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수 지음
2009-12-17
12,000원 | 160쪽 | 218*150mm
종합평점 : 4.5 ( 3 명)
내게 가장 빛나는 당신께 엽서를 띄웁니다

판화가 이철수는 23년 전부터 제천 외곽의 농촌 마을에서 아내와 함께 농사를 짓고, 판화를 새기며 지낸다. 그가 ‘이철수의 집(www.mokpan.com)’을 통해 그날그날 사는 이야기를 엽서에 그리고 써서 부친 지도 8년째다.
1년 내내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부치는 이야기들 속에는 살면서 보는 크고 작은 생명의 분투도 그려져 있지만, 시시때때로 밖에서 오는 풍파로 겪는 모두의 아픔이 함께 스며들어 있다. “싸워 이겨야만 살아남는다”는 말로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나, 조기유학, 조기교육, 성형 열풍에 이르기까지 외관을 드러내고 꾸미기 바쁜 비뚤어진 사회풍조를 만드는 자본의 축. 이웃과 다정하게 지내고 싶어도 자본을 축으로 해서 돌아가는 세상에 호흡 맞춰 살다 보면, 곁에 있는 사람과 손잡고 부둥켜안기보다는 등지고 경쟁하라는 세상의 요구에 응하게 된다. ‘신종’이라는 말이 붙은 전염병은 비단 몸에만 깃드는 게 아니다. 비뚤어진 세상이 부추기는 비뚤어진 욕망이 스며든 마음자리 또한 ‘신종’ 병을 앓는 셈이다.
바람 부는 데에 따라 이리저리 휘청거리되 결코 뽑혀나가진 않는 풀과 돌보는 이 없어도 혼자 당당히 꽃잎을 여는 여린 생명, 열매를 많이 맺지 못해 죄송스러워하는 머루와 설익은 채 떨어져버린 대추, 은밀하게 내통하는 봄과 산수유 이야기 등 이철수가 나지막이 들려주는 일상의 소식들은 하루하루 목숨을 등짐처럼 짊어지고 사는 우리가 어떻게 서로 기대어 살아갈지 말해주는 듯하다.
기쁜 날엔 기쁨이, 부끄러운 날엔 부끄러움이, 아픈 날엔 아픔, 분한 날엔 분노가 하루하루 보낸 나뭇잎 편지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철수의 시선이 소박한 향기를 뿜는 머루꽃처럼 평범해도 깊은 느낌을 주는 사람, 갈 때가 아닌데도 서둘러 가버린 사람들의 뒷모습, 집과 직장을 잃어 차가운 바람을 고스란히 맞으며 겨울을 견디는 이웃, 아침밥 대신 소주로 몸을 녹이는 사람 들을 향해 있어서다.
늘 기쁨만 선물할 순 없고, 저마다 겪는 시름과 아픔을 직접 나누거나 대신 해결해주진 못하더라도 함께 마음 맞대고 고민해보자는 제안이 수선스럽지 않은 말과 그림으로 전해져 온다. 매일 정성껏 그려 보낸 별 것 아니어 보이는 사물과 풍경은 길에서 보는 사소한 풍경, 늘 마주치는 이웃의 모습에서도 못된 세상을 못나게 살지 않을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일깨워주는 듯하다.
모두 다 제 갈 길 가기 바쁜 뒷모습을 보며 외로워도, 남루한 삶을 이어가느라 서러워도, 문득 옆을 살펴보면 있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누군가가 있다. 이름 없는 별처럼 제자리 곧게 지키는 당신의 존재. 겨울을 견디고 돋아날 새싹을 기다릴 수 있는 건 당신이 있어서라고, 엽서는 조용하게 마음을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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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새날
사는 동안 꽃처럼
비에 씻긴 초록의 노래
작을수록 더 가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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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을 수록 더 가까이...
    똘레랑스 | 2010년 01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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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일몰을 본 것이 엊그제 같은데,2010년 일출을 다시 봅니다. 올해는 일출 보기를 책으로 대신했습니다. 해마다 이철수님의 달력도 선물하고 그랬는데,올해는 제가 책으로 선물을 받았습니다. 이...
     


    2009년 일몰을 본 것이 엊그제 같은데,2010년 일출을 다시 봅니다.

    올해는 일출 보기를 책으로 대신했습니다.

    해마다 이철수님의 달력도 선물하고 그랬는데,올해는 제가 책으로 선물을 받았습니다.

    <화택>이란 글귀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 왔습니다.

    우리는 힘겹게 살면서도 새해가 되면 늘 '건강하시라'라는 덕담을 제일 우선합니다. 그 마음에 '함께'라는 마음도 담으시라고,이철수님께서 말씀해 주시고 있네요.


    책을 읽으면서,저 역시 2010년을 넘어 평생 삶의 화두로 삼고 싶어집니다.

    무서워지는 세상,서로 손을 마주 잡아 주어야겠노라고.




    대운하문제 뿐일까요?

    얼마전 어느방송에서 산에서 밭으로 내려와 농부들의 농사를 망치는 맷돼지들때문에 힘겨워 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해결책이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맷돼지들을 포획 할 생각이 우선 하더군요. 사실,농부님들의 고통이야 얼마나 클지  상상 할 수 조차 없겠지만,점점 산이 없어지고,환경이 파괴되어 가다 보니 맷돼지들이 농가로 내려 온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산에 먹을 것을 있게,그들의 터전을 그대로 두는 것이 더 우선이란 생각인데

    대운하문제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면 상상 할 수 없는 더 많은 일들이 벌어 질 것 같아,걱정입니다.


    이렇게 차근차근 흥분도 하며,공감도 하며 책을 읽다 문득 그림이 조금 더 컸다면 책이 조금 더 컸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작을수록 더 가까이..라는 문장에서 저는 그만 얼굴이 뜨거워졌습니다.

    작을 수록 더 가까이,라는 말이 주는 메세지란!

    더불어 함께 나누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한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조금 더 큰것에 대한 욕심을 가진 저를 반성하게 만들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계획을 세우면서 한해를 시작하고 한 저에게

    부끄러움도 함께 선물을 하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있어..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 마음을 어루만지는 이철수
    파란흙 | 2010년 0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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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이 이철수 판화에 열광할 때, 늘 한 발 뒤쳐서 가는 나는 또 그런가 보다 했다. 그래서, 찬찬히 들여다본 건 이번이 거의 처음이다. 더구나 그림이 아닌 그의 글은. 그런데 참 좋았다. 살아본 사람, 그 중에...

    사람들이 이철수 판화에 열광할 때, 늘 한 발 뒤쳐서 가는 나는 또 그런가 보다 했다. 그래서, 찬찬히 들여다본 건 이번이 거의 처음이다. 더구나 그림이 아닌 그의 글은. 그런데 참 좋았다. 살아본 사람, 그 중에서도 심미적인 눈을 지닌 사람, 심미안과 더불어 비판적인 시각까지 함께 가진 사람, 그런 사람이 이렇게나 그림을 잘 그리고, 글을 잘 쓰는 게 흔치는 않을 것이다.  


    섬세하고 아름다운 그림, 그 그림 속에 스며 있는 글들은 아름답고, 씁쓸하고, 쓸쓸하고, 외롭고, 다정하다. 글도, 그림도 어루만지는 느낌이다. 요새 칼날같은 마음으로, 백척간두에 선 느낌으로 하루하루를 위태롭게 버텨오고 있었더니, 마음이 간만에 풀어지는 느낌이다. 


    아직 샅샅이 훑지는 않았다. 그럴 필요도 없고. 아무 데나 열어 그림도 보고 깨알같은 글씨로 씌어진 글도 읽으니 책이 곁에서 떠나지 않는다. 어떤 글은 시, 어떤 글은 잠언, 어떤 글은 일기, 어떤 글은 논평, 또 어떤 글은 그저 편지라서 다양한 맛으로 이렇게 저렇게 음미한다. 


    그 중 시 한 편. 


    개울가에 나갔더니, 산수유 가지 가지마다 꽃눈이 보인다.
    은밀하다! 은밀하다! 봄하고 산수유.
    그렇게, 은밀한 내통이 있었구나! 죄많은 봄날이다.
    그런 내통이야 무얼로 막나? 아내와 손잡고 돌아오는 봄길.
    부끄러움도 모르는 봄빛이 만장해 있는 간지러운 봄길.
    -55쪽- 


    겉도 속도 아름다운 이런 책을 빚어낼 수 있으니, 세상이나 인생을 바라보는 마음이 늘 편치야 않겠지만, 이철수 화가는 행복하겠다.

  • 쉼표
    poison | 2010년 0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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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 계시지는 말라고  슬픔이 많아지셨거든,아픔이 많아지셨거든, 그게 마음에 너무 큰 자리 차지해 있거든, 일일이 불러와 앉히고 이야기 나누세요. 인사하는 거지요. 오셨느냐고! 오래 계시지는 말라고! 어...
    오래 계시지는 말라고 
    슬픔이 많아지셨거든,
    아픔이 많아지셨거든,
    그게 마음에 너무 큰 자리 차지해 있거든,
    일일이 불러와 앉히고 이야기 나누세요. 인사하는 거지요.
    오셨느냐고! 오래 계시지는 말라고!

    어쩜 이렇게 내 마음에 딱, 들어와 맞을까!
    이철수님의 글들을 읽다가 내 무릎을 친 것이 열 두 번은 더 된다.
    동화책 같은 얇디 얇은 책을 쉬이 읽어내려가지 못한 까닭이 바로 저기에 있을 것이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글들이 내 마음에 들어와서 음미하느라 책장을 넘기지 못한 것이다. 오랜만이다. 이렇게 책이 나에게 쉼표가 되어준 것은.


    요즘 무엇에든 욕심을 내는 나날이였다. 책도 더 많이 읽어야하고, 돈도 더 많이 벌어야하고, 집도 더 좋은 집으로 가야겠다는 손에 잡히지 않는 욕심들. 그 욕심들에 쉼표라는 기호를 달아준 것이 바로 이 책이였다. 왜 그렇게 서두르냐고, 잠깐 쉬어가지 않겠냐는 친절한 말과 함께.


    이철수님의 그림과 글들을 천천히 넘기며 마음 속 복집한 짐과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안녕히 가시라고 인사도 했다. 그제서야, 무언가 시원해진 느낌이였다.


    새벽에 눈뜨면 새날입니다.
    햇살이 눈부시지요! 밝습니다.
    살아서 맞는 모든 아침이 새날입니다.
    그 어느 아침도, 전에 있었을 리 없는 옹근 새날입니다.
    그렇듯, 존재도 그렇게 새로워져야 합니다.
    성취와 보람은 물론, 실패와 좌절, 실망조차
    새날의 경이로움 위에 놓인 것을 확인하는
    새 아침이 되시기 빕니다.


    어제의 낡은 나에게 고하는 아침 새 인사, 그리고 마음 속 복잡한 짐에게 고하는 새 인사 - 이 모든 것이 쉼표가 되어 나에게 희망을 선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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