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84 1 - 4月-6月 - 1Q84(1)4月-6月
2009-08-25
14,800원 | 656쪽 | 195*140mm
종합평점 : 4.6 ( 4 명)
전세계 독자가 손꼽아 기다려온 무라카미 하루키 5년 만의 신작 장편!
압도적인 이야기의 강렬함, 읽기를 멈출 수 없는 놀라운 흡인력,
이전 작품을 모두 끌어안으면서도 확연한 한 획을 긋는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의 결정판!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로 시작하여 『노르웨이의 숲』으로 마무리되는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의 집대성! 『해변의 카프카』 이후 7년 만에, 『어둠의 저편』 이후 5년 만에 출간된 무라카미 하루키 장편소설로, 일본에서는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출간되기 전 예약 판매 첫날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으며, 당일인 5월 29일 하루에만 68만 부가 판매. 발매 10일 만에 100만 부 판매, 출간 3개월 만에 2009년 일본 전체 서적 판매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또한 소설 속 주인공인 아오마메가 택시 안에서 듣는 곡인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 소설 속에 등장하는 러시아 작가 체호프의 여행기 『사할린 섬』 등 소설이 불러온 인기는 관련서적과 음반으로까지 확대되었다.

이처럼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킨 이 작품은 “지금 이 세상에 존재하는 내가 과연 진정한 나일까?”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전한다. 꽉 막힌 고속도로의 비상계단을 내려오면서 다른 세계로 접어든 여자 아오마메. 천부적인 문학성을 지닌 열일곱 소녀를 만나며 기묘한 사건에 휘말리는 작가지망생 덴고. 그들 앞에 펼쳐지는 1Q84! 그들은 몇 개의 달이 떠 있는 하늘 아래에서 만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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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아오마메 Q 겉모습에 속지 않도록

제2장 덴고 Q 조금 특별한 아이디어

제3장 아오마메 Q 변경된 몇 가지 사실

제4장 덴고 Q 당신이 그걸 원한다면

제5장 아오마메 Q 전문적인 기능과 훈련이 필요한 직업

제6장 덴고 Q 우리는 꽤 먼 곳까지 가게 될까

제7장 아오마메 Q 나비를 깨우지 않도록 아주 조용히

제8장 덴고 Q 모르는 곳에 가서 모르는 누군가를 만나다

제9장 아오마메 Q 풍경이 변하고 룰이 바뀌었다

제10장 덴고 Q 진짜 피가 흐르는 실제 혁명

제11장 아오마메 Q 육체야말로 인간의 신전이다

제12장 덴고 Q 당신의 왕국이 우리에게 임하옵시며

제13장 아오마메 Q 천부적인 피해자

제14장 덴고 Q 대부분의 독자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것

제15장 아오마메 Q 기구에 닻을 매달듯 단단하게

제16장 덴고 Q 마음에 든다니 정말 기뻐

제17장 아오마메 Q 우리가 행복하든 불행하든

제18장 덴고 Q 더이상 빅 브라더가 나설 자리는 없다

제19장 아오마메 Q 비밀을 함께 나누는 여자들

제20장 덴고 Q 가엾은 길랴크 인

제21장 아오마메 Q 아무리 먼 곳으로 가려고 해도

제22장 덴고 Q 시간이 일그러진 모양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것

제23장 아오마메 Q 이건 뭔가의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

제24장 덴고 Q 여기가 아닌 세계라는 것의 의미는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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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떤 칭찬도 아깝지 않다!
    정군 | 2009년 08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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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간 날 68만부가 팔렸다. 10일 만에 100만부가 팔렸다. 두 달이 안 돼 220만부 이상 팔렸다고 한다. 어떤 책인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5년 만에 내놓은 신작 <1Q84>가 일본에서 거둔, 그리고 지금도 진행 중인...

    출간 날 68만부가 팔렸다. 10일 만에 100만부가 팔렸다. 두 달이 안 돼 220만부 이상 팔렸다고 한다. 어떤 책인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5년 만에 내놓은 신작 <1Q84>가 일본에서 거둔, 그리고 지금도 진행 중인 판매량이다. 엄청나다. 일본 출판의 역사를 갈아치웠다는 말이 무색치 않다.


    도대체 어떤 소설이기에 그런가. 1984년을 배경으로 한 <1Q84>는 미녀 킬러 아오마메와 소설가 지망생 덴고의 이야기가 교대로 등장하며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스포츠클럽에서 호신술을 알려주는 강사 아오마메는 누군가의 청을 받고 사람을 죽이는 킬러이기도 하다. 돈 때문에 일을 하는 건 아니다. 아내를 죽을 만큼 때리는, 어린 소녀를 성폭행하며 희희낙락하는 '몹쓸' 남자들만 죽인다.


    그날도 아오마메는 누군가를 죽이러 가는 길이었다. 고속도로는 꽉 막혀 있었다. 그녀는 택시운전사의 말을 듣고 고속도로의 비상계단을 찾아 내려간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이질감 같은 것이라고 할까? 세상이 변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양파 껍질처럼 얇지만, 확실히 뭔가 달라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덴고는 어떤 소녀의 글을 읽었다. 문학상 수상작에 응모한 그 소설은 놀랍도록 강렬하고, 경이로울 정도로 환상적인 어떤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문장'이 완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머리 좋은 어떤 편집자도 그것을 알고 있다. 편집자는 덴고에게 말한다. 네가 문장을 매끄럽게 다시 써보지 않겠냐고. 말도 안 되는 소리였지만, 덴고는 그렇게 하기로 한다. 그래서 소설을 쓴 소녀를 만나러 간다.


    아오마메가 느낀 그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몇 가지 사건을 통해 아오마메는 이 세계가 '내'가 알던 세계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1Q84년. 이 새로운 세계를 그렇게 부르기로 하자, 라고 아오마메는 생각한다. question mark인 'Q'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이것을 모르는 걸까. 아오마메는 주변을 살펴본다. 하늘에 달이 두 개 떠있는데, 분명히 보이는데, 아무도 그것을 모르는 것 같다. 세상 모두가 그런 것 같다.


    덴고는 소녀를 만난다. 소녀는 소설을 고쳐 쓰는 것에 동의한다. 소녀의 보호자도 그것에 동의한다. 일이 너무 잘 풀려가는 느낌이 드는 건 뭘까? 누군가가 마치, 광신도집단과 신비로운 일이 담긴 이 소설의 내용이 알려져 뭔가 문제되기를 바라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덴고는 쓴다. 그만큼 소설이 강렬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문득문득, 덴고는 생각한다. 열 살 때 자신의 손을 꼭 잡아주었던 어떤 소녀를. 그녀도 자신을 기억하고 있을까? 덴고는 떠올려본다. 아오마메의 손길을.


    아오마메와 덴고의 이야기로 만들어진 <1Q84>를 나는 어떻게 읽었나. 폭풍에 몸을 담근 느낌이다. 한편으로는 우주선을 타고 올라간 저 곳에서 광활한 우주를 본 것 같은 느낌이다. 또한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놀라운 흡인력에 몸이 휘청거리기도 했다. 그만큼 소설이 거대한 이야기를, 흡인력 있게 들려주고 있다.


    다음에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서 미칠 것 같은 그 기분을 아시는지? <1Q84>를 읽는 느낌이 그렇다. 책장을 넘길수록 거대한 세계의 베일을 벗기는 것 같은 체험을 해보셨는지? <1Q84>가 그렇다. 하루키가 10여 년 동안 준비했다는 말이 무색치 않게 하루키의 노력과 정성이 보이는 <1Q84>, 이제껏 읽었던 일본소설들과는 격이 다른 품격을 보이는, 대단한 소설의 미덕을 두루 갖추고 있다.

  • 나는 어느 누구와도 이어져 있으며 또한 이어져 있지 않다 달, 소설, 환상
    깊은슬픔 | 2009년 11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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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여덟, 사소한 장난에도 까르르 웃던 단발머리 소녀시절부터 하루키를 읽었다. 뭘 알고 시작했던 것은 아니다. 부터 까지 5년을 꼬박 읽고 나서야 정신이 들었다. 그 시절, 저 모퉁이를 돌면 처음 보는 세계와 조우...

    열여덟, 사소한 장난에도 까르르 웃던 단발머리 소녀시절부터 하루키를 읽었다. 뭘 알고 시작했던 것은 아니다. <상실의 시대>부터 <어둠의 저편>까지 5년을 꼬박 읽고 나서야 정신이 들었다. 그 시절, 저 모퉁이를 돌면 처음 보는 세계와 조우할 것 같은 막연한 느낌이나 거울 속의 내가 진짜 내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오래도록 지속되었다. 혼돈이고 방황이었다. 어떤 날은 읽을 페이지가 줄어드는 게 아까워 일찌감치 책을 덮었고 어떤 날은 나의 실체와 만날 욕망에 몸서리치며 책을 펼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읽고자 하는 욕망을 멈출 수 없음을 깨달았다. 세라쟈드의 유혹에 못 이기는 샤리아르 왕이 되어버린 것이다. 당시엔 미흡한 표현력 때문에 하루키의 다른 세계에 대해 무언가를 얘기한다는 건 시도할 수도 없었고 그래서도 안 되는 금기처럼 여겨졌다. 흡인력은 대단하지만,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면 늘 막히고 마는 것이 내 탓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루키의 세계관을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그가 창조한 세계 속에 나는 살았다. 5년 전 일이다. 이번엔 반드시 알고 싶었다. 표현하고도 싶었다. 목적은 단 하나. 그의 소설 속에 투입되는 쓸모없는 소품 말고 작품 바깥에서 냉정하게 들여다보는 똑똑한 말이 되고 싶었다. 바로 그거였다.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려는 욕망과 냉정한 평가를 내리고 싶은 비평욕구가 충돌했다. 그를 처음 만난 후로 무려 열 살이나 더 자랐으니 못할 것도 없다. 어느새 나는 세상에서 가장 자신감 넘치는 독자가 되었다. 드디어 모든 페이지를 다 덮고 이 글을 쓴다.


    굳이 고백하자면 <1Q84>를 읽는 긴 시간동안 내가 과연 어디에 존재했는지 가늠할 수가 없다. 아오마메와 덴고를 만난 시간이 진짜였는지도 확신할 수가 없다. 그들은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었고, 만나고 있으면서도 아직 만나지 않은 것과 다름없는 사람이었다. 실체와 관념이 뒤섞인 온갖 알레고리로 가득 찬 아이러니한 세계에 들어서는 일은 그저 신비롭고 놀라울 따름이었다. 거기에 해석 같은 건 끼어들 여지가 없다. 그것만으로도 하루키는 대단한 평가를 받아 마땅한 것이리라. 어쨌든 그의 새 소설은 예전과는 분명히 다른 의미에서 낯선 경이로움으로 다가왔다. 내가 자랐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이건 소설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텍스트다. 그렇지 않으면 존재하는 세계와 존재하지 않는 모든 세계를 포함하는 우주 그 자체다. 비록 문학이지만 심리학, 사회학, 종교학, 철학, 역사학, 과학을 버물린 폭풍 같은 단 하나의 텍스트다. 초현실적 감각과 빨려들듯 선명한 이미지에 감탄했다. 믿고 싶으면 믿고, 믿기 싫으면 믿지 않으면 그만이다. 펼칠 때부터 내 것이 아니었으니 모두 읽었다고 해서 반드시 내 것이 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그저 느낌만으로 충분하다. 어느새 챕터가 넘어갈 때마다 긴장된 목소리로 주문을 외우는 나를 발견한다. 빠져들면 안 된다. 동화되어서도 안 된다. 나는 평가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효과는 있었다. 적어도 나는, 아직은, 그 거대한 우주 바깥에 존재하는 사람이었으니까.


    당신은 몇 개입니까? 도대체 수많은 당신 중에 어느 것이 진짜고 어느 것이 가짜입니까? 나는 스물일곱 개 존재합니다. 아니, 그건 년(年) 단위로 볼 때 얘기고, 만약 월(月) 단위로 본다면 나를 도대체 몇 개라고 해야 할지, 만약 일(日) 아니 시(時), 분(分), 초(秒)로 본다면 과연 내가 몇 개인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물며 시간이 아니라 공간으로 나눈다면, 지금까지 만나온 사람들의 수로 나눈다면, 시시각각 변하는 머릿속 생각으로 나눈다면 과연 나는 몇 개가 될까요? 이것이 진실이다. 우린 아무도 자신을 제대로 알 수 없는 존재들인 것이다. 그래서 타인을 만들어내고 교감하며 그 중 누군가를 통해 나를 정의하려 한다. 아오마메와 덴고는 알았을까. 자신이 몇 개인지를, 어디까지가 기억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인지를, 어느 것이 진짜이고 어느 것이 가짜인지를. 세상에 그 사실을 아는 존재는 딱 하나다. 완벽한 존재, 초자연적 존재, 리틀 피플, 아니 신. 살아가는 동안은 절대로 진짜를 알 수 없다는 사실이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다. 나는 아직도 아오마메와 덴고가 단 한 번이라도 같은 세상에 함께 존재했다고는 여길 수가 없다. 앞으로도 여전히 그렇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가엾은 커플은 표면상으로만 보더라도 제대로 만나지 못하고 있다. 데이트를 할 수도 없고, 껴안을 수도 없다. 처음부터 정해져 있던 일이다. 끊임없이 만나려고 애쓰지만 결국은 만날 수 없다. 내가 또 다른 나를 만날 수 없는 것처럼. 각기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셀 수 없는 나들은 그저 각자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일을 할 뿐이다. 종교, 범죄, 성욕, 사랑, 고독도 모두 그런 이유에서 존재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모든 것을 손아귀에 쥐고 흔들려고 할 때 비로소 우린 알게 된다. 아무리 많은 것을 쥐고 있다한들, 우린 기본적으로 흔들리는 존재이지, 흔드는 존재가 될 수 없다는 걸. 그리고 이동한다. 이 세계에서 저 세계로, 삶에서 죽음으로, 사랑에서 증오로, 희망에서 절망으로, 선에서 악으로, 천국에서 지옥으로, 인간에서 신으로, 무엇에서 무엇이 아닌 것으로.


    아오마메는 어린 시절 ‘증인회’에서 고립되었던 기억이, 덴고는 어린 시절 어머니의 부재와 아버지의 냉랭한 대우가 오래도록 상처가 되어 남았다. 적어도 진짜라 믿는 세상에서 진짜의 모습을 한 그들은 남들과 같이 멀쩡한 모습으로 살아가지 못한다. 아오마메는 살인자, 덴고는 남의 작품을 리라이팅해 문학상을 조작한 사람일 뿐이다. 하지만 문제는 아오마메와 덴고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달이 두 개인 세계에 있다. 달은 왜 두 개가 되었는가. 상처가 치유되는 지점이 열 살의 교실이라는 점에서 또는 리틀 피플이 택한 필연적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둘은 동일 기억을 공유하는 동일 인물일 수 있다. 그렇다면 리틀 피플은 뭐고 공기 번데기는 또 뭘까. 실체를 알 수 없으므로 끝없는 고민이 필요하다. 우린 누군가와 어떤 기억을 얼마나 공유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방금 전의 현실은 대체 어디로 사라지는 걸까. 거대한 저장고에 든 기억이 작가 박민규가 만든 냉장고에서 터져 나오기 전에는 카스테라의 모습을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엉클어진 기억들의 존재와 부재를 누구도 제대로 생산해낼 수 없다. 그것이 이 이야기를 만들었다. 악과 선, 현실과 환상, 실체와 관념, 죽음과 삶처럼 상반된 것들은 절대로 동시에 존재할 수 없으며 존재해서도 안 된다. 간단한 공식이 파괴되는 순간 비극이 일어난다. 그러므로 이 세계의 나는 저 세계의 나와는 분명 다르다. 나의 본질은 그대로지만 새로운 세계에서의 실체 또한 그대로일 리 없다. 본질은 그대로인데 실체는 매번 달라진다.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본질 또한 흔들리게 된다. 내가 변한 것인지 세계가 변한 것인지 알 수 없어진다. 바로 그 때, 1Q84 시대가 도래 하는 것이다.


    인간의 욕망을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그것이 어떤 것이든 가장 소중한 기억을 바탕으로 한 후회의 상처라는 것을 알게 된다. 소중하지만 상처가 된 기억. 예를 들면 아오마메와 덴고가 서로에게 이끌렸으나 끝내 말할 수 없었던 사랑 같은 것. 덴고에게 연상의 걸프렌드와 후카에리가 아오마메에게 가는 길이었듯, 아오마메에게 있어 낯선 남자들과의 잠자리는 덴고를 향한 사랑이자 자신을 지키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할 때, 그는 과연 어느 세상에 존재하고 있을까? 내가 너를 부를 때, 너는 무엇을 듣고 있을까? 전화를 하고, 목소리를 듣고, 보고 싶다는 말에 달려온다 해서 달려온 너를 내가 보고 싶어 했던 그 때의 너라고 완전하게 증명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하루키는 자신의 모든 작품에서 늘 욕망의 밑바닥을 보여주었다. 욕망이 있으면 변형도 있다. 욕망은 속한 세상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고 뒤틀린다. 내 부모가 재벌이 아닌데 내가 재벌 2세가 될 수는 없다. 따라서 바로 지금 내가 안은 모든 욕망의 근원이 오로지 나에게만 있으란 법도 없다. 리틀 피플이 만들어낸 덴고의 공기번데기에 열 살의 아오마메가 들었듯 나의 공기번데기를 열면 나만 아는 나의 욕망이 들었음을 그 누구도 아닌 나는 알고 있다. 나는 어느 누구와도 이어져 있으며 또한 누구와도 이어져 있지 않다. 나를 여러 개로 나눠야 하는 자체가 이미 부조리한 세상에 속해있는 증거다. 그것은 내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아는 세계와 모르는 세계,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 우주 곳곳에 뿌려져 있는 모든 세상의 것들이 이미 나다. 그건 굳이 공기번데기를 들여다보지 않아도 이미 안다. 아오마메와 덴고에게서는 그저 존재의 본질을 배울 뿐이다.


    나의 공기번데기와 그의 공기번데기에 같은 것이 든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이다. 사랑이 모두를 존재하게 한다. 뿐만 아니라 욕망, 기억, 추억 등이 모두 그렇다. <1Q84>는 사랑이야기가 아니지만 내가 알게 된 유일한 사실은 나의 눈, 코, 입, 팔, 다리, 가슴 같은 실체가 매순간의 시간과 보이지 않는 모든 공간에서 관념의 기억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그 속에 이미 사랑이 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어쨌거나 덴고는 아오마메를 찾아 나서기로 마음먹었다. 하루키가 이대로 소설을 끝맺지는 않을 거라는 소식이 일단은 희망적이다. 대부분의 소설이 뒤로 갈수록 의문이 풀리는데 반해 <1Q84>는 불확실성과 비판을 감내해야 할 부분만 잔뜩 남겨두고 영 찝찝하게 끝났기 때문이다. 고마쓰와 연상의 걸프렌드의 부재, 아오마메와 덴고의 재회, 끊임없는 달 타령을 허용한다고 해도 평화를 지향하던 농업 코뮌 단체였던 ‘선구’가 종교단체로 변모한 과정은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뜬금없다. 경험상 하루키가 다음 권을 쓴다고 해도 알레고리로 둘러싸인 모든 것들의 실체는 여전히 관념에 휩싸여있을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3권을 보고 싶은 마음은 그저 기대일지도 모르겠다. 읽는 내내 누가 툭 치면 금방이라도 이 세계의 내가 아닌 다른 세계의 내가 튀어나올 것 같은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어야 했다. 불바다가, 폭탄이 나를 삼켜버리지 않기를, 2009년에 사는 내가 200Q년으로 이동하더라도 나는 여전히 나이기를, 그리고 당신은 여전히 당신이기를, 나의 모든 것은 언제나 내 것이기를 간절히 바랐다. 모든 것을 알 수 없는 막연한 느낌은 원래 하루키의 작품이 주는 선물이니 이번에도 고스란히 안고 가려 한다. 다른 어디도 아닌 바로 지금, 여기 현재, 나와 또 다른 내가 또는 당신과 또 다른 당신이 서로 만나 이야기하고, 밥 먹고, 아파하고, 슬퍼하고, 사랑을 나누는 것이 환상이 아니라 현실이기를, 죽음이 아니라 삶이기를, 절망이 아니라 희망이기를, 그래서 행복하기를. 성교로 인한 교접. 비록 짧았지만 어쩐지 그 초월적 세계를 이해할 수 있을 듯한 비약적인 기분이 들었다.

  • 1Q84, 두개의 달이 떠 있는 어느 날들의 이야기
    린넷 | 2009년 1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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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의 점에서 두개의 선이 빠져나온다. 선은 각자 다른 방향 각은 각도로 포물선을 그린다. 선은 점점 멀어지다가 다시 서로를 향한다. 두개의 포물선이 만난다. 이제 두개의 선은 교차하서나 하나...
     

    하나의 점에서 두개의 선이 빠져나온다.


    선은 각자 다른 방향 각은 각도로 포물선을 그린다.


    선은 점점 멀어지다가 다시 서로를 향한다.


    두개의 포물선이 만난다.


    이제 두개의 선은 교차하서나 하나의 선으로 새로 태어날 것이다.


     


    나는 물론 그 선의 시작점에서부터 그 선들이 움직이는 것을 본 것은 아니다.. 나는 아마, 두개의 선들이 가장 멀어져있던, 3차 방정식그래프로 설명하자면 그 선들의 꼭지점즈음에서 이 선들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이 두개의 선이 만나 한 점을 이루는 곳에서 책을 바라보고 있다.


     


    1Q84...두개의 달이 떠 있는 어느 이상한 날들의 이야기. 


    요즘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며 여기저기에서 난리가 난 무라카미 하루키의 장편 소설 제1권을 읽은 나의 느낌을 표현하자면 대충 이런 느낌이다.





    두개의 서로 다른 이야기.


    <1Q84>는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서른살의 여인 아오마메와 같은 나이의 덴고. 서로 같은 나이이지만 너무도 다른 두 사람. 아오마메는 어린 시절 소프트 볼 선수를 거처 스포츠 의학과 침술을 공부하고 스포츠 클럽의 강사로 일을 하는 여성이자, 자신이 직접 만들어낸 도구로 자연사로 위장한 살인을 거듭하는 킬러이다. 이에 반해 서른 살의 덴고는 수학강사로 일을 하며 소설가로의 등단을 위해 조금씩 자신의 글들을 준비하고 있는 일종의 소설가 지망생이다. 서로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교차로 이어지며 <1Q84>는 마치 전혀 다른 두가지의 이야기가 섞여 있는 듯한 분위기로 시작된다. 전혀 다른 두개의 선이 평생선을 달리듯이 말이다.




    아오마메, 그녀의 이유있는 범죄와 그녀의 상처.


    아오마메의 살해의 대상은 남성이나는 타고난 성적 우월성과 겉으로 보기에는 견고하게 다듬어진듯한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자신의 아내에게 폭력을 일삼는 파렴치하고 간악한 남성로 제한되어 있다. 그녀가 스스로 이러한 사람들을 찾아내어 하는 것은 아니나, 자신에게 이런 사람들을 자연사로 위장시켜 사회에서 격리시키는 일을 제공하는 이는 또 다른 여성이자 나이가 지긋한 노부인이다. 어린시절부터 유일하다시피했던 절친한 친구를 가정폭력으로 잃었던 아오마메와 소중한 딸을 역시 가정폭력이라는 이유로 임신한 상태에서 잃어야만 했던 두 여인의 상처가 맞물리며, 그녀의 친구와 그녀의 딸에게, 혹은 아오마메와 노부인에게 절대 잊혀지지 않을 고통을 안겨주는 대상을 다른 세상으로 보내기 위한 계획이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자신을 위한 것이 없는, 무기력하고 의미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던 아오마메는 어느날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이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것과는 조금 다른 형태로 만들어져 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하늘에는 두개의 달이 뜨고, 그녀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대형사건이 과거에 기록되어 있다. 그녀의 머리에는 없으나 현실에는 존재하는 것들, 그리고 그녀 이외에는 아무도 의문을 가지지 않는 것들이 생겨나면서 그녀는 스스로를 확신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그녀는 그녀의 기억과 비슷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달라져 있는 올해에 새로운 이름을 붙인다. 바로 <1Q84>...어딘지 모르게 다른, 그래서 의문히 가득 들어찬 해. 1984년의 다른 이름.. <1Q84>...


     


    덴고, 그의 이유있는 사기행각과 그의 기억


    소설가 지망생 덴고에게는 또 다른 사건이 벌어진다. 어느날 우연히 접하게 된 17세 소녀의 소설 한편. <공기 번데기>라는 알 수 없는 제목으로 한 문예지의 신인작가 응모전에 지원된 이 작품은 어딘지 어색하고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이지만 다른 어느 곳에서도 느낄 수 없는 상상력과 독특함으로 그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어딘지 일반적인 규칙에서 한참 벗어나 있는 듯한 이 글이 어쩌면 세간의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도 못하고 묻혀버릴 것이라는 걱정과 함께 조금 더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게 하고자 하는 문학도로서의 알수없는 욕망에 이끌려 그는 이 작품의 수정에 참여하게 된다. 작가는 따로 있으나 덴고 자신은 오로지 문장을 수정하고 새로 정리하여 내는 리라이팅 작업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리라이팅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공기 번데기>의 원작자 후카에리와의 만남으로 덴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의 거대한 사건에 휘말리기 시작한다.




    두 이야기가 시작되고, 두 이야기가 만나는 지점.


    이야기가 중반을 지나 끝으로 가게 되면(1권에 한해) 서로 너무나 다른, 그래서 두권의 책을 섞어 읽는 듯한 느낌까지 받게 하는 이 이야기들이 사실은 처음부터 이어졌음을 알리는 몇가지 단서들을 만나게 된다. 어린 시절 증인회라는 종교의 신앙을 가지고 있던 아오마메의 부모님때문에 본의 아니게 많은 것들을 강요당하고, 많은 것들에서 배척당해야했던 상처의 기억들 사이에서 그녀를 유일하게 구원해주었던 존재가 바로 덴고였던 것. 덴고의 아주 작은 배려가 그녀에게 강요당한 어린 시절의 상처들에서 그녀가 빠져나오게 된 힘을 제공했던 것이다. 그래서 아오마메는 오랜 시간 덴고를 추억하고 기다린다. 또 어린 시절 상처를 만들었던 부모님의 잘못된 신앙을 이유로 그녀는 편집적인 종교적 신앙에 대해서도 반감을 가지고 있다. 아오마에에게 덴고가 거대한 기억의 존재였던 것에 반해 덴고에게 아오마메는 아주 큰 기억은 아니다. 그저 어린시절 특이한 행동과 종교로 친구들과 섞이지 못하고 따돌림 당했던 10살 소녀의 기억이 전부라면 전부일까, 무언가 특이한 점이 있다면 NHK의 수신료 수납원으로 일했던 아버지가 일요일이면 강요하다시피 해서 데리고 다녔던 수납경로일주에서 그녀를 만났다는 것 정도일까? 하지만 덴고에게도 자신이 박탈당한 일요일의 자유와 10살의 아오마메가 박탈당한 전도로 인한 자유가 묘한 동질감을 느끼게 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과거의 한 시절을 함께 보낸 아오마메와 덴고는 그러나 현재는 아주 다른 삶을 살고 있다. 한 사람은 냉혹한 킬러로, 한 사람은 꿈을 그리고자 하는 소설가 지망생으로.. 이 두 사람이 다시 만나는 지점. 그것은 바로 덴고가 리라이팅 작업을 하게 된 <공기번데기>의 원작자 후카에리가 된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후카에리라는, 또 <공기 번데기>라는 점에서 만나게 되는 두 사람의 이야기. 그 이야기는 서로 만나게 되는 그 점에서까지고 조금은 다른 관점을 보여주지만, 그래서 더욱 몽환적이고 알 수 없는 매력을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1Q84>의 첫번째 이야기였다.




    두개의 달이 뜨는 <1Q84>년의 어느날들..


    몇년 전쯤 서태지와 아이들이 발매했던 앨범중에 시대유감이라는 곡이 있었다. 사전심의제를 실질적으로 없애는 역할을 했던 획기적인 사건을 만들어내었던 곡으로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있는 곡이기도 한 이 노래는, 처음 발매되던 시기에는 가사가 심의에 걸렸다는 이유로 가사가 아예 없는 버전으로 발매되었다가 후에 다시 가사가 더해져 재수록 되었던 곡이기도 하다. 그 시대유감의 가사에 바로 <1Q84>에 등장하는 두개의 달이 살짝 모습을 드러낸다. 기존의 세계에 지친 사람들은 새로운 세상을 기다리다 미쳐가고, 두 개의 달이 뜬 어느 날에 사람들은 새로운 날이 올것이라는 기대를 품는 다는 내용. 바로 <1Q84>에서 등장하는 두개의 달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그런 달의 모습으로 말이다. 두 개의 달은 다른 여러 문화권의 문학에서도 사람들이 미치거나, 엄청난 위험이 몰려드는 흉조로 취급되는 경우가 있다. 때로 그 위험은 세계의 멸망으로 그려지기도 하고, 그저 흉조로만 그 역할을 다하기도 하는데 아마도 <1Q84>의 두개의 달 역시 이런 의미를 담고 있지 않을까? 위험이 지나가고 나면 새로운 날이 오리라. 루나틱한 광기들이 새로운 날들을 끌어오리라는 광적인 믿음과 그 위기 뒤에 어쩌면 기다리거나 모습을 드러낼 지도 모를 새로운 날들이...


     


    아직은 <1Q84>가 무엇을 그리고자 하는 이야기인지,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지 자신할 수없다. 이제 겨우 반절을 읽었을 뿐이니 말이다. 하지만 무엇인가가 일어날 <1Q84>해의 기록은 그래서 더욱 매력적이고 손을 뗄 수 없지 않나 생각해본다.

  • 다음편이 궁금하게 만드는 책
    보슬비 | 2009년 12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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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 오웰의 '1984'는 참 많이 들어왔지만, 정확히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저는 모릅니다. 이 책 역시 조지 오웰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 책을 읽으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까?...
    조지 오웰의 '1984'는 참 많이 들어왔지만, 정확히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저는 모릅니다. 이 책 역시 조지 오웰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 책을 읽으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까?하는 생각도 했지만, 저는 그냥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 그대로만 읽어보기로 했어요. 

    솔직히 너무 이 책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들을 들어왔고, 베스트셀러라 마치 이 책을 읽지 않으면 독서인이 아닌듯한 분위기에 이 책을 읽고 싶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명성은 무시할수 없더군요. 기존의 그의 책을 몇권 읽고 마음에 들었던터라 베스트셀러이기 때문이 아닌 작가 때문에 선택한 책이예요. 

    사실 무라카미 하루키의 파워는 일본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명성이 자자하더군요. 체코의 서점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영문판 책을 판매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도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해외에서 알아주는 작가가 많이 나왔으면 하는 부러움도 있었구요.  

    읽는 동안 '해변의 카프카'가 생각났는데,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무너진 또 하나의 세계에서 이야기하는 과정이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킬러와 작가에 대한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전혀 공통점이 없어보이던 한 여자와 한 남자의 이야기가 서서히 교차되면서 만나게 됩니다.

    아직은 1편밖에 읽지 않아서 어떻게 이야기가 흘러갈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과연 덴고와 아오마메는 선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리틀피플의 정체를 밝혀낼수 있는지 무척 궁금하네요.



    겉표지 디자인을 벗겼습니다. 책을 읽을때 항상 겉표지를 벗겨서 읽는데,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은 다 벗겨져 있어서 굳이 벗겨내는 수고로움은 없었습니다



    제일 첫페이지에 있는 글인데 마음에 드는 글이었습니다.




    655페이지 꽤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 제가 본 하늘의 달은 하나입니다.
    학진사랑 | 2010년 09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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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본 밤 하늘에는 달이 하나 밖에 없답니다. 두 눈을 비비고 아무리 자세히 살펴 보아도 달이 하나입니다. 그건 엄청나게 다행스런 일이라구요?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오로지 앞으로만 나아갈 수 있는, ...

    제가 본 밤 하늘에는 달이 하나 밖에 없답니다. 두 눈을 비비고 아무리 자세히 살펴 보아도 달이 하나입니다. 그건 엄청나게 다행스런 일이라구요?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오로지 앞으로만 나아갈 수 있는, 되돌아 갈 수 없는 곳에서 살아가야 한다면 정말 많이 슬퍼질 것 같거든요. 물론 극소수의 사람만이 달이 두 개인 것을 알아차리겠지만요.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제가 발을 디디고 서 있는 이 곳은 1Q84년이 아닌 1984년을 훨씬 지나 2010년의 아주,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라는 겁니다. 이렇게 말한다고해서 무엇이 달라질까요. 다만 후카에리가 들려준 '공기 번데기', '리틀 피플', '리시버'와 '퍼시버' 등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는 믿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믿지 않으면 덴고와 아오마메의 사랑이 너무 슬프니까요.  


     


    '1Q84'란 책 제목을 처음부터 제대로 읽어내는 사람은 몇 되지 않을 것이다. 'IQ84'로 읽은 사람이 대체로 많을 것이라는 말이다. 이 책을 읽어본 사람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것들에는 책 제목을 자신있게 '1Q84'라고 제대로 발음할 수 있는 것까지 포함되는데 이는 달이 두 개인 하늘을 바라보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 그 달. 들. 을 눈으로 직접 보지 않는다 해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음을 서로가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어 무라카미 하루키가 만들어낸 작품 세계에서 내가 수많은 사람들속에서 이질적인 존재로 살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을 느끼게 한다.


     


    덴고의 이야기, 아오마메의 이야기가 하나씩 나열되고 이들이 어떤 형태로든 운명적으로 이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아니 덴고의 입에서 '아오마메'라는 이름이 불리었을 때 두 사람은 그대로 서로의 운명이 된다. 같은 공간에서 하늘에 떠 있는 두 개의 달을 함께 바라보는 두 사람의 모습이 겹쳐질 때 나는 덴고와 아오마메는 꼭 만나야만 한다는 간절한 염원을 담아 책장을 넘겼다. 어디까지나 모든 결말은 작가의 손에서 탄생하는 것이겠지만 한 사람은 1984년에, 또 한 사람은 1Q84년에 놓아둔 것도 아닌데 시공을 초월하는 공간에 함께 있는 두 사람을 못 만나게 한다는 것은 독자로서 괘씸하게 생각해야 할 일이다. 두 사람이 없었다면 결코 1Q84는 탄생될 수 없었을 테니까 말이다.


     


    한 소녀가 한 소년의 손을 강하게 잡으며 서로의 눈을 들여다 보며 마음과 마음이 통했다고 해도 이 기억을 몇 십년 동안 간직하고 이 감정에 매달려 살아갈 힘을 얻는다는 것이 가능할까. 어리 아이들의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는 말이 아니다. 그 때는 사랑인줄 몰랐을 것이다. 세월이 지나 상대를 그리워하게 되면서 사랑이라는 확신을 느끼게 되었을 것이다. 그 뒤로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사람을 운명적으로, 우연하게 만나길 기대하면서 살아가는 아오마메가 덴고를 향한 사랑을 지키며 목숨까지 내어 놓는다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모르겠다. 현실이 아닌, 소설속에서나 가능한 것이 아닐까 묻고 싶다. 덴고의 아오마메를 그리워하는 마음, 아오마메의 덴고를 향한 마음, 이것이 두 사람을 1Q84라는, 현실과 어긋난 공간속으로 불러들였겠지만 덴고와 아오마메의 로미오와 줄리엣보다 더 슬픈 사랑이야기에 가슴이 아파 이들이 사랑과 다른 이유의 운명으로 이끌린 것이라고 그 사랑에 외면해 버리고 싶게 만든다. 사랑하지만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 덴고와 아오마메의 사랑은 이로인해 비극적인 사랑을 한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보다 더 가슴 아픈 사랑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제 우리는 후카에리와 덴고가 함께 만든 '공기 번데기'라는 책으로 인해 이 세계의 어딘가가 어긋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Q84라는 공간으로 어떻게 걸어 들어갈 수 있는지 모르지만 독자들도 이 책으로 인해 나도 모르는 사이에 1Q84에 들어와 버렸다. 같은 공간에 있지 않다면 덴고와 아오마메, 후카에리의 이야기를 결코 들을 수 없었을 테니 우리들이 1Q84에 있다는 것은 정확한 말일 것이다. 다시 1984년으로 돌아갈 수는 없게 되었다. 앞으로만 나아갈 수 있는 이곳에서 힘들지만 덴고와 아오마메, 후카에리를 지켜볼 수 밖에 없다. 달이 두 개인 괴이한 공간에서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지 시간이 흘러가기만을 무기력하게 지켜볼 수 밖에 없다. 덴고와 아오마메, 후카에리만을 제외한 우리들이 상실되는 상황이 벌어진다해도 우리는 그저 앞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책 속의 한줄
  •   1Q84 중에서
    사람이 자유로워진다는 건 어떤 것일까.
    그녀는 곧잘 자문했다. 하나의 감옥에서 멋지게 빠져나온다 해도,
    그곳 역시 또다른 좀 더 큰 감옥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1부 p. 393 중에서...>
    영원한청춘 | 2009-10-25 22:47:00
  •   '1Q84 1 ' 중에서



    자네도 잘 알겠지만, 조지 오웰은 소설 '1984'에서 빅 브라더라는 독재자를 등장시켰어. 물론 스탈린주의를 우화적으로 그린 것이지. 그리고 빅 브라더라는 용어는 그 이후 일종의 사회적 아이콘이 되었네. 그건 오웰의 공적이겠지. 그리고 바로 지금, 실제 1984년에 빅 브라더는 너무도 유명하고 너무도 빤히 보이는 존재가 되고 말았어. 만일 지금 우리 사회에 빅 브라더가 출현한다면 우리는 그 인물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하겠지. '조심해라. 저자는 빅 브라더다!' 하고. 다시 말해 실제 이 세계에는 더 이상 빅 브라더가 나설 자리는 없네. 그 대신 이 리틀 피플이라는 것이 등장했어. 상당히 흥미로운 언어적 대비라고 생각지 않나?
    선생은 덴고의 얼굴을 지그시 쳐다보며 웃음 비슷한 것을 떠 올렸다.
    리틀 피플은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야. 그것이 선한 것인지 악한 것인지, 실체가 있는지 없는지, 그것조차 우리는 알지 못하지. 하지만 그건 분명하게 우리의 발밑을 서서히 무너뜨리고 있어. 선생은 거기서 잠시 틈을 두었다. 후카다 부부에게, 또한 에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기 위해서는 리틀 피플이 무엇인지를 먼저 알아내야 해.

    – 501쪽



    그자들은 그래, 잊어버릴 수 있어. 아유미는 말했다. 하지만 나는 잊지 못해.
    물론이지. 아오마메는 말했다.
    역사 속의 대량학살하고 똑같아.
    대량학살?
    저지른 쪽은 적당한 이론을 달아 행위를 합리화할 수도 있고 잊어버릴 수도 있어. 보고 싶지 않은 것에서 눈을 돌릴 수도 있지. 하지만 당한 쪽은 잊지 못해. 눈을 돌리지도 못해. 기억은 부모에게서 자식에게로 대대로 이어지지. 세계라는 건 말이지. 아오마메 씨, 하나의 기억과 그 반대편 기억의 끝없는 싸움이야.

    – 622쪽
    보슬비 | 2009-11-28 23:08:00
  •   1984 中

    우리 시대의 지배자들은 서로간의 전쟁은 하지 않는다.
    전쟁은 이제 지배 집단이 국민을 상대로 벌이는 싸움이며,
    전쟁의 목적도 영토의 정복이나 방어가 아니라 사회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데 있다.

    * 이 책 대단하네요. 40년대 책인데, 그 내용이 100년은 내다보는 것 같습니다.

    호의은행 | 2009-12-14 10: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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