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26
15,000원 | 455쪽 | 223*152mm (A5신)
종합평점 : 4.5 ( 1 명)
역사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다. E. H. 카아는 역사를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정의했다. 아놀드 토인비는 인류의 역사를 ‘도전과 응전’으로 표현했다. 막스 베버는 역사를 ‘우연한 상황이 그물처럼 얽힌 것’으로 정의했다.

이런 정의가 현학적으로 느껴져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음과 같이 간단히 질문해볼 수 있다. “미래는 우리가 꿈꾸는 대로 이루어지는가?” “역사는 인간이 의도한대로 이루어지는가?”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책에서 직접 답하지 않는다. 대신 1913년부터 1914년에 걸쳐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벌어졌던 일을 독자의 눈앞에 한편의 드라마처럼 펼쳐 보인다. 그리고 독자가 책을 읽으면서 자신만의 판단을 내려줄 것을 기대한다.

저자는 책에 등장하는 역사적 실존 인물 중 그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다. 고집스럽게 제국의 전통을 지키려 했던 요제프 황제, 제국을 혁신하려 했던 페르디난트 황태자, 황태자 한 명만 죽이면 꿈꾸는 세상이 올 것이라 믿었던 열혈 십 대 소년 프린치프. 그 누구도 비난하지 않고 그 누구도 추앙하지 않는다. 마치 그들의 세계에서만큼은 최소한 그들이 옳다고 인정이라도 하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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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 서문 5

1장 비엔나의 트로츠키 11
2장 허깨비 제국 29
3장 페르디난트 황태자의 사랑 41
4장 정복자 프로이트 63
5장 노동절 행사의 히틀러 80
6장 새로운 시대의 배신 92
7장 미래가 두려운 사람들 108
8장 프로이트와 융의 대결 123
9장 콘라트 장군의 굴욕 149
10장 페르디난트 황태자의 영국 방문 172
11장 1913년의 끝 177
12장 히틀러의 병역 면제 194
13장 마지막 카니발 201
14장 한 서린 발칸 반도 213
15장 암울한 봄날의 풍경 228
16장 요제프 황제의 병 237
17장 암살 공모 249
18장 니체주의자들 256
19장 프로이트의 반격 268
20장 전쟁의 먹구름 273
21장 암살 작전 개시 293
22장 비극의 서막 302
23장 무익한 평화 노력 310
24장 사라예보로 출발 319
25장 사라예보 도착 325
26장 암살 준비 완료 334
27장 암살 성공 344
28장 황태자의 초라한 장례식 354
29장 세계대전의 먹구름 362
30장 마지막 휴가 375
31장 종말의 서곡 383
32장 최후통첩 392
33장 선전 포고 404
34장 누가 세상을 지배하는가 419

후기 444
DA CAPO판 후기 446
오스트리아의 역사 450
비엔나 명소 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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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국의 붕괴와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
    깊은슬픔 | 2009년 1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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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는 누구도 장담할 수가 없다. 역사는 승리자의 기록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닐 것이다. 제 나라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죽어간 수많은 병사들의 희생으로 얻어진 승리가 먼 훗날 그저 왕의 찬란한 업적으로 그...

    역사는 누구도 장담할 수가 없다. 역사는 승리자의 기록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닐 것이다. 제 나라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죽어간 수많은 병사들의 희생으로 얻어진 승리가 먼 훗날 그저 왕의 찬란한 업적으로 그려지는 걸 볼 때 나는 때로 불편하기까지 하다. 전장에서 병사들만큼 용감하게 싸우고 전사한 왕이 아닐 때는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만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매력적인 주인공 앞에 나는 늘 가슴이 뛴다. 사실로서의 역사가 어떻든, 역사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많은 사건들이 내게는 살아있는 이유가 된다. 과거로 인해 현재가 존재하고, 현재로 인해 미래는 변해갈 것이다.


    내가 비엔나에 간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오스트리아에 대해서도 잘 몰랐고, <비포 선라이즈>를 본 것도 한참 후의 일이니 그건 정말 우연이라고 해야 한다. 암스테르담에서 비엔나까지 야간열차를 타던 겨울날, 프랑크푸르트에서 갈아타는 예약열차를 놓치지 않고 탈 수 있었던 것이야말로 운명이라고 하지 않으면 설명할 수 없는 일이다. 비엔나의 국립미술관에서 클림트의 작품들을 만난 것도 마찬가지다. 그 때 나는 클림트가 오스트리아 사람이란 걸 몰랐으니 비엔나에 대해 아는 건 단지 한국 커피전문점에서 파는 달달한 비엔나 커피 뿐이었다. 그런 내가 비엔나는 물론, 오스트리아 제국과 제1차 세계대전에 대해 알 리가 있었겠는가. 이 책을 읽는 내내 내가 본 비엔나를 떠올리려 했지만 내가 얼마나 무지하고 대책 없는 여행자였는지만 실감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석양 녘의 왈츠>는 프레더릭 모턴이 지은 첫 번째 비엔나 이야기인 <황태자의 마지막 키스> 후속작이다. 제국의 붕괴와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을 다루는 역사상의 실존 인물들이 대거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을 빙자한 역사이야기다. 그래서 더 흥미진진하고 재밌다. 제1차 세계대전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설명하는 일은 역사 속 비엔나로 떠나는 가장 즐거운 방법이다. 바로 그 1913년부터 1914년 시점이 이 역사소설이 다루는 범위이기도 하다. 돌이켜보면 아주 사소한 발단이나 명분에도 처절한 살상이 자행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철저하게 깨닫게 하는 생생한 묘사는 그간 제2차 세계대전만큼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제1차 세계대전에 대해 넓은 시각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그를 이해하기 위해 오스트리아 황실의 불안한 대결구도와 사회주의를 대표하는 레닌과 트로츠키, 정신분석학의 대표주자 프로이트와 융의 대립까지 버물리며 역사상 가장 혼란스럽고 흥미진진했던 세계로 이끈다.


    앞서 저자의 이전 작을 읽었더라면 오스트리아 왕국 전반에 관한 인물들의 이해구도가 빨랐으리라 생각되어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든다. 프란츠 요제프 황제의 아들이자 오스트리아 마지막 황태자였던 루돌프의 죽음으로 시작된 고리는 지도자로서 아들의 죽음을 마냥 슬퍼하고만 있을 수 없던 요제프 황제의 후계자 선정으로 이어진다. 후계자의 주인공은 바로 황제의 조카 페르디난트다. 그에게는 낮은 신분의 사랑하는 여인 조피가 있었는데, 황태자비가 된 그녀를 황실 누구도 인정하지 않는 바람에 비참한 생활을 한다. 페르디난트 또한 늘 반대입장을 고수하는 황제 때문에 곤혹스러운 시간을 견디다 결국 암살됨으로서 제1차 세계대전의 막이 오른다. 그의 갑작스런 죽음이 아니었다면 제1차 세계대전과 오스트리아의 역사는 달라졌을까.


    오스트리아 제국의 붕괴는 예고된 일이었을 것이다. 현재 유고슬라비아를 구성하는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마케도니아의 상황만 봐도 얼마나 많은 집단과 민족이 하나의 이름으로 묶여있었는지 알 수 있다. 애초 하나가 될 수 없는 이들이 아무런 노력없이 하나라는 틀에 가둬졌으니 비극의 발생은 시간문제였다는 생각이 든다. 제1차 세계대전이 아니었다면 현 유럽은 물론, 세계의 정세가 조금은 달라졌을까. 힘의 균형과 역사의 물줄기가 어느 정도 변했을까. 상상은 즐거운 일이다. 역사는 비단 과거의 일만은 아니다. 과거가 현재를 만들었듯, 현재의 선택으로 미래는 달라질 수 있다. 과거를 역사로만 치부하는 일은 옳지 못하다. 흥미진진한 비엔나의 역사여행이 아니더라도 역사를 공부하는 일은 자연스럽고 지성적인 결정이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우리의 미래를 영원히 바꿀 수 있는 것이다. 그 사실만 잊지 않는다면 우리는 매순간 최선의 선택을 할 것이고, 그로인해 미래는 밝아질 것이다. 훗날 나 또한 역사로 기억되겠지만 아쉬운 선택이 아닌 최고의 선택으로 평가받기를 간절히 원한다. 실체가 분명한 일을 우연으로 치부하려는 행동이야말로 진실을 알지 못하는 이들의 비겁한 변명이 아닌지 모르겠다. 

책 속의 한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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