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트 - Rant
척 팔라닉 지음
2009-12-31
12,800원 | 496쪽 | 223*152mm (A5신)
종합평점 : 3.5 ( 1 명)
<파이트 클럽>의 작가 척 팔라닉의 장편소설. \'구술 전기\'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이 작품에는 주인공인 랜트가 직접 등장하지도 않는다. 오로지 수백 개나 되는 참고인들의 증언들로만 이루어진 것이다. 도시인들이 주간활동자냐 야간활동자냐에 따라 엄격한 야간 통행금지에 의해 분리되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항상 승리하는 고등학교 반항아, 랜트 케이시는 작은 마을인 고향 미들턴에서 큰 도시로 탈출한다. 그는 \'자동차 충돌 파티족\'이라고 불리는 도시의 파괴적 게임의 리더가 된다. 자동차 충돌 파티는 매일 밤 테마를 정해 그에 따른 복장과 자동차 장식으로 나타나 도로를 활보하다 서로를 들이받는 게임이다.

어느 날 랜트가 극적인 고속도로 사고로 죽자, 그의 친구들은 랜트의 짧고 폭력적인 삶의 구술 기록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증언들을 모은다. 그들이 수집한 일화들은 랜트가 도시에 조용히 광견병을 퍼뜨렸을 가능성과 그가 1차원으로 된 시간의 감옥을 탈출해 시간여행을 했을 가능성을 탐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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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 척 팔라닉의 매력을 조금 알겠다.
    행인 | 2009년 12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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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그 유명한 영화 을 보지 않았다. 영화를 무지 좋아하는 내가 가끔 너무나도 유명한 영화를 보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 작품이 그렇다. 한 번 시기를 놓치면 그냥 못보고 넘어간다. 그런데 워낙 영화가 유명하고...
    아직 그 유명한 영화 <파이트 클럽>을 보지 않았다. 영화를 무지 좋아하는 내가 가끔 너무나도 유명한 영화를 보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 작품이 그렇다. 한 번 시기를 놓치면 그냥 못보고 넘어간다. 그런데 워낙 영화가 유명하고, 작가 척 팔라닉에 대한 칭찬이 많아서 소설은 읽었다. 빠르고 가볍고 쉽게 읽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아니다. 접근 방식에 문제가 있었고, 이야기 서술 방식도 난해했다. 그 후 몇 권을 더 샀지만 괜히 손이 나가지 않았다.

    이번 신작도 손이 쉽게 나가지 않았다. 구술 전기라는 새로운 형식을 선보였다고 했을 때 호기심을 자극했다. 몇 쪽을 읽고 마음에 맞지 않으면 좀 뒤로 미루거나 다른 책을 보면서 틈틈이 읽으려고 했다. 그런데 초반 몇 쪽이 상당히 신선하다. 한 인물을 이야기하는데 그 대상은 등장하지 않고, 그를 경험한 사람들만 나와서 그에 대해 이야기한다. 왠지 모르게 끌린다. 첫 부분부터 새로움과 한 인물을 표현하는 방식에서 흥미를 느낀다. 이렇게 앞의 몇 장을 지난 후 다시 그가 지닌 난해함과 마주한다.

    ‘연쇄살인범 랜트를 추억하며’란 부제가 붙어 있다. 처음 이 문구를 보았을 때 얼마나 대단한 살인자인지 궁금했다. 서장에서 랜트를 걷고 말하는 대랑 살상 생체 무기로 표현하는 것을 읽으면서 얼마나 무시무시한 이야기가 펼쳐질까 잔뜩 기대했다. 그런데 아니다. 표지 밑에 나오는 문구를 간과한 것이다. 그는 총이나 무기를 들고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이 하나의 광견병원체로서 사람들에게 광견병을 옮길 뿐이다. 그와 키스를 하거나 그의 침이 묻어 있는 도구를 같이 사용할 경우 광견병에 걸린다. 그에게서 시작한 이 병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고, 하나의 신화와 전설로까지 발전한다. 이 소설은 바로 그런 과정과 그 중심에 있는 랜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역자가 말한 것처럼 3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랜트가 태어나고 자란 곳, 도시로 나와 살았던 것, 그의 사후 그 일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수많은 논쟁과 가정들. 그의 출생과 성장을 보면 남다르다는 표현이 그에게 딱이다. 그가 지닌 탁월한 능력도 흥미롭지만 그가 마을에서 벌인 몇 가지 작업이 더 눈길을 끈다. 그것은 자신의 능력으로 희귀 금화를 발굴하여 한 마을 경제를 뒤흔들어 놓거나 놀랍고 역겨운 장난을 펼친 것이다. 물론 그의 부모나 외가 쪽 사연도 뒤로 가면서 놀라운 사실 혹은 가정으로 앞의 이야기를 뒤흔들어 놓는다.

    대도시로 나온 그가 자동차 충돌파티족과 함께 하는 순간 분위기는 바뀐다. 한적한 시골의 풍경은 사라지고 뒤틀리고 괴이한 미래 풍경이 펼쳐진다. 사람들은 주간 혹은 야간활동자로 나누어지고, 이 둘은 통행금지에 의해 정확히 분리된다. 랜트가 어울리는 사람들은 당연히 야간활동자들이다. 그를 통해 광견병이 확산되는데 어느 순간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마지막에 가면 정부에 의해 확대 해석된 부분이 있다는 의문을 나타낸다. 그리고 수많은 화자들의 이야기 사이에 인류가 맞이했던 무시무시한 전염병에 대해 설명하면서 그가 퍼트린 병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려준다.

    랜트의 죽음 후 그와 관련된 사람들은 놀랍고 새로운 이야기를 한다. 그가 시간여행을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다시 한 번 더 이야기의 흐름은 바뀐다. 할아버지 가설을 놓고 논쟁하고, 그의 실체에 대한 현재의 모습을 설명하고, 과거의 의문을 풀어낸다. 수많은 사람들이 본 현실을 생각하면 분명하다. 하지만 인간이 가진 고집과 한계는 이것을 부인한다. 모순과 충돌이 일어나고, 흥미롭고 의미심장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점점 이야기 속에 빠져들고 작가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이 작품은 분명히 쉽지 않다. 특히 앞부분은 흥미롭지만 난해하고 지루할 때도 있다. 완성된 인간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우리가 스스로 한 사람을 완성해야 한다. 그의 실체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꼼꼼하게 읽어야 하고, 작가가 제시하는 단어와 상황들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전염병, 종교, 정부의 조작, 인종 차별, 인간 차별, 시간여행, 불멸 등을 다루면서 한 인간의 이야기 속에 다양한 주제와 소재를 담아낸다. 난해하고, 흥미롭고, 재미나고, 역겹고, 때로는 지루하지만 그 세계 속을 헤엄치다보면 이전에 간과했던 척 팔라닉의 매력과 재미를 깨닫게 된다. 이제 다른 책도 다시 손에 들어야겠다.
  • 독특한 형식의 독특한 이야기.
    살리에르 | 2010년 01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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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렵다. 어렵나? 글쎄.처음에 책을 읽어가면서 생각했던 것이다. 책 내용이 어렵다기보다는 그 독특한 형식에 책이 쉽게 머리에 들어오지 않은 탓이다.이런 책이 다 있나 싶을정도로 솔직히 처음엔 거부감이 든것도 ...

    어렵다. 어렵나? 글쎄.
    처음에 책을 읽어가면서 생각했던 것이다. 책 내용이 어렵다기보다는 그 독특한 형식에 책이 쉽게 머리에 들어오지 않은 탓이다.
    이런 책이 다 있나 싶을정도로 솔직히 처음엔 거부감이 든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도 뜻을 나타내기 위한 지은이의 색다른 시도일터. 지은이가 누군가. 컬트적인 글 쓰기로 유명한 '척 팔라닉' 아닌가. 그래서 계속 읽어봤다. 그랬더니 어렵다에서 어렵나?로 바뀌더라. 그런데 어렵지 않다고 여겼다가도 또 어려운거 같은게 참 아리송하다고 해야하나.


    이 책은 '구술전기'라는 참으로 독특한 형식의 책이다. 특이한 내용의 독창적인 책을 잘 쓰는 척 팔라닉이 이번엔 참 묘한 형식으로 독자들을 아리송하게 하는듯하다. 전기이긴 전기인데 구술전기라. 바로 주인공인 '랜트'를 아는 사람들을 인터뷰해서 랜트를 입체적으로 묘사하려고 하는 형식. 그런데 랜트를 말하는 사람들도 쉽지 않는게 시간순으로 말하는것도 아니고 자신이 겪은 '인상'을 중심으로 말하기때문에 과연 랜트가 어떤 인물인지 그리기가 그리 쉽지도 않다.

    가장 확실하게 아는건 랜트가 '죽었다'는 사실. 그는 작은 시골에 살다가 큰 도시로 나가서 자동차사고로 죽는다. 이른바 자동차 충돌 파티때문에. 자동차 충돌 파티란 하나의 주제를 정해서 거기에 따른 복장을 하거나 자동차를 꾸며서 서로 '박치기'하는 것. 랜트는 이런 놀이(?)를 즐기는 '자동차 충돌 파티족'이다. 그래서 그 주위 사람들이 랜트의 삶을 기록하기 위해서 여러 사람들의 증언을 모은것이다.

    그런데 이 시기에 사람들은 또 희안한게 주간생활자와 야간생활자로 나누어서 생활한다는 것이다. 건강하고 정상적(?)인 사람들은 낮에, 그리고 주간생활자에 해가 되는 사람들은 밤에 생활한다. 당연히 이 야간생활자들은 낮에 활동할수 없다. 이들은 정부에 의해 통행금지로 엄격히 구분이 된다. 밤중에 차 박치기를 했던 랜트는 당연히 야간생활자랑 친하다. 아니 그 자신이 야간생활자라고 할수있을것이다. 그런데 이 야간생활자들에 의해서 큰 병이 퍼지게 된다. 바로 '광견병'. 그리고 그 광견병을 퍼트린 '숙주'로 랜트가 지목된다. 그는 과연 광견변을 퍼트리고 죽었는가? 아니면 누구 말대로 시간여행을 통해서 죽지 않고 어디로 가 버렸나?

    주인공은 한번도 등장하지 않지만 랜트를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로만 이루어진 책. 이들의 이야기도 어찌보면 뒤죽박죽이라서 한 사람을 오롯이 상상이 가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랜트의 실존 자체가 의문시되기도 한다. 야간생활자의 삶을 대변하기 위해서 랜트라는 허구의 존재를 만들어낸것은 아닐까.

    책 읽는 내내 책을 덮었다가 다시 열었다가 했다. 책 진도가 안 나가서 덮을려고 하면 뭔가 신선한것으로 다시 이어지게 하고. 아마 이게 척 팔라닉의 글 쓰는 매력일까. 이번 책은 그의 전작들중에서 비교해봐도 가장 특이하고 독창적인 책이라 할만하다. 전기라는 장르가 없는것도 아니고 인터뷰형식의 다큐멘터리성 글쓰기가 없는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 책은 '소설'이 아닌가. 이런 형식의 소설이 전에 또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처음 접하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인정할껀 인정해야하겠는것이 지은이 참, 똑똑하다란 사실. 참으로 기발하고 특이한 발상을 잘한다고밖에 말 못하겠다. 어떤 사유과정을 거쳤기에 이런 글을 쓰는지 궁금해졌다는.


     지은이의 다른 작품도 읽었지만 이번 작품은 그리 쉽게 읽지는 못했다. 다른 책을 읽을때 비해서 배나 시간도 걸렸고. 척 팔라닉의 책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이런 형식의 글쓰기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릴꺼 같다. 분명한건 이 작품,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쉽지 않은 여행이 되겠지만 은근히 묘한 끌림이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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