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술 지음
2009-09-01
13,000원 | 215쪽 | 223*152mm (A5신)
종합평점 : 4.5 ( 1 명)
부산에 사는 김형술 시인이 ‘시인의 눈’으로 ‘한참을 들여다본’ 그림에 대해 독자에게 ‘이야기하듯’ 써내려간 그림 에세이다. 앤디 워홀, 프란시스 베이컨, 르네 마그리트, 에드워드 호퍼, 피카소, 마네, 모네, 에곤 실레, 데이비드 호크니, 샌디 스커글런드, 얀 사우덱, 로버트 메이플소프,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 멀리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부터 20세기 초현실주의와 팝아트, 설치미술, 사진 작가까지 28명의 작가의 작품이 시인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한국 작가 천경자와 오순환의 그림도 포함되어 있다.
목차 보기/닫기
1장 거울 속의 괴물들
명중시키다, 명중 당하다 | 앤디 워홀, <앨비스>
어디로 갔을까, 어디 있을까 | 데이비드 호크니, <모델이 있는 미완성 자화상>
사각형의 햇빛 |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들
꼬리 달린 섬들 | 샌디 스커글런드, <여우 게임>
시간의 끈 | 얀 사우덱, <삶>
거울 앞에서 문득 | 프리다 칼로, <붉은 옷을 입은 자화상>
노동은 힘들어 | 디에고 리베라, <꽃노점상>
욕망이라는 이름의 특급열차 | 로버트 메이플소프, <리사 라이언>
거울 속의 괴물들 | 프란시스 베이컨의 인물화들
꽃의 의미 | 오딜롱 르동, <꽃 속에 잠든 사람>

2장 즐거운 경계
즐거운 경계 |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들
파피루스, 파피루스 | 에곤 실레, <투사>
밤바다의 빛깔 | 파블로 피카소, <앙티브의 밤낚시>
거울은 힘이 세다 |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들
청춘의 문 | 살바도르 달리, <창가에 서 있는 소녀>
길, 두려움과 매혹의 두 얼굴 | 모리스 위트릴로, <코탱의 골목>
홀로 서 있는 나무 | 피에트 몬드리안, <잿빛 나무>
살아 있는 집 | 오순환, <언덕>
깨어 있는 자의 슬픔 | 에두아르 마네, <폴리 베르제르의 술집>

3장 가방 속의 날개
인간의 얼굴에 깃든 천사 | 레오나르도 다빈치, <헝클어진 머리의 여인>
사랑의 독 |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샬럿의 아가씨>
달빛, 그 침묵의 언어 |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 <바다의 월출>
가방 속의 날개 | 알브레히트 뒤러, <푸른 비둘기의 날개>
봄의 몽환 | 천경자, <사월>
의식의 알몸 |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오른쪽 팔에 얼굴을 기댄 누드>
울타리와 벽 | 클로드 모네, <정원의 예술가 가족>
바람구두, 바람모자 | 오귀스트 르누아르, <강풍>
겨울의 서정 | 알프레드 시슬레, <모레의 겨울 한낮>
출판사리뷰 보기/닫기
  • 나도 쓰고싶은 그림에세이 미술관, 그림
    깊은슬픔 | 2009년 09월 18일
    더 보기
    스물 둘에 처음 미술전시회에 갔다. 달리와 샤갈의 대형전시회가 전국적으로 열리고 있을 때였는데 당시 나는 그림은 볼 줄도 읽을 줄도, 심지어 화가 이름도 몇 개 모르던 그야말로 그림엔 무지한 애였다. 신방과에...




    스물 둘에 처음 미술전시회에 갔다. 달리와 샤갈의 대형전시회가 전국적으로 열리고 있을 때였는데 당시 나는 그림은 볼 줄도 읽을 줄도, 심지어 화가 이름도 몇 개 모르던 그야말로 그림엔 무지한 애였다. 신방과에 재학 중이였는데 다큐PD가 꿈이었고 어린 마음에 세상 모든 것을 알아야 하고 모르면 얕은 관심이라도 둬야 한다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지방이었기 때문에 대형작가 전시회는 흔하지 않았고 마침 달리전과 샤갈전이 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시점에 한 수업에서 교수님의 절절한 교양 예찬론을 듣고 역시 그림을 모르던 친구와 남자친구를 끌고 두 전시회에 갔다. 그런데 대체 이해할 수가 없는 거다. 이해만 안 되면 다행인데 내가 왜 여기 와서 그림을 보고 있는지 당황스럽기까지 해서 생애 첫 번째, 두 번째 미술전시회는 그렇게 무성의하게 기억되고 말았다. 다음해 글을 쓰겠다는 일념보다는 글쓰기를 좋아하니까 수업도 듣고 싶다는 단순한 목표아래 순전히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으로 문창과로 덜컥 편입을 했는데 수난은 그 때부터 시작되었다. 글을 써야 하는데 아는 게 없는 거다. 물론 아는 게 없어도 쓸 수는 있지만 그건 단지 끄적이는 데 불과한 글밖에 되지 못했다. 철학과 역사와 그림과 종교에 대한 불같은 관심은 아마 그때부터 생겨난 것 같다. 처음에는 몰랐던 것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하자 보이기 시작했고 점차 내 것이 되어 묵혀져갔다. 그게 온전히 글이 되지는 않았던 게 내 미래를 바꿔놓기는 했지만.




    그럼 위 그림들의 공통점은? 그림을 처음 알게 된 그 때부터 혼자 그림과 미술사 공부를 하며 처음으로 좋아했던 그림들이다. 주로 어둡고 퇴폐적이고 몽환적이거나 섹슈얼적인 면을 부각시킨 작품들. 20대 초반의 나는 그림이든 영화든 예술성이 짙고 비극적인 삶을 그려내는 모든 것들에 광적이었다. 그래서 아직도 보고 또 보고 철저히 아끼는 그림들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내게 그림 에세이는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심리로서 작용한다. 이 책은 그림을 전공하지 않은 시인의 눈으로 본 그림을 말한다. 나와 비슷하고 나보다 조금 많이 아는 그 역시 아마추어다. 그래서 거부감 없고 어렵지 않게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산책하듯, 연애하듯, 모험하듯 그림을 봐도 괜찮다고 말하는 저자의 부드러움이 이 책의 무기다. 그림을 보고나서 생각과 느낌을 기록하는 메모를 써두면 근사한 책이 탄생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도 얻었다. 나는 그림을 보고 작가를 검색하고 그 사람의 간단한 생애를 숙지하는 정도에 그치는 그림공부를 해왔지만 좀 더 내공이 쌓이면 화가 하나하나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다룬 깊이 있는 책들을 읽고 싶다. 유럽여행 당시 가장 관심있는 분야가 미술이었기 때문에 근 한 달간 미술관은 지겹도록 가고 또 갔다.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아는 게 적었지만 돌아와보니 교양은 한층 상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대부터 중세 그리고 근대, 현대까지 그림은 언제나 새롭고 신비로웠다. 그림을 쉽게 보고 느낄 수 있게 해준 저자에게 고맙다. 자신있게 그림을 즐겨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것 같아 기분이 한결 가볍다.

    내가 돌아갈 곳은 결국 인상파 작품들이다. 20대 초,중반에 주로 어두운 느낌을 동경했다면 이제는 편안하고 안정된 느낌의 그림이 좋다. 꼭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이 아니더라도 자연과 사람을 절묘하고 신비롭게 연관시킨 사유가 가능한 그림을 좋아한다. 그림 속에 이야기가 있으면 더 좋다. 모네, 바스키아, 시슬레, 들라크루아, 피사로, 르누아르 비롯 고흐와 고갱, 클림트와 쉴레도 전부 좋다. 서양미술사를 통달할 때까진 루브르 박물관에 다시 가지 않을 생각이지만 고대와 중세를 특히 동경하는 나는 그리스 로마 시대 유물들과 다빈치에서 미켈란젤로, 라파엘로로 이어지는 라인을 따라 다시 한번 파리와 로마를 여행하고 싶다. 언젠가는 서양미술사를 전공으로 공부하고 싶은 꿈도 가졌었다. 지금은 취미가 되어도 좋다는 생각이다. 그림을 한참 들여다보면 주인공이 보이고 풍경이 보이고 사연이 보이고 나서야 비로소 작가와 작품세계가 보일 때까지 내공을 쌓아가야겠다. 그리 어렵지 않다면, 보는 것에 특별한 거부감이 없다면, 영화보다는 연극, 연극보다는 미술전시회를 추천한다. 나와 예술이 충동하는 순간, 그것은 순수 창작물을 오로지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그림, 한참을 들여다보다]는 그림에 다가가고 싶지만 쉽게 친해지지 못하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책 속의 한줄

책속의 한줄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