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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읽는 동안 행복했다 김보일,철학,스무 살,불안
    파란흙 | 2010년 02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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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스무 살에서 한참 먼 내게 깊고 넓은 울림을 주었다는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단점도 마찬가지다. 스무 살들에 정확하게 포커싱됐다는 느낌을 별반 안 주는 것. 사실 철학이 그렇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스무 살에서 한참 먼 내게 깊고 넓은 울림을 주었다는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단점도 마찬가지다. 스무 살들에 정확하게 포커싱됐다는 느낌을 별반 안 주는 것. 사실 철학이 그렇다. 몇 살의 철학이 있을 수 있나? 인간과 존재에 대한 깊은 질문이 어디 나이로 구분지어질 수 있는 것인가? 물론 이 책의 저자인 김보일 선생은 작가이기도 하지만 현직 고등학교 선생님이기도 하므로 청소년과 청년에 대해 많은 앎과 고민과 애정을 지녔을 것이고, 그 나이의 고민에도 정통할 것이고, 그들을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썼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스무 살들이 이 책을 읽은 소감을 아직 접하지 못했고, 그들에게 이 책은 어떤지 궁금하다. 즉, 나는 좋은데 그들은 어떤지,라는 것.  


    며칠 전 안광복 저자의 강연회에 갔다가, 사춘기가 힘든 이유는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인데, 요즘은 불혹의 미래도 똑같이 불안하므로 스무 살이나 마흔 살이나 똑같이 힘든 시기를 겪는다는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불안'한 청춘에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를 표방하는 이 책이 내게도 맞나보다는 생각도 한다.  


    각설하고. 


    나, 이 책에 너무 꽂혔다. 나 읽으라고 일부러 누가 써 준 책 같다. 도서의 일대일 서비스를 받은 느낌. 나는 현학적인 느낌을 좀 좋아라 하고, 현학적이되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을 좋아라 하고, 그런 책을 좋아라 하는데 이 책이 딱 그렇다. 저자가 읽은 어마어마한 양과 깊이의 책들이 페이지를 쉴 새 없이 들고나는데, 그것들을 단순히 인용한 것이 아니라 한 줄 한 줄이 다 저자 속으로 깊이 들어가 있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심오하다면 그렇달 수 있을 내용이 편안하게 다가온다. 론리니스와 솔리튜드가 딱 정리되고, 긴가민가했던 스토아학파와 에피쿠로스학파의 생각들도 아하, 싶게 다가온다. 그리고 그런, 나와 멀다 싶던 이야기들이 내 삶과 직결되는 느낌이다. 고독, 불안, 사치, 쾌락, 행복, 우정, 사랑 등에 대한 혜안이 나를 편안하게도 하고, 면죄부를 쥐어주는 것도 같고, 그러면서도 은근하게 꾸지람하기도 한다. 


    끊임없이 내 삶, 내 생각, 내 미래를 생각하게 한다. 철학이라는 어휘를 제목에 붙인 책으로서는 최선의 결과인 셈. 적어도 내게는.  


    철학이라 고리타분할 거라 여기는가? 천만에. 이 저자가 놀기만 하셨나 할 정도로 '요즘 식' 에피소드가 콩나물국의 깨처럼 얹혀 있다. 스무 살 이상의 모든 사람을 겨냥하는 편안한 철학 에세이. 읽는 동안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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