면이 나옵니다. 순간 세상이 정지된 것 같고, 그 순간에는 그 여자와 서유진 둘만 남겨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표현합니다. 그 순간 서유진은 새처럼 작은 아이들이 노골적인 야만 앞에서 겪었을 얼어붙은 공포를 이해했다고 나옵니다. 이런 경험... 살다 보면 한 번도 없지는 않을 것 같아요. 


    억울하고 분한 상황, 슬픈 상황, 두려운 상황에서도 느낄 수 있는 것이잖아요. 나만 남은 것 같은 것, 아무런 대책과 예상도 없는 무방비 상태라는 것 말입니다. 


    글도 모르는 엄마, 아빠가 피의자와 합의를 했기 때문에는 자기는 법정에서 더이상 증언을 할 것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된 민수의 울부짓는 심정은 어땠을까요?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장경사의 말처럼 이미 많은 것을 가진 인간들보다 우월할 기회는 거의 없겠지요. 아니 동등할 기회조차 없겠지요. 이것이 현실이라는 것 우리도 알고 있잖아요. 


    그러나 서유진을 도와주려고 하는 장경사를 보면서, 유리와 연두를 보호해주려 하고 도와주려고 하는 어른들을 보면서 그래도 이런 사람들이 있어서 세상은 아직 살 만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버스 안에서 길거리에서 청각장애우분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고 안쓰러울 때가 많았습니다. 겉모습은 일반인들과 같기 때문에 더 친근한 보살핌이나 배려를 받을 수 없다는 점도 아쉬웠구요. LG 전자 홈페이지에 인터넷 AS 접수를 보면서 이 분들에게는 참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서 고마웠습니다.  핸드폰 문자 메시지를 보면서 이 분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는 문명의 이기라는 생각이 들어서 참 좋은 물건이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을 때, 용기를 내어서 도와줄 수 있는 사람, 보호해주고 힘내라고 응원을 해줄 수 있다는 것,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으며 읽은 책입니다.  


    신종플루가 의심되는 가족때문에 힘들고 지친 휴일을 보냈는데 그래도 집에 있으면서 이 책을 읽을 수 있어서 고마웠던 일요일이었습니다.


     


  • 실화라 더 무서운
    하늘바다 | 2009년 12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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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에서는 장애인 학교 교장과 행정실장이 말을 못하는 장애아들을 성폭행하였다는 이야기이다. 일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공간적 배경인 무진시에서 그 사건이 얼마나 엄청난 파장을 불러 일으켰고 그것을 문제화 했...

    책에서는 장애인 학교 교장과 행정실장이 말을 못하는 장애아들을 성폭행하였다는 이야기이다. 일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공간적 배경인 무진시에서 그 사건이 얼마나 엄청난 파장을 불러 일으켰고 그것을 문제화 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커다란 바위를 계란으로 깨뜨리려 했다는 암담함이 묻어나온다.   


    유리와 연두 그리고 민수 그리고 자애학교 이 아이들의 이야기가 실화라는 걸 알았을 때 나는 사회 복지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죄를 짓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두 얼굴을 갖고 살까 하는 생각을 했다. 


    차라리 나 나쁜 놈이오 하며 사는 게 낫지. 좋은 얼굴 좋은 풍채 좋은 인상으로 뒤로는 갖은 술수를 다 쓰는 사람들 속에서 우리는 용케도 버티며 살아가고 혹은 가끔 비슷한 범죌르 저지르며 죄를 빌기도 하겠지.


    읽으면서 내내 아~ 하는  하지만 그렇겠지 하는 내 나이에 걸맞는 한숨이 베어나왔다. 도가니 딱 맞는 표현이나 그 도가니 속에 일조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참 무섭다. 


    우리 사는 세상은 어떨 때 늪과 같다는 생각을 한다.  


    난 그것을 고등학교 처음 느꼈다. 고 2 역사반 서클에 가입해서 여러 시대의 역사를 그룹별로 공부하고 발표하던 어느 날 서클 친구 한명이 현대사도 하자고 제의했고 다수결에 따라 그리하기로 했으며 공교롭게도 현대사 중에 교원노조가 들어갔고 교원노조 발표 조가 우리 조가 되었다. 더 공교롭게도 조장이었던 내가 발표를 맞게 되었다. 사실 우리 조는 그다지 협조 하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교원노조나 현대사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던 나는 반 친구들에게 지난 신문 중 교원노조가 나온 신문을 가져다 달라고 했다. 당시 우리집은 신문 조차 배달해 읽지 않았다. 


    다시 말해 나는 교원노조 자체도 몰랐고 그저 선생님 좋아라 쫓아다니며 얼굴 붉히고 소설이나 읽고 그림이나 그리던 사춘기 소녀에 불과했다. 그리고 발표 일주일 전부터 나는 전에 안하던 공부를 해야 했고  발표에 민감했기에 달달달. 


    차트에 내 나름대로 정리했다 . 교원노조의 역사, 변천사, 앞으로 나아갈 방향 등등 생각해 보면 지금은 전혀 기억도 안나는 것들인데 열심히 정리하고 발표해서 박수를 받았다. 발표가 끝나고 나는 짐하나를 덜은 느낌으로 차트를 둘둘 말아 개구쟁이 아이처럼 친구들과 칼싸움을 했고 아무 생각없이 학교 휴지통에 버렸다. 


    그리고 일주일 뒤 매번 토요일마다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시험을 치루는 날 교감선생님이 우리반으로 나를 찾아왔다. 나는 그다지 뛰어난 학생도 아니었고 문제아도 아니었기에 교장이나 교감 선생님이 나를 부를 일은 없었다. 나를 데려간 곳은 이사장실.  


    이사장님은 처음 내게 시험 안봐서 좋으냐며 여러가지를 물으셨다. 내가 일학년때는 방송부와 문예부 두 서클을 하다가 일이 있어 둘다 탈퇴를 했는데 정작 내 꿈이 무언지 나는 대학교를 어떤 과를 가고 싶은지. 나는 국문과나 사학과를 가고 싶다고 했고 글쓰거나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 때 내 표정은 자신만만 그리고 꿈에 부풀었던 것 같다. 


    하지만 어느 새 돌변한 이사장님의 표정과 말투를 나는 이십년이 지난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이사장님은 내가 쓰레기통에 버린 차트를 보여주셨다. 그리고 하는 말 . 


    이걸 누가 써 주었니? /그건 제가 썼는데요? /그럼 이 내용은 누가 주었니? 


    그 내용은 제가 신문을 정리했는데요? 


    이사장님은 너희 아버지는 무슨 일을 하시냐? 어머니는 삼촌은 등등 다양한 가정환경을 물으셨다. 솔직히 다 말한 다음 들은 말은 너무나 다정한 그리고 웃음 까지 띄며  


    우리 상미가 거짓말을 하네! 


    아 지금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그때 난 고2였다. 나는 그제야 이사장님 책상 주변을 보았다. 나도 잘 못보았던 학적부을 비롯하여 내 모든 자료가 와 있었다. 나는 직감했다. 보통 사안이 아니란 걸. 다행 난 무사히 풀려 났고 아무 일도 없었다. 


    나는 말했다. 저는 아무 것도 모릅니다. 국문과 사학과 가고 싶다지만 갈 만큼 공부도 잘하지 못하고요. 우리 부모님과 삼촌은 ~ 사실 우리 부모님과 삼촌은 성실하게 열심히 살아오셨지만 그런것을 알거나 이해하기도 벅찬 분들이다. 만약 우리 부모님이 대학물이라도 먹고 화이트 칼라이거나 선생님이었다면 


    모두 해직에 난 아마 무기정학 혹 유기정학? 난 이사장실을 나와 교무실을 지날때 역사 클럽 선생님이 담배를 피우시는 걸 보았다. 그 얼굴에는 엄청난 고뇌가 보였다. 저 분 혹 나 때문에 자칫 학교를 나가셔야 할 수도 있었겠구나. 


    이때의 기억이 주인공 강인호가 전교조 교사라는 이야기를 할 때 갑자기 떠올랐다. 정말 늪과 같은. 


    어쩌면 나역시 어느 순간 넌 고등학교때 교원노조에 참가한 아이가 아니야 할 지도 모른다는. 


    성폭행이 가장 첫째 도가니라면 발을 담글수록 수렁에 빠지게 만드는 거짓과 협조의 연결고리들이 더 엄청난 도가니다. 그것도 끝나지 않는. 


    이야기는 그래도 세상에는 좋은 사람들, 착한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언급한다. 


    그리 안하면 이 책이 어찌 끝나겠는가 싶다마는  


    나 역시 덤벼들어 싸움 엄두가 안나는 세상에서 우리 딸 태은이가 살아갈 이 세상을 어찌 보여주고 어찌 이해시켜야 할지 책장을 덮고서 한참 생각했다. 


    공지영. 이작가가 왜 주목받는지 알듯하다. 그저그럴듯한 연애 소설담을 썼다면 난 아마 그러려니 했을 거다. 하지만 이 작가는 그렇지 않다. 이 세상에 작가로서 어떤 일을 하며 살아야 할지 직시하고 그런 삶을 살아가는 듯하다. 


    힘겹게 읽었고 함께 분노하고 지금은 마음을 추스리고 있다. 


    도가니. 


    아직은 헤어나오지 못한 늪. 


    그래도 그런 사회가 되지 않도록 다 함께 노력하고 마음을 다잡아야 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숙제다.

  • 그른 것을 그르다 말할 수 없는 세상
    agnes | 2010년 07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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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째서인지 그녀의 책들은 읽고 나면 한동안 머리 속을 정리하느라 차분히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기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더군요. 아무 생각 없이 '고등어'를 집어들었을 때도, 읽고 나서 한동안 약간 우울감에 ...
     어째서인지 그녀의 책들은 읽고 나면 한동안 머리 속을 정리하느라 차분히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기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더군요. 아무 생각 없이 '고등어'를 집어들었을 때도, 읽고 나서 한동안 약간 우울감에 잠겨있었던 것 같아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도 영화는 안보고 책으로만 읽었는데 펑펑 울고나서 다시 공부하려니 공부가 손에 잡히질 않더라구요. 제 주변 사람들은 그래서 공지영씨의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청승맞다나요...? (전 청승이라는 말 뜻의 의미도 잘 모르겠더군요;; ㅋㅋ) 하지만 그렇게 차분하게 우울감에 잠겨있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경험이라 '고등어'를 읽고 나서 내가 이 책을 왜 읽었을까 후회했던 것도 잊고 도전! 게다가 이 책, 페이지수가 얼마 안되잖아요 ㅋㅋ 왠지 금방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말이죠.

      결과적으로 금방 다 읽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내용은 '고등어'를 능가해 저를 짓누르더군요. 저는 이런 종류의 사회적 부조리를 몸서리칠 정도로 싫어합니다. 무진시에는 자애 학원이라는 농아들을 위한 학교가 있습니다. 농아들 중에는 태어날 때는 정상적이었다가 나중에 귀가 먹은 아이들도 있고, 태어날 때부터 다른 지적 장애까지 동반한 아이들도 있죠. 그런 아이들을 데려다가 공부를 시키는 곳에서 있어서는 안되고 입에 담기도 힘든 일이 벌어집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교장, 행정실장, 그리고 생활지도담당 선생님이 그곳 아이 몇명을 지속적으로 성폭행하거나 성폭행하려고 했다는 것이죠. 지적 장애까지 겹친 유리는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15살이 되기 까지 계속 세명에게 돌아가며 성폭행당하고, 그저 듣지만 못할 뿐인 연두는 성폭행을 시도했으나 추행에 그치고, 그리고 민수와 얼마 전 자살한 그의 동생 영수에게까지 손을 뻗치는 등, 남여를 가리지 않고 추행을 일삼아 왔습니다. 기숙사 사감이라는 윤자애는 아이 손을 돌아가고 있는 세탁기 안으로 넣어 린치를 하고 있질 않나, 밥은 먹을 수가 없을 정도로 형편없고, 도대체 이런 학교가 실제로도 있을까 싶었어요.


      자애 학원의 이런 어두운 면이 드러나게 된 것은 이 학교의 기간제 교사로 들어오게 된 강인호라는 선생님이 등장하면서입니다. 그는 서울 살다가 실직을 하면서 아내가 소개받아온 무진의 교직자리를 거절하지 못해 무진으로 내려오게 된건데요. 농아 학교라서 미리 수화도 배우고 이번 직장만은 어떻게 잘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내려왔건만, 영 학교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걸 감지한거죠. 그도 정의의 사나이는 아니었지만 무진에는 같은 학교를 다녔던 서유진이라는 여자선배가 무진 인권 센터에서 일하고 있고, 강인호씨는 영문도 모르고 그냥 뭔가 큰 일이 벌어지고 있나보다 했던 일이 정말 장난이 아니게 지저분하고 더러운 일이었던 겁니다. 아이들의 증언을 추가할 수록 성폭력 상담센터 소장, 무진 인권센터 사람들, 강인호, 연두의 어머니, 거기다가 수화를 통역해주는 통역관까지 그 학교에서 자행된 범죄에 그만 할 말을 잃습니다. 아마도 이 어린 아이들 - 고작 15살밖에 안된 중학생이니까요 - 은 어른들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았고 그들이 자신의 말을 믿어준다는 것에 안심하고 모든 것이 잘 되리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지 않죠. 저는 처음부터 너무나도 끝이 명백한 이 이야기에 계속 마음이 죄여왔습니다.


      상대는 무진시에서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사람이었던 겁니다. 무진의 윗자리들은 다 무진고, 무진여고 출신이거나 영광제일교회를 다니거나, 아니면 국회의원 출마를 앞두고 있거나 등등등... 이 이강복-이강석 형제에게 잘못보여서 좋을게 하나도 없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던거죠. 정말 답답하기 그지없습니다. 아무도 선뜻 도와준다고 하지 못하고 말이 안되는 소리 취급을 합니다. 우리 사회의 윗자리는 다 한통속이라는데 이 책에서만큼 그걸 여실히 느낀 적이 없네요. 침을 뱉고싶을 정도로 불쾌했습니다. 경찰서도, 교육청도, 시의회도 다 그 나물에 그 밥. 서울의 방송사 피디에 의해 이 사건이 조명을 받게 되고 잘 풀려가는 듯 했지만 여전히 법정에서 그들의 죄를 입증하기에 그들의 입지는 너무나도 보잘것 없었습니다. 그저 사회 정의라는 허울뿐인 명제를 딛고 서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거에요. 연두는 정말 법정에서 영특하게 답변을 해 주었고 유리도 민수도  모두 없던 힘까지 짜내주었습니다. 하지만 민수와 유리의 보호자는 그저 무식과 가난에 그만 두 손 들고 합의를 하고 만거죠. 민수의 부모님은 두분 다 지적장애와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설득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을 거고, 유리의 할머니는 처음에는 절대 안된다고 말했지만 유리 아버지의 병원비와 유리 대학 자금까지 대준다는 말에 계속 마음이 걸려 어쩔 수 없이 무릎을 꿇습니다. 성폭행에 대체 합의라는게 있을 수 있냐고 반문하지만 제도가 그렇게 되어있는걸 어쩌겠어요. 당하는 사람 입장이 되어보지 않으면 법의 허술함이 와닿지 않기 마련입니다. 이렇게 잠시 희망의 빛은 반짝였다가 다시 어둠속으로 묻히고 말아요. 이강석-이강복 형제는 그들의 연줄과 인맥으로 결국 집행유예를 받게 되고 실형을 사는 건 생활지도교사라는 박보현 하나에 그칩니다.


      정말 분통터지지 않는 일일수가 없지요. 강인호도 서유진도 그 일에 관여한 다른 모든 사람들도 그랬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의 투쟁은 여기가 끝이 아니기에 법정에서 졌다는 사실만으로 풀죽어있으면 안되었어요. 끊임없이 시위를 벌이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다시금 동분서주하는 동안 강인호는 딜레마에 빠집니다. 물론 자신의 딸, 새미가 그런 상황에 처했다면 정말 두손 두발 걷고 그 사람들을 저주하며 그 사람들이 처벌받게 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하겠지만 가정에서의 그의 위치는 돈을 벌어와야 하는 가장이자 아내 아는 사람의 소개로 자애원에 오게 된 기간제 교사에 불과했던 겁니다. 그다지 뚝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편이 아니었던 그는 자신의 모든 힘을 다해 자애원 아이들을 도와주겠다는 결심을 뒤로 한채 무진으로 내려온 아내에게 설득당하고 서울로 올라갑니다. 사실 강인호처럼 사건에 깊이 관여하기를 결정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겁니다. 한번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자신이 그런 위치에 있는데 정의 운운하면서 가족을 내버릴 수 있는지. (거기다가 가족은 이런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이에요.) 이런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가족을 원망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래,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는 할거야라는 생각으로 한발 물러서고 말겁니다. 저도 그런 상황에서는 뒷걸음질 칠 것을 알기에 더더욱 마음 한켠이 에려왔어요. 끝내 무시당하고 핍박받고 궁지에 처한 이들을 외면하고 서울로 떠나는 강인호의 모습에서 전형적인 소시민적 태도를 볼 수 있었습니다.


      소시민적 태도라고 해서 꼭 비난하고 싶은 것은 아니에요. 가정을 지킨다는 것도 참 숭고한 일이지요. 딸아이를 먹여 살리고, 아내를 기쁘게 해주고,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으며 오순도순 살아가는 것도 나쁜 일이 아닐겁니다. 한 남자로서 직장만 제대로 갖춰진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공지영씨는 이런 태도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단순히 우리 사회의 부조리함을 폭로하기 위해 이 책을 쓴걸까요? 이 세상이 광란의 도가니라는 것을 말해주기 위해? 강인호를 통해 우리의 끝까지 진실을 위해 매달리지 못하는 태도를 꼬집고 행동을 촉구하기 위해서 쓰지 않았을까 합니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결말처럼 우리가 수많은 노력을 들였다고 해도 그것이 허탕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우리를 진실로부터 멀어지거나 아니면 진실을 추구하는 데에 지쳐 나가 떨어지게 만들죠. 서유진이라는 사람은 강인호와 다릅니다. 일단 직장부터 다르잖아요. 무진 인권 센터라니까요. 그녀는 끝까지 세상에 소외받는 이들을 위하여 일할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녀를 보면서 드는 제 생각은 세상을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만 할까 하는 것입니다. 조금만 편해지자면 편해질 수 있건만 그 알량한 정의와 양심때문에 내 인생 하나를 오롯이 바쳐야 하는가도 딜레마죠. 애초에 이길 수 없는 싸움을 시작한다는 것도 잃을 것이 없는 사람이 아닌 다음에야 선뜻 나서기 힘들테니까요. 책을 읽으면서 강인호와 서유진을 왔다갔다 하는 통에 제 마음이 너무나도 번잡스러웠습니다. 왠지 내 자신이 비난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구요. 하지만 이런 자극을 받음으로 인해 의식의 저편에서 무언가 조그마한 것이 바뀌지 않았을까요? 이 책 하나로 제 인생이 바뀌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저는 여전히 소시민일거고 여전히 무기력하게 공부만 해대는 학생이겠죠. 그래도 이런 계기들이 조금씩 쌓인다면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짧은 시간 동안 읽은 것 치고는 할 말이 참 많네요. 교과서적으로 다루어지는 주제이긴 하지만 그 내용이 정말 충격적인 만큼 저를 흥분의 도가니에 밀어 넣게 하는 책이었네요. 책을 읽은 건 좀 시간이 지났지만(한 2주일 전쯤?) 이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생각을 정리해나가지 않은 상태에서 서평을 썼다면 그냥 흥분한 상태에서 지껄이는 헛소리밖에 나오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ㅎㅎ 진지한 주제를 싫어하시는 분, 말 그대로 재미있는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런 류의 책 질색하시겠지만 한번쯤 이런 우울과 진지함의 경계에 서보고 싶으시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사실 여름쯤 나온 책이라 많은 분들이 읽었겠지만 (공지영씨 소설은 나오면 보통 베스트셀러니까..) 뒤늦게 공지영씨의 책을 알게 되었고 그녀의 예전 책들을 읽어보았더니 꽤 맘에 들었다면, 이번엔 '도가니'를 읽어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일 것 같습니다. 아아, 저는 이제 잠시 연두와 유리를 품에 안고 따뜻한 위로의 한마디와 함께 안녕을 고해야겠네요. 다음에 이 책을 집어들게 될 때까지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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