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12
11,000원 | 272쪽 | 198*140mm
종합평점 : 4.3 ( 3 명)
열세 살 살인자, 그보다 더 어린 희생자…
충격적인 범죄와 복수의 순간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일본 최대의 화제작!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에서 어린 딸을 잃은 여교사 유코는 봄방학을 앞둔 종업식날, 학생들 앞에서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목소리로 입을 연다. 불행한 익사 사고로만 알고 있던 학생들에게 느닷없이 공표된, 차마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충격적인 사건의 전말! 《고백》이라는 제목에 걸맞은 나직하고도 상냥한 어조로 시작된 이야기는 점차 잔인한 진실로 이어지고, 이윽고 걷잡을 수 없는 파문으로 치닫는다.
“내 딸 마나미는 사고로 죽은 것이 아니라 살해당했습니다. 그 범인은 바로 우리 반에 있습니다.”
술렁대는 학생들에게 유코는 또 하나의 충격적인 고백을 던진다.
“저는 두 사람이 생명의 무게와 소중함을 알았으면 합니다. 자신이 저지른 죄의 무게를 깨닫고 그 죄를 지고 살아가길 원합니다. 그래서….”
그녀가 준비한 복수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피해자가 있으면 가해자가 있고, 살인범이 있으면 희생자가 있다. 대개의 경우, 사건이 일어나면 가해자와 피해자를 엄정히 가린 후에 사건의 진상과 동기를 밝혀가게 된다. 그러나 정말 그것으로 끝일까?
작가 미나토 가나에는 소설의 중심을 철저히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두고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평생토록 지워지지 않을 정신적 외상을 입고 살아야 하는 희생자와 가족들. 한동안은 슬픔을 나누었지만 어느덧 조금씩 잊어버리거나 그 자체를 하나의 가십거리로 여기게 되어버리는 주변 사람들. 어떤 의미에서든 범죄를 저지르기 전과는 결코 같은 삶을 살 수 없게 변해버린 가해자. 충격을 밖으로 드러내지도 못하고 가족을 향한 본능적인 애정마저 훼손당하는 가해자의 가족들…. 하나의 사건에 관계된 사람들의 마음속에 크고 작은 상흔이 새겨지고, 그들의 삶이 영구히 바뀌어가는 이 모든 과정을 작가는 현미경 같은 시선으로 잔혹하리만치 집요하게 묘사한다.
작가는 《고백》을 총 여섯 개의 장으로 구성했지만, 첫 번째 장인 〈성직자〉에서 이미 살인사건의 전말과 복수의 과정에 이르는 모든 것을 명백하게 밝혀놓는다. 그러나 첫 장에서 모든 것을 알았으면서도 독자들은 사건에 관련된 인물들의 내면을 더욱 들여다보고 싶어하고, 그들의 삶이 어떻게 바뀌어가게 될지를 궁금해 하게 된다. 그리고 두 번째 장부터 펼쳐지는 한 사람 한 사람의 고백에 서서히, 그러나 더없이 깊숙하게 빠져든다.
데뷔작으로 일본 문학사에 커다란 방점을 찍은 미나토 가나에. 그녀는 한번 잡으면 도저히 내려놓을 수 없는 속도감 넘치는 전개와 인간의 본성을 철저하게 파헤치는 심리묘사로 70만 명에 이르는 수많은 독자들을 매료시켰다.

애정, 집착, 그리고 반복되는 죄악…
그 지워지지 않는 얼룩을 생생하게 파헤친 놀라운 소설!

《고백》은 지루할 틈 없는 빠른 전개 속에서도 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을 클로즈업하여 그들의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검은 얼룩을 생생하게 파헤쳐 간다.
제1장 <성직자>는 모든 사건의 시작점으로, 외동딸 마나미를 잃은 유코의 고백이다. 제2장 <순교자>는 유코가 교단을 떠난 후, 진실을 알게 된 반 전체가 광기에 물들어 가는 과정을 바라보는 반장 미즈키의 이야기이다. 제3장 <자애자>는 살인범 중 한 명이자 결과적으로 희생자가 된 소년B의 어머니가 쓴 일기와 그것을 읽고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소년B의 누나의 이야기이다. 제4장 <구도자>는 정신병원에 수감된 소년B의 시점에서 회상되는 모든 사건의 전말. 제5장 <신봉자>는 모든 비극의 원점인 소년A가 자신의 시점으로 돌아본 이 사건의 또 다른 이면이다.
이 다섯 개의 장을 읽는 독자들은 세 가정이 참혹하게 무너지는 과정을 통해, 인간이 마음속에 품은 작은 얼룩이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번져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목도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제6장 <전도자>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위치가 반전되면서 끝도 출구도 없는 악몽을 선사한다.
종교적 신념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려야 하는 성직자. 그런 신념을 위해 목숨까지 내던지는 순교자. 심히 부족하고 타락한 자라 해도 감싸 안고 사랑을 베푸는 자애자. 진실을 탐구하고 진리를 구하는 구도자. 자신이 찾은 진실과 진리를 믿고 나아가는 신봉자. 진리를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진리를 설파하는 전도자…. 확고한 신념과 명분을 가진 사람들을 일컫는 이 단어들은 더없이 숭고하고 고결하지만, 그것을 각 장의 제목으로 삼은 《고백》을 읽는 독자들은 철저히 자신의 입장에서만 세상을 바라보는 등장인물들의 고백에 경악을 금치 못하게 된다. 그렇기에 《고백》은 모든 사람의 비밀이고, 그 비밀의 폭로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어떤 용서도, 동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형법에 따르면 만 14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으며, 만 14세부터 20세까지의 소년범에 대해서는 소년법을 적용하도록 되어 있다. 그것은 일본도 마찬가지여서, 열세 살의 나이로 살인을 저지른 소년들은 범행이 밝혀진다 해도 처벌받지 않는다. 그런 아이들이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알고 범죄를 저질렀을 때, 그에 직접적으로 휘말리는 피해자와 가족들은 어떤 마음으로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 모두가 저마다의 잣대로 자신의 입장을 호소하고, 상처를 주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마치 자신의 고백인 양 생생하게 전달하는 무서운 신예작가, 미나토 가나에. 그녀의 작가 정신이 단순한 범죄 소설에 그칠 수도 있었던 이 작품을 탁월한 심리 소설이자 드라마로, 나아가 심도 있는 사회 소설로 완성해냈다.
목차 보기/닫기
성직자聖職者 - 7
순교자殉敎者 - 57
자애자慈愛者 - 107
구도자求道者 - 151
신봉자信奉者 - 203
전도자傳道者 - 253
역자 후기 - 269
출판사리뷰 보기/닫기
  • 혼란스런, 그러나 슬픈 이야기
    깊은슬픔 | 2009년 11월 02일
    더 보기
    요즘 여기저기서 서점대상을 수상한 일본소설 [고백]이 화제가 되는 걸 보았다. 사실 일본소설에 큰 감명을 받은 건 아주 오래 전 잠시였을 뿐, 대부분 너무 자극적이거나 지루하거나 해서 토종 한국인인 나와는 정...

    요즘 여기저기서 서점대상을 수상한 일본소설 [고백]이 화제가 되는 걸 보았다. 사실 일본소설에 큰 감명을 받은 건 아주 오래 전 잠시였을 뿐, 대부분 너무 자극적이거나 지루하거나 해서 토종 한국인인 나와는 정서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부러는 절대 읽지 않는다. 그런데 이렇게 휘황찬란한 광고문구를 보게 되면 그게 뭐든 어쩐지 끌린다. 그렇게 들게 된 이 책은 단연 충격이었다. 작가 미나토 가나에의 데뷔작이라는 것이 그렇고, 디테일한 사건구성의 놀라움이 그렇고, 피해자와 가해자 입장이 각기 서술되면서 독자에게 판단을 유보하는 묵직한 주제가 그렇다. 나 또한, 책을 덮으면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견딜 수 없었다. 그리고 누구에게 추천할 지를 고민했다.


    우린 살의와 광기를 어떻게 구분하는가. 또 우발적 살인과 계획적 살인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죄를 묻지 않은 채 교화를 기대하는 사회 제도에 문제는 없을까. 이 소설은 봄방학을 앞둔 종업식 날 미혼모 여교사가 얼마 전 교내에서 죽은 자신의 딸 마나미에 대한 진실을 반 학생들에게 고백하며 시작된다. 교내 수영장에서 사고사로 익사한 줄 알았던 딸을 죽인 범인이 바로 반 안에 있는 학생들 중에 있다는 것과 그에 복수하기 위해 에이즈에 걸린 남편의 혈액을 채취하여 그 범인이 먹을 우유속에 넣었다는 것. 충격적인 고백을 늘어놓은 교사는 오로지 학생들 사이에서의 정직한 제재로서 범인이 고통받기를 원하며 교사직을 떠난다. 교사는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다. 어리다는 이유로 법의 심판을 피해갈 범인을 위해 교묘한 수를 이용해 직접 단죄한 것이다. 이 사건이 몰고오는 범죄와 미스터리는 놀랍도록 충격적이고 시간 가는 줄 모를만큼 재밌다. 에이즈에 걸린 사람의 혈액이 든 우유를 마신 범인은 어떻게 되었을까?


    현대사회의 가장 큰 병폐는 고립이다. 열 세 살 아이는 그저 엄마의 사랑을 원하고, 타인에게 잘 보이고 싶어하는 존재일 뿐이다. 그것이 충족되지 못했을 때 아이가 택할 수 있는 선택은 그리 많지 않다. 관심을 끌기 위해서라면 착한 일을 하는 것보다 나쁜 일을 하는 것이 더 쉽고 빠르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도 별로 오래 걸리지 않는다. 여교사는 딸의 죽음과 관련있는 자신의 두 학생이 법의 심판보다 더욱 처절하고 고통스런 대가를 치르길 바랐다. 그것이 비록 딸의 생명을 돌이킬 수 없을 지라도. 자신의 마음이 그리 편안하지 못하리란 것도 알았지만 범인의 죄를 처벌하는 방법은 그 뿐이라 믿었던 것이다. 그 사건이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는 생각도 못한 채.


    누군가를 죽여 엄마의 관심을 끌고자 한 A의 실패한 시도, A의 도구로 이용당한 사실에 분노한 나머지 자신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 한 B의 성공 시도. 둘 중 누가 진짜 살인자일까? 시작은 A가, 마무리는 B가 했다. 살인동기는 A에게 있었지만 물질적 살인은 B가 저질렀다. 그리고 둘 다 미성년자일 뿐더러 법의 심판대에도 올리지 못할 만큼 어린 열 세 살 중학생 소년들이다. 우리 사회는 두 소년에게 어떤 판결을 내려야 하는가. 물음은 끝없이 머리를 내려치지만 끝내 어떤 결정도 할 수 없게 만든다. 여교사와 소년 A 그리고 소년 B. 반 학생들과 소년들의 가족 등 모든 이들이 각 챕터의 주인공이 되어 서술하는 이야기는 한 편의 완벽한 미스터리 구조가 된다. 우린 피해자, 가해자, 목격자 할 것 없이 모든 이들의 마음 속에 들어갔다 나와 어느새 각각의 인물 모두를 이해하게 된다. 그러므로 두 소년에게 내려야 할 형벌을 결정하기가 더 어렵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진다.


    우리는 이제 어긋난 가족과 제대로 된 역할을 못하는 사회가 어떻게 한 인간을 광기로 몰아넣고, 어떻게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들며, 그 이상 얼마나 큰 파장을 몰고 오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에 걸맞는 반성과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여교사가 두 소년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지 않고 또래집단의 조직에서 어떻게든 심판받기를, 또 고통받기를 바란 것 또한 집단의 광기가 어떤 식으로 개인을 지배하고 와해시키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에 해당한다. 결과적으로 여교사의 복수는 성공한 셈이다. 소년 A는 자신을 버리고 간 어머니의 실체를 깨닫게 되었고, 자신을 이해해 준 반 친구를 죽였을 뿐 아니라 자신의 존재가치를 부정하게 되었다. 소년 B 또한 살인에 대한 죄책감과 에이즈의 공포에 대한 고통에 시달리다 경찰서에 잡혀가기 위해 어머니를 죽이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두 소년은 에이즈 환자의 혈액이 든 우유를 마시지 않았지만 자신이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는 자멸을 가져올 만큼 파급효과가 컸다. 고작 네 살이던 딸을 잃은 가엾은 여교사는 교사와 피해자의 자리에서 방황하다 스스로 범인에게 고통을 주는 방법을 택했을 뿐인데 이 모든 것들의 결과는 예상외로 넓고 길다. 그리고 끔찍하다. 피해자에게 과연 가해자 처벌의 권리를 내주어도 괜찮은 것일까.


    문득 생각나는 사례가 있어 소개한다. 교도관들은 사형수들을 대상으로 새로 발명된 독극물을 시험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한 사형수를 시험대에 앉혔다. 독극물이 든 링거를 사형수의 팔에 꽂고 지켜보려는데 발작하던 사형수가 순식간에 죽었다. 사인은 심장마비. 링거병에 든 것은 그냥 물이었는데 말이다. 이처럼 극도의 공포심은 의외의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여교사 또한 소년들의 공포심을 노렸다. 탁월한 복수법이기도 했다. 소설 [고백]은 누가 피해자인지, 누가 가해자인지 따지기 이전에 가정과 사회의 이그러진 형태를 먼저 고발하는 작품이다. 누가, 또 무엇이 두 소년을 파멸로 이끌었는지,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성찰이 중요한 작품이다. 가정과 사회는 과연 개인을 보호해 줄 수 있는가. 죄를 묻고 벌을 내리는 건 그 후에 해도 늦지 않다. 교화시킬 것인지, 고통을 줄 것인지 결정하는 것 또한 나중 몫이다. 하지만 지금도 이 소설의 등장인물 모두가 자신의 역할에 최대한 충실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나라면 어땠을지 생각하면서 등장인물에게 감정이입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오랜만에 심오하면서도 두려운 질문을 던지는 대단한 작품을 만나 반가웠다. 뜬금없는 에이즈 혈액 복수나 전기감전 지갑 발명품, 폭탄설치 마무리 같은 일본식 에피소드는 좀 황당하지만 사건전개 방식과 서술시점에 있어서는 완벽한 구성을 자랑하는, 작품에 붙은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소설이었다.

  • 고백 일본소설, 미나토 가나에, 청소년범죄, 추리
    치카 | 2010년 01월 16일
    더 보기
    추리소설에도 워낙 관심이 많았지만, 근래들어 소년범죄에 대한 책을 많이 접해서 그런지 책을 읽기 전부터 고백은 어떠한 이야기의 흐름이 될지 무척 궁금했다. 대부분 '범인이 누구냐'를 추론해가는 것과는 달리 ...
    추리소설에도 워낙 관심이 많았지만, 근래들어 소년범죄에 대한 책을 많이 접해서 그런지 책을 읽기 전부터 고백은 어떠한 이야기의 흐름이 될지 무척 궁금했다. 대부분 '범인이 누구냐'를 추론해가는 것과는 달리 내가 읽은 소년범죄에 대한 이야기들은 그 소년범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생각으로 결말이 궁금해지는 그런 이야기가 많았다.

    이 책 고백 역시 첫장부터 범인이 누구인가에 대해 밝히고 있다. 종업식날 담임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며칠 전 사고로 죽은 딸은 사실 학급의 두 학생에게 살해당한 것이며 그 소년들에 대한 처벌은 개인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고백을 한다. 시작부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열세살짜리 아이들이 누군가를 죽이려고 했으며, 실제로 자신들보다 더 어린 소녀를 죽음에 이르게 했으면서도 죄책감조차 갖지 않는다. 다만 자기자신의 관점에서 모든 것을 생각하고 판단하고 끝낼뿐이다.
    그렇다고 '고백'이 사이코패스와 완전히 무너져내려가는 도덕성에 대한 교훈적인 이야기를 하는 그런 모범적이고 전형적인 소설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가 흥미로움보다는 두려움을 더 크게 느꼈다. 현실이 아니라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위에는 이 책에 나오는 이들과 비슷한 사고를 가진 이들이 많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겠다.

    각각의 장은 사건에 연루된 이들이 서로 자신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소년범죄에 대해, 사이코패스에 대해 깊이있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는데 이건 그 이상으로 더 많은 생각을 하게해버린다. 똑같은 일을 경험했음에도 각자의 시선과 관점은 하나의 사건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하고 그 의미를 파악함으로써 전혀 다른 결론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 현실에서도 종종 벌어지는 일이며, 타인에 대한 배려와 연민없이 처벌과 복수로 이어지는 고백은 끝으로 이어가면서 더욱 큰 놀라움을 던져준다.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는 등장인물들이 감성과 연민과 화해,용서가 결여된 차가운 이들의 고백은 결국 파멸에 이르는 길을 보여준다.

    하나의 사건안에 담겨있는 또 다른 이면의 모습과 그 안에 담겨있는 진실은 무엇인가를 깨닫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모든 일에 하나의 단면만을 고집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 고백
    보슬비 | 2010년 01월 27일
    더 보기
    보통은 책을 고를때 작가를 좋아해서, 표지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제목이 좋아서등의 개인적인 취향에 의해 선택해서 읽었었는데, 이 책은 그런 이유없이 그냥 덜컥 제 손에 떨어졌답니다. 전혀 내용도 모른채 읽...
    보통은 책을 고를때 작가를 좋아해서, 표지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제목이 좋아서등의 개인적인 취향에 의해 선택해서 읽었었는데, 이 책은 그런 이유없이 그냥 덜컥 제 손에 떨어졌답니다. 전혀 내용도 모른채 읽어서인지 그점이 제가 이 책에 가지는 편견없이 재미있게 읽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냥 사고로 아이를 잃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사실은 사고가 아닌 13살 아이들의 살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면 어떤 심정이 될까? 그것도 자신이 가르친 학생들이 범인이라면?

    소재가 무척 독특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 역시 무척 독특했습니다. 사건과 관련된 인물들이 각자의 시점으로 변해가는 심리를 읽으면서 약간씩 부족했던 설명들이 보완이 되면서 이야기가 완성되거든요. 굉장히 정적으로 흐르는듯하지만, 그속에 잠재되어있는 태풍을 보았기에 읽는 동안 긴장감을 놓을수가 없었습니다.

    그냥 재미있는 소설로 기억하기엔 소설 속의 소재가 무겁습니다. 단순히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보호받고 있는 범죄자들을 보면서 피해자의 입장을 생각하면 법이라는 허술한 구멍을 보고 느끼는 분노를 느꼈는데, 소설은 어느면에서는 통쾌한 결말을 맺어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요. (종종 책을 읽을때 만족스럽지 않은 결말에 얼마나 찜찜했던지..)

    하지만 이제는 이런 결말을 보고 통쾌하다고 느끼기보다는 피해자가 더 이상 고통받지 않은 좋은 해결법을 사회가 찾아내길 바랄뿐입니다.
  • 왜 이렇게 되어버렸을까?
    agnes | 2010년 08월 08일
    더 보기
      피서차 영풍문고에 갔다가 시원함을 넘어선 오싹함과 찝찝함까지 보너스로 느끼고 왔습니다. 얼마 전 친한 선배와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이런 말을 들었죠. 일본 소설은 읽고 나면 뒷맛이 찝찝해서 읽...

      피서차 영풍문고에 갔다가 시원함을 넘어선 오싹함과 찝찝함까지 보너스로 느끼고 왔습니다. 얼마 전 친한 선배와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이런 말을 들었죠. 일본 소설은 읽고 나면 뒷맛이 찝찝해서 읽기 싫다. 그런 기분 나쁜 반전이 존재하지 않는 일본 소설을 이미 많이 읽어본 저로써는 그 의견에 동의할 수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그 당시 제가 한창 에쿠니 가오리씨의 소설을 탐독하고 있는 터라 더 그랬지요.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그 선배의 말 - 읽기 싫다는 말이 아니라 읽고 나면 뒷맛이 찝찝하다는 말 - 에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중심이 되는 사건은 역시 한 중학교에서 여자 담임선생님의 딸이 그 학급의 학생에게 살해당했다는 것이죠. 담임 선생님인 유코는 여름방학 전 그들의 이름을 말하지는 않았어도 반 아이들이 충분히 추측할 수 있을 정도의 실마리를 던지며 사고로 위장되었던 사건의 진상을 밝힙니다. 과학 천재 슈야는 전기지갑을 만들어 유코 선생님의 아이를 죽이려 했으나 실은 그 정도의 전기가 치사량이 아니었다는 것, 원래는 그저 범행의 물꼬만 터주는 역할이었던 나오키가 죽지 않고 기절해 있는 아이를 수영장으로 던지고 결정적인 증거인 지갑까지 숨겨 진짜 사고사가 되었던 것까지요.실제로 죽일 의도가 있었고 살해도구까지 고안해 만들었으나 직접 죽이지는 않은 슈야와 아이가 진짜로 죽었다고 생각하자 겁먹고 아이를 수영장에 던져 실상 아이를 살해한 진범이 된 나오키. 누가 더 잘못했다는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유코는 몰래 두명이 마시는 우유에 HIV 감염자의 피를 섞어 마시게 하는 것으로 복수를 하고 선생님을 그만둡니다.


      여기까지가 유코선생님이 알고 있는 것입니다. 이미 충분히 기분 나쁠 내용이지만 아직 책은 1/5도 채 진행되지 않은 상태. 여기서 새로운 인물이 등장합니다. 유코가 맡았던 반의 반장인 미즈호. 겉으로야 완벽한 모범생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사실 여러가지 위험한 시약을 모으고 있던 또 다른 슈야같은 존재였어요. 유코의 말을 듣고 우유곽에 혈액반응을 시험하는 시약을 떨어뜨려보지만 사실은 혈액이 들어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학교에 나오지 않게 된 나오키와 심하게 왕따를 당하게 된 슈야에게 동정심을 품게 됩니다. 바보같이 열혈 교사임을 드러내고만 싶어하고 정작 이 학생들을 배려하지 못하는 담임을 죽이고 싶다고까지 생각해요. 유코 선생님의 발언으로 인해 그 후로 슈야와 나오키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알리고 싶어 문예지에 상황을 알리는 글을 써서까지 그들을 감싸고 싶어하죠. 동류라는 느낌이 들어서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미즈호도 그 두 학생처럼 다른 아이들의 미움을 받게 되지만 미즈호 자시능ㄴ 자신과 비슷한 아이들과 더 가깝게 지내게 된 것에 더 만족하는 것으로 보였어요. 실제로 슈야가 자신은 HIV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주기도 하고 자신의 감정을 그녀에게 털어놓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미즈호는 유코보다도 그 아이들을, 그리고 그 사건을 이해하고 있지 못했습니다. 나오키는 자신이 HIV에 걸렸다고 확신하고 점점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다가 결국 자신의 어머니를 죽이는 패륜까지 저지릅니다. 여기에는 나오키의 어머니의 뒤틀린 애정도 한 몫 했어요. 사실은 자신의 아이가 최고이길 바라지만 그런건 교양있는 엄마의 모습이 아니라며 스스로를 몰아세우고 위선의 탈을 쓴 채로 아들을 대합니다. 나오키가 그런 엄마의 마음을 몰랐을 리가 없지요. 언제나 평균 이하 밖에 될 수 없어서 인정받지 못한 나오키는 패배감에 젖은 무기력한 사람이 됩니다. 그런 나오키를 이용하고 마지막엔 무참히 짓밟은 것이 슈야였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자존감이 팽개쳐진 그 순간 나오키는 꿈틀하죠.


      나오키는 슈야의 전기공격이 아이를 죽이지 못한 걸 알았어요. 알고도 그 아이를 수영장에 던진겁니다. 아이가 범인의 얼굴을 봤으니 자신이 잡힐까봐 두려워서 그랬던거라구요? 물론 저도, 유코 선생님도, 나오키의 어머니도 그렇게 믿었습니다만 진실은 잔인하더군요. 나오키는 슈야가 '패배자'라고 자신을 무시하며 사건 현장을 떠나자 머리 꼭지가 돌아버렸습니다. 그 상황에서 아이가 아직 살아있는 것을 알았어요. 슈야야말로 실패자라며 슈야가 실해한 일을 자신이 성공시키겠다고 생각해 눈을 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생명을 수영장에 던져 익사시켰습니다. 소름이 돋지 않나요? 하지만 아직 놀라기는 이릅니다.


      도대체 이 사건의 중심에 있는 슈야가 어떤 애일지 이제 궁금해지지 않나요? 나오키와 마찬가지로 슈야도 비틀린 어머니에게서 자란 비틀린 아들이었습니다. 슈야의 어머니는 천재적인 공학도로 머릿속에는 온통 과학밖에 없는 사람이었죠. 아들에게 애정보다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과학적 재능을 주고싶어했습니다. 그러고는 슈야를 남기고 연구실로 들어가 다시는 아들을 보러 오지 않았어요. 극심한 애정결핍으로 슈야는 어머니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고 마는 위험한 아이가 되었습니다. 이때까지의 모든 일이 대학 연구실에 있는 어머니가 자신을 눈치채주기를 바라며, 자신을 만나러 와 주기를 바라며 한 일이었다는거죠. 처음엔 그래도 과학 발명대회에 나가 상을 타는 방법으로 관심을 끌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루나시 사건'이라는 청소년 흉악범죄에 대한 기사가 넘쳐나는 바람에 자신의 이야기가 기사화되지 못한 채 잊혀지는 것을 보고 좌절해요. 결국 세상의 관심을 받으려면 엄청난 범죄를 저질러야 한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죠.


      하지만 그렇게 공들여 실행한 계획이 또 한번 나오키에 의해 실패했다는 것을 알고 이번엔 미즈호를 이용해 그녀의 시약으로 폭탄을 만듭니다. 이용가치가 끝난 미즈호는 슈야에게 살해당하지만,,, 그렇게 만든 폭탄으로 자신이 상을 받게 되는 날 학교 단상을 폭파하는 계획을 세웁니다. 여기에 제동을 거는 것이 바로 유코선생님. 그녀는 자신 다음에 부임한 담임과 계속 연락을 주고받고 슈야의 자아가 흘러넘치는 홈페이지 포스팅을 체크하면서 계속 슈야를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슈야는 범행 직전 자신의 간절하고 애절한 과거 이야기와 함께 범행 계획을 포스팅합니다. 이걸 본 유코 선생님은 최후의 복수를 결심합니다. 폭탄을 해체하여 슈야의 어머니가 있는 연구실에 옮겨 설치하죠. 슈야가 폭탄을 터뜨리려고 신호를 보낸 순간 단상은 조용했습니다. 대신 슈야의 어머니가 있던 연구실은 폭파됩니다. 그리고 저는 절망한 슈야의 울부짖음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뭐가 어떻게 잘못되었던 걸까요? 여기 나온 모든 사람들은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로 뒤틀려있었습니다. 어디가 시작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모두 함께 공멸하고 만 느낌입니다. 선생님이라는 존재를 무시하는 아이들, 관심받고 인정받기 위해서라면 살인도 저지르는 아이들, 이런 아이들을 길러 낸 부모, 자신의 반에 있던 학생에게 끔찍한 복수를 저지른 샌생님. '분명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삐뚤어지지는 않았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결국 우리 주변의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알 수 없다고 의심의 눈초리로 보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총 6장으로 나누어져 각 인물의 내면 심리를 독백, 또는 독백과 유사한 형식의 구성이었는데요. 이런 구성이 삐뚤어진 인물들의 배경을 세세하게 알려주어 비극적인 성격이 형성된 이유를 밝혀놓아 '이런 인물은 절대 있을 수 없어'라는 생각 없이 이 책을 읽어나갔습니다. 오히려 모든 페이지가 인물들의 심리묘사로 꽉꽉 차 있어서 읽는 제가 다 숨이 막히더랍니다. 끔찍한 세상을 창조 (혹은 모방) 해놓고 대안에는 관심도 없는 작가가 좀 얄밉기는 했지만 역시 이런 책을 쓸 수 있다는 것에 감탄을 안할래야 안할수가 없네요. 뭐 대안은 읽는 저희가 작가 대신 생각해 보도록 합니다.


      이 책에서 전면적으로 내세운 청소년 범죄는 누구때문에 생기는 것일까요? 무지막지하게 잔인한 아이들을 키워낸 부모가 잘못되었다고 하는 사람도 있겠고 애초에 그 아이들이 싹수가 노랬기 때문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아이들에게 모범이 되지 못한 선생님 탓이라고 할 수도 있고 아이들에게는 공부만을 강요하면서 올바른 인격 형성에는 관심도 없는 사회 제도와 분위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이 중에서 가장 문제인 것이 '어른'이라고 생각해요. 어른이 부모도 되고, 선생님도 되고, 사회 제도나 분위기를 만드는 것 아니겠어요? 그들도 한때는 다 아이였을텐데,,, 어른들이 자신의 철없었던 때를 떠올리며 아이들에게 눈높이를 맞춰준다면 삐뚤어지려는 아이들을 감싸안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책 속의 한줄

책속의 한줄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