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9-21
9,000원 | 144쪽 | 210*140mm
종합평점 : 5 ( 1 명)
엄마와 딸의 대화를 통해 풀어 나가는 ‘슬픈 역사’ 아우슈비츠에 관한 진실.

책은 비비오르카 교수의 딸인 13세 소녀 마틸드의 사소한 궁금증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그 궁금증이 제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엄마의 입장에서 딸아이에게 그토록 잔혹했던 역사적 진실을 설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저자는 이 ‘단순하게 이해할 수 없는, 그래서 설명이 안 되는’ 이야기를 딸아이에게 해주기 위해 대화라는 형식을 끌어온다. ‘엄마가 딸에게 들려주는 아우슈비츠 이야기’라는 부제가 설명하고 있듯이 이 책은 딸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딸아이가 가질 법한 호기심과 궁금증에 대한 충실한 대답으로 채워져 나간다.
목차 보기/닫기
출판사리뷰 보기/닫기
  • 청산되지 않은 역사는 반복된다 역사,세계,과거청산,히틀러,나치,파울 첼란,아우슈비츠,집단학살,친일인명사전,민족문제연구소,박정희,이광수,최남선
    아뜨만 | 2009년 11월 01일
    더 보기
    ‘지롱드 주의 경찰 총서기로서 보르도로부터 유대인을 강제 이송하는 법령에 서명했던 모리스 파퐁에 대한 재판에서 사람들은 ‘행정 범죄’라는 말을 했단다. 업무상 자신의 상관에게 복종하는 행정 관료의 간단한...
    ‘지롱드 주의 경찰 총서기로서 보르도로부터 유대인을 강제 이송하는 법령에 서명했던 모리스 파퐁에 대한 재판에서 사람들은 ‘행정 범죄’라는 말을 했단다. 업무상 자신의 상관에게 복종하는 행정 관료의 간단한 서명이 특정 상황 하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어.‘-『그들의 무덤은 구름 속에』 중에서

    민족문제연구소(소장 임헌영)와 친일인면사전편찬위원회(위원장 윤경로)가 지난 8년 동안의 편찬 작업을 마무리하고 다음달 8일 식민지 시절 일제에 협력한 인사 4000여명의 행적을 담은 <친일인명사전>을 공개한다. <친일인명사전>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 무용가 최승희, 애국가의 작곡자 안익태, 소설가 이광수, 최남선 및 현재 독립유공자로 서훈된 인물들도 상당수 포함될 것이라고 한다. 벌써부터 언론들은 사회적 파장이 예상된다느니, 편 가르기 한다느니 하면서 호들갑을 떨고 있다.

    이게 호들갑 떨 일인가? 해방된 지 64년이나 지난 오늘날까지 과거 청산이 논란의 대상이 되어야만 하는 현실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렇다면 왜 대한민국에서는 과거 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일까? 일제에 부역했던 인물들이 해방 후 현대사를 주도해 왔고 현재까지도 직간접적으로 대한민국 주류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알만한 사실이건만 그보다 더 심각한 원인은 제대로 된 역사교육의 부재가 아닐까 싶다. 그러다 보니 친일 기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마저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들의 무덤은 구름 속에』 저자 아네트 비비오르카가 딸 마틸드에게 프랑스의 과거 청산에 대해 얘기한 것처럼 모리스 파퐁 지롱드주 총서기가 나치에 직접적으로 부역해서 학살을 자행하지 않았지만 그가 행정 관료였기 때문에 업무상 행해졌던 간단한 서명이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과거 청산은 직접적인 가해자 뿐만 아니라 무관심과 침묵으로 일관한 역사에 대해서도 광범위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들의 무덤은 구름 속에』 의 원제는 『엄마, 아우슈비츠가 뭐예요?』이다. 아네트의 딸 마틸드는 어느 날 옆집에 사는 베러트 아줌마의 왼팔 아래쪽에 새겨진 문신으로 된 번호에 충격을 받아 아우슈비츠에 대해 물어온다. 아네트는 혼란을 혼란스럽다. 학살의 역사를 어린 딸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될까? 그러나 그녀는 어린 딸의 질문이 그동안 스스로도 자문해 왔던 터라 과감하게 대화 형식을 빌려 마틸드에게 슬픈 역사를 담담하게 얘기해 준다.

    그런데 머나먼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우리와는 먼 얘기로 들리는 아우슈비츠 학살에 대한 진실과 청산에 관한 얘기를 굳이 우리사회로 끌어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딸아이의 질문에 대한 아네트의 대답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이것은 오로지 유대인들에 관련된 사건이 아니란다. 아우슈비츠는 유럽의 역사에 속하는 거야....유대인에 가해진 민족 학살을 연구하다 보면 그 차원이 엄청나서 우리는 지칠 줄도 모른 채 삶과 인류 역사의 무든 깊은 측면까지 곰곰이 생각하게 돼.”

    그렇다. 아우슈비츠 학살의 역사는 유대인의 역사지만 그렇다고 유대인에 한정된 역사는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유사한 슬픈 역사들이 진행되고 있고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더욱 우리는 청산되지 않은 역사가 오늘날 사회적 발전과 진보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프랑스가 전쟁이 끝난 지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도 나치 부역자들을 찾고 있다는 아네트의 말에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을 보는 듯 하다.

    해방된 지 64년이나 되었지만 아직도 친일인명사전 편찬 작업이 친일파 후손들과 이념적 잣대를 들이대려는 일부 세력들에 의해 난관에 봉착하고 있다는 사실도 어이없는 현실이지만 가깝게는 1980년 신군부에 의한 5.18 민중항쟁마저도 보이지 않는 많은 장벽에 부딪쳐 완전한 청산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또 아네트는 과거 청산에 대한 중요성을 마이다네크에서 살해된 역사가 이그나시 쉬퍼의 말을 인용해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모든 것은 너희들의 유언을 후세에 전해주는 사람들, 즉 이 시대의 역사를 쓰게 될 사람들에게 달려 있다. 살해된 민족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전부는, 결국 살인자들이 살해된 민족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것일 뿐이다. 그래서 만약 살인자들이 승리하게 된다면, 그들이 이 전쟁의 역사를 쓰게 된다면, 그때는 우리가 학살된 이 사건이 도리어 세계 역사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페이지 중 하나로 표현될 것이고, 앞으로의 세대는 그러한 십자군 기사들의 용기를 기리게 될 것이다. 그들의 모든 말은 복음이 될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우리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듯이, 폴란드 유대인이나 바르샤바 게토, 마이다네크의 게토 따위는 없었다는 듯이 세계의 기억을 완전히 없애버리려고 결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오직 감정에만 호소하여 가르치는 역사는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아네트의 말대로 과거 청산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가르쳐져야 한다. 친일인명사전 편찬도 마찬가지다. 잘못된 역사의 현장을 주도했던 인물들에 대한 처벌과 사회적 비난의 한 가운데 세우기 위함이 목적이 아닐 것이다. 잘못된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후세들에게 역사의 진실을 남기려는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독일의 위대한 작가인 파울 첼란(아우슈비츠 생존자. 아우슈비츠의 끔찍함을 시로 옮겼고, 살아남은 죄의식 등으로 삶과 화해하지 못하고 결국 세느강에 몸을 던져 자살했다.)이 아우슈비츠에서 이름도 없이 살해되어 불에 태워진 이들을 애도하며 “그들의 무덤은 구름 속에 있다네” 라고 했듯이, 자신들을 살해하려는 의도에 맞서서 생존하고자 저항했던 선조들을 역사의 장으로 불러내는 것이다.
책 속의 한줄

책속의 한줄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