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빈 외 지음
2010-02-18
15,000원 | 404쪽 | 223*152mm (A5신)
종합평점 : 5 ( 2 명)
《리얼 진보》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 최후가 만들어낸 산물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이 책은 ‘노무현 그리고 그와 함께했던 참모’들이 《진보의 미래-다음 세대를 위한 민주주의 교과서》를 시작으로 일련의 책들을 출간하면서, 노 전 대통령의 유지를 계승, 발전시키겠다는 ‘기획’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리얼 진보》의 출간은 노무현 시대의 보수성이 ‘사후’에 논의되는 ‘진보의 미래’라는 담론을 통해 사라지지도 않으며, 변명되지도 않는다는 ‘이의 제기’이다. 하지만 그의 실패는 단순히 비판적 평가 대상을 넘어 우리에게 던져주는 어떤 ‘숙연함’이 함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진보의 미래》가 노 전 대통령이 유고에 남긴 질문과 평가 그리고 미래의 모색이 담긴 책이라면 곧 나올 예정인 〈노무현이 꿈꾼 나라〉(가제)는 그가 남긴 질문에 대한 그의 편에 선 지식인들의 답변이 중심이 된 책이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오른쪽과 왼쪽으로부터 비판을 받아왔다. 보수와 수구가 ‘좌파’라는 딱지를 붙이며 그를 거의 ‘물어뜯는’ 수준에서 비난했다면, 진보/좌파 쪽에서는 그를 김대중 정권에 이은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충실히 수행한 정권이라며 ‘반서민적’이라는 등의 이유로 비판했다.

《리얼 진보》는 그를 왼쪽에서 비판한 시각을 대변한다. 물론 이 책은 노 전 대통령과 그의 ‘집권 시기’ 철학과 정책을 비판하기 위해서만 기획된 책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노 전 대통령은 세상을 떠나면서, 그가 “생각해보자”며 우리에게 던져준 화두인 ‘진보’에 대한 왼쪽 비판자들의 ‘답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진보에 대한 계보학적 탐색은 아니다. 노무현 정부의 정책과 정치노선 비판은 물론, ‘진보 세력’으로 자칭하는 ‘노무현의 왼쪽’ 동네 스스로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함께, 이데올로기로서 그리고 구체적 정책으로서의 진보의 내용을 함께 모색하고 있다.

《리얼 진보》가 암묵적이거나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는 전제는 “노무현 시대는 ‘진보’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리얼(진짜) 진보’는 무엇인가. 노무현이 아니라면 무엇이어야 하는가. “우리를 숙연하게 만들었던 그의 실패”는 어디서 기인한 것인가. 《리얼 진보》는 이런 질문에 대해 ‘정색을 하고 대답’하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정색을 하고 제시한 대답에는 ‘지금 여기, 한국 사회에서의 진보란 무엇인가-개념의 재정립’(1부)과 사회 각 영역에서 구체화된 진보적 정책 비전(2부), 이를 종합한 진보의 총체적 대안 모델의 재구성(3부)에 관한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

《리얼 진보》의 공저자들은 사회주의 붕괴 이후에도 진보의 제일차적 과제는 여전히 ‘자본주의 사회’의 극복에 있다고 주장하며(김상봉, 전남대 철학), 이를 위해서는 자본주의와 관료주의의 소외를 넘어선 새로운 삶의 양식, 인간형을 상상하고 만들어가야 한다(박노자, 오슬로대)고 주장하고 있다.

《리얼 진보》는 또한 “전 세계가 30년 만의 대논쟁-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근원적 의심-에 돌입하고 있을 때, 1980년대 초반의 레이건과 대처를 모방하려 하고 있는” 이 땅의 현실 정치가 “정확히 100년 전, 시대의 미로를 헤매다 나라를 통째로 이웃 제국주의 열강에 헌납했던 대한제국 지배층”을 떠올리게 한다는 ‘역사적 경종’을 울리며, 기득권 세력 모두에게 던지는 경고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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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진짜 진보’를 꿈꾸는 상상력과 용기
노중기_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진보신당 상상연구소 소장

1장. 새로운 것은 아직 태어나지 않았다

수상한 시대
장석준_ 진보신당 상상연구소 연구기획실장

진보란 무엇인가
김상봉_ 전남대 철학과 교수, 진보신당 상상연구소 이사장

좌파의 고민
박노자_ 오슬로대 한국학과 교수

김대중-노무현 정권은 ‘진보’였는가
이대근_ <경향신문> 논설위원

2장. 다른 미래는 가능하다

좋은 정당, 좋은 리더십이 관건
박상훈_ 정치학 박사, 후마니타스 대표

도대체 시장이 있어야 할 제자리는 어디인가
홍기빈_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

경제 대안의 출발점, ‘사회경제’
정태인_ 정치바로 소장, 진보신당 상상연구소 이사

최선의 건강을 위한 조건들
윤태호_ 부산대 의대 교수

모래지옥의 근원, 대학 서열화
하재근_ ‘학벌없는사회’ 대변인

복지 확대를 위한 증세
김정진_ 변호사, 진보신당 상상연구소 감사

사회임금으로 복지국가 상상하기
오건호_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

대안은 오래되었으나 누구도 실천하지 않는 주택 문제
손낙구_ 《부동산 계급사회》 저자

“모두 일하되 조금씩 일하는 사회”로
강수돌_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

한반도 평화의 길, 어떻게 갈 것인가
구갑우_ 북한대학원대 국제정치학 교수

더 적색으로, 더 녹색으로
한재각_ 기후에너지정책연구소 부소장

더 많이 소유하기보다 더 많이 존재하는 세상을 향해
목수정_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저자

3장. 지금, 여기의 문제들

MB-노무현을 넘어 대중 속으로
손호철_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다시 ‘진보의 재구성’을 말한다
진보신당 상상연구소

반MB연대를 넘어 ‘민들레연대’로
노회찬_ 진보신당 대표

《진보의 미래》서평_ 우리를 숙연하게 하는 그의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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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얼 진보 - 19개의 진보 프레임으로 살펴보는 진짜 세상 인문, 진보, 정치, 정책
    치카 | 2010년 03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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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걸 까먹고, 오랜만에 학생들이 주로가는 시간말고 어른들이 가는 시간에 성당엘 갔다. 장사치들처럼 명함들고 성당 앞을 지켜서 있는 사람들의 집요함을 헤치고 지나가면서 내미는 명함을 한장...
    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걸 까먹고, 오랜만에 학생들이 주로가는 시간말고 어른들이 가는 시간에 성당엘 갔다. 장사치들처럼 명함들고 성당 앞을 지켜서 있는 사람들의 집요함을 헤치고 지나가면서 내미는 명함을 한장도 받지 않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다 결국은 아는 사람에게 붙잡힌다. 불행히도 그 사람은 심성이 좋고 성실하기까지 하다. 문제는 그분의 가족이 도의원으로 출마한다는 것일뿐. 잘 부탁한다며 도와달라는 그분에게 머뭇거리다가 결국은 사람이 미워서가 아니라 그 정당정치를 싫어해서...라며 말을 흐리지만 좋은게 좋은거라고 명함 한 장 받아들고 헤헤거리다가 집으로 돌아온다. 좀 웃긴 일이긴 하지만 학교다닐때도 내가 지지하는 선배의 반대쪽 후보와 개인적으로는 적대시할 이유가 없어서 헤헤거리며 웃고 얘기하다가 잘 모르는 친구들에게 그쪽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오해를 받았던 기억이 났다.
    아무튼 나의 정치적 신념이라는 것도 확실히 드러내지 못하고, 그렇다고 인간적 친분관계를 생각해 기분좋게 명함 한 장을 흔쾌히 받는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기분은 영 찜찜할뿐이었다.

    지금 우리 사회에 절실히 필요한 것은 단지 한나라당 아닌 정치인이 단체장에 당선되고 국회의원이 되는 일이 아니다. 얼어붙은 대중의 열정을 다시 깨워 낼 수 있는 것은 오직, 시대가 바뀌고 있다는, 새로운 시대가 움트고 있다는 메시지뿐이다. 온갖 고상한 수식어로 치장된 선거 정치의 게임의 논리는 그런 메시지가 될 수 없다. 의제에 바탕을 둔 경쟁과 협력만이 그런 메시지의 발원지가 될 수 있다.(369)

    내가 나 스스로를 진보,라고 생각해본적이 없는데 '리얼 진보'라는 책을 집어드는 순간 왠지 나의 정치적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봐야할 것만 같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정치에 대해 욕이나 할 줄 알았지 진정한 관심은 없었고, 정당정치로 인한 사회의 변화에 대한 희망은 전혀 갖고 있지도 않았다.
    요즘 어머니와 TV뉴스를 같이 보면서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되는 건 그런거였다. 그놈의 정권과 정당이 아닌 건 알겠는데, 그렇다면 다른 정당의 정책과 내용은 무엇이냐, 라고 묻는 물음에 내가 대답해 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거.
    일흔이 넘으신 어머니는 소일거리삼아(물론 소일거리는 아닐 것이다. 얼마나 팍팍한 삶의 모습들을 보고 느끼게 되었으면 4대강을 죽이는 사업과 복지예산을 줄이기만 하는 현정권에 대한 비판을 다 하시는지... 아무튼) 뉴스를 보고 계셨는지, 민노당이 내부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빠져나간 사람들이 만든 그 당이 뭐냐는 질문도 하신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정치에 그닥 관심없는 사람들의 수준이라는 것이 다 그만그만한것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내가 진보라고 할 수 있든 그렇지 않든 '리얼 진보'라는 이 책의 내용들은 한번은 꼭 살펴봐야 할 내용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수가 없다. 19개의 진보 프레임으로 보는 진짜 세상이 어떤 상상력을 담아내고 있으며 그 상상의 실현가능성은 어디쯤 가고 있는가를 보기 위해.

    '진보 세력이 운동으로서 정치 영역에 참여하는 가장 이상적인 내용은, 정치의 방법으로 힘을 조직하여 가난한 서민 대중의 삶의 현실을 더 적극적으로 개선하는 것(103)이라고 했는데 실제로 진보세력이라 일컫는 이들의 글에서 그동안의 구체적인 정책이 없었음을 비판하고 성찰하며 진짜 진보 세력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제시하려 하고 있다.
    '리얼진보'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에서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진보의 개념을 재정립한다. 사회 각 영역에서 진보의 정책비전을 제시하는 2부는 열두 개의 글로 구성되어 있으며, 3부에서는 이를 종합적인 대안 모델로 재구성하고 있다.
    조급증이 더 커지고 정치에 대한 신뢰가 없어졌을뿐만 아니라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조차 희미해져가고 있는 상태라 그런지 학벌없는 사회라거나 사회경제, 복지국가, 더 많이 소유하기보다 더 많이 존재하는 세상을 향한 예술과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사회...에 대한 이상향은 한편으로는 더 힘을 내야지,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상상이 현실이 되기엔 앞이 안보이는 것만 같을뿐이다.

    그런데 상당히 비관적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저 마음속 어딘가에는 세상에 대한 희망과 사람에 대한 믿음이 있었나보다. 오늘 뉴스에서는 미국의 건강보험개혁안이 통과되었다는 소식이 나왔다. 그 내용이 무엇인지 묻는 어머니에게 공보험과 민간보험에 대한 설명을 간단히 해드렸다. 사실 가입자들은 아프기 전에는 보험료로, 아픈 후에는 본인 부담금으로 두 차례 의료비를 지출한다. 그런데 전자의 비용은 소득에 따라 납부하고, 후자의 비용은 아픈 만큼 내야 한다. 어차피 가입자들이 지불해야 할 재정이라면 소득에 따라 부과되는 보험료를 확대하고, 경제 능력을 무시하고 부과되는 본인 부담금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무상 의료’이다. 무상 의료는 공짜 의료가 아니라 진료 후 지불하는 본인 부담금의 제로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232)라는 설명도 하고 싶었지만 앞으로 또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오겠지라는 생각에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제주도에서 밀어부치고 있는 영리병원의 부당함에 대해서만 씩씩대며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깨달은 것이 있었다. 진짜 진보를 꿈꾸는 상상력과 용기를 보여주는 작은 첫걸음은 이런것일지도 모른다는 것, 분명 이번 선거에서 어머니는 예전과는 다른 선택을 하시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게 되는 것에서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에서 나는 희망을 보고 있음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조급증이 아니라 긴 호흡이다. 일이년의 단기전망이 아니라 적어도 10년을 내다보는 긴 시야다. 그리고 세계사의 대 전환에 걸맞는 근본적인 성찰과 고민에서 지금 당장의 실천 과제들을 찾아낼 줄 아는 안목이다. 말하자면, 시대는 우리에게 장기전의 지배를 요청한다(36)
    진보를 꿈꾸는 상상력,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에 대한 희망을 잃지 말고 더디더라도 뚜벅뚜벅 한걸음씩 나아가야함을 잊지말자.



  • 저 밑바닥에서 들려오는 천둥소리 진보, 좌파, 진보신당
    jjolpcc | 2010년 03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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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이 잔인한 달이라고 했던가? 춥고 배고픈 겨울이 지나고 생명이 움트는 희망의 계절을 잔인하다 표현한 엘리엇이 이해되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나 또한 열정으로 뭉쳤던 20대엔 4월은 밝고 아...

    4월이 잔인한 달이라고 했던가?



    춥고 배고픈 겨울이 지나고 생명이 움트는 희망의 계절을 잔인하다 표현한 엘리엇이 이해되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나 또한 열정으로 뭉쳤던 20대엔 4월은 밝고 아름다운 계절이었다. 아무리 희망을 이야기해도 결국은 절망으로 치닫는 세상을 살아보니 엘리엇의 탁견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 시대에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이 잔인한 일이라는 역설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지……. 그저 샨티 샨티 샨티라는 말을 되뇌어 본다.



    고대 자퇴생의 대자보를 뽑아 고3 학생들에게 읽혔다. 너희는 어떻게 생각 하냐고. 묵묵부답. 별 반응이 없었다. 그냥 내 생각만 주절거리고 헤어졌는데 한 녀석이 문자를 보내왔다. “아까 그거 대딩 공감은 하는데 저라면 그렇게 다 버릴 자신이 없네요. 남들도 쉽게 그러지 못하는 것처럼.” 그러면서 자신은 용기가 없다고 그랬다. 그래서 내가 답문하기를 “나도 쉽게 버리지 못하는 걸. 대자보 내용 읽고 마음에 울림이 느껴졌다면 그걸로 충분한 거야.”라고 했다. 그렇게 문자는 보냈지만 더 큰 비참함을 느낀 건 나였다. 나는 뭘 하며 살고 있는지. 과연 잘 살고 있는지. 내가 참 찌질 거리며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과연 4월은 아니 봄은 잔인한 계절이었다.



    진보라는 말이 가슴에 울리지 않게 된 건 좀 오래 되었다. 그저 그랬다. 진보니 보수니 좌니 우니 하는 말들도 그저 관념적으로만 느껴진다. 뭘 어쩌란 말인가. 아무리 발악해도 변하는 건 눈에 뵈지 않느니 말이다. 세상은 더 불공평하고 불평등하고, 양극화는 심해지고, 누구는 황금 똥을 누고, 누구는 굶어서 똥도 못 누고. 그런데 누가 이런데 관심이나 보이는가? 아니 관심은 보이는데 관심만으로 뭘 어쩌라고. 에잇, 될 대로 되 버려라. 하는 막 되먹은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래도 아무리 그래도 마음은 편치 않다. 그냥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저 가만있는 건 더 찌질 한 것 같다.



    『리얼 진보』는 진보신당의 싱크탱크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글로 구성돼 있다. 이름을 아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꽤나 좋아하는 사람이 필자인 경우도 있었다. 경제, 정치, 교육, 의료, 문화 등등 다양한 색채의 글들이 묶여 있는 책이다. 어떤 부분은 어려웠고(도표와 표로 무장한 내용들) 어떤 부분은 쉬웠다. 그리고 진보의 외연을 더욱 확장하고, 진보를 더욱 더 범용(?)화 시킬 수 있는 기술과 의견들이 돋보였다. 이전에 읽었던 진보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내용도 물론 포함되어 있었으면 더욱 진화된 정책과 의견들이 눈에 띄었다. 그렇지만 어떻게 일반 시민들의 마음속으로 진보를 확장시킬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여전하다.



    정치권을 넘어서 시민사회 수준에서 진보․개혁 세력의 침체와 뉴라이트와 같은 냉전적 보수 세력의 약진이다. 민주노총은 혁신을 하지 못한 채 나락에 빠져있고, 진보․시민단체들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에 뉴라이트 단체들은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 냉전적 보수 세력이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헝그리 정신을 잃지 않고 진보․시민단체보다 뛰어난 전투성과 기획력을 가지고 공격적인 캠페인을 펴 나가고 있다. -본문 328쪽



    그렇다. 진보도 개혁도 더 이상 위에서만 지들끼리 노는 수준에서 벗어나야 한다. 현학적이고 관념적인 부분을 과감히 털어내고 바닥으로 내려와야 한다. 진보의 앞날을 지역공동체에서 찾아야 한다면 서울을 벗어나 지방으로 지역으로 과감하게 만남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단 한 사람이라도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곳이 있으면 만나서 이야기하고 소통해야 한다. 그래야 『리얼 진보』와 같은 책도 많이 팔리고, 많은 사람들이 현실의 어두운 틀을 깰 수 있다. 민주화 연합이든 진보연합이든 뭐든 사람들이 많이 알아야 한다. 그래야 동력이 생긴다. 또 그래야 나 같은 어설픈 진보, 어설픈 좌파가 패배주의를 떨쳐내고 4월에 희망의 노래를 부를 수 있다. 들리는 가? 저 밑바닥에서 들려오는 천둥소리가. 다타(주라), 다야드밤(공감하라), 담야타(절제하라)

  • 출렁이는 파도처럼 진보의미래,진보의재구성
    들풀처럼 | 2010년 03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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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해 전, 딸애가 초등학교 5학년 때, 같은 반 친구랑 영화를 보러 가도록 해주었다. 그때, 아이 친구의 엄마가 했다는 말이 잊히지 않는다. 딸애의 친구는 그게 처음 영화관에 가서 본 영화라는 것이다. 엄마도 아...
    두 해 전, 딸애가 초등학교 5학년 때, 같은 반 친구랑 영화를 보러 가도록 해주었다. 그때, 아이 친구의 엄마가 했다는 말이 잊히지 않는다. 딸애의 친구는 그게 처음 영화관에 가서 본 영화라는 것이다. 엄마도 아빠도 사느라 바빠서 아이를 데리고 영화관에 간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얘기였다.

    어디 영화 한 편뿐이랴. 살아가며 아이들이 함께하지 못한 추억들이 얼마나 많고 적느냐는 부모들의 상황, 구체적으로 경제적 능력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다행히 아직은 우리가 바닥에 있는 건 아니지만,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장담은 할 수 없다. 이 불완전성이 자본주의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기본적인 특성의 하나이리라.

    낡은 것은 죽어 가고 있는데 새로운 것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상태. 이탈리아의 위대한 혁명가 안토니오 그람시는 '위기'를 이처럼 정의한 바 있다. 그렇다. 현재는 위기다. 낡은 신자유주의는 죽어 가는데 새로운 것은 아직 태어나지 않고 있다. (손호철) (326)

    여러모로 '위기의 시대'라는 말이 들려온다. 그리고 지금은 위기의 시대임이 분명하다. 정치경제적으로 말이다. [리얼 진보]에는 이 위기의 시대를 건너가기 위한 진보적인 연구자(교수, 연구소장, 철학자, 정치인 등)들의 진지한 논의가 넘쳐난다. 대부분의 논의는 설득력이 있고 시행된다면 좋은, 귀담아 들어둘 만한 이야기들이다. 몇 가지만 뽑아보자.

    '양질의 평등한 보건의료' (윤태호) (187)

    삶이 문화가 되는 사회 : 문화 휴가제 (목수정) (322)

    득표율과 의석수가 일치해 사표를 극소화하는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소선거구 병용제 (336)

    결선투표제 (의 도입) (344)

    몇 가지만 추려보아도 시행만 된다면 모두가 행복해 할 정책들이다. 하지만, 과연 언제쯤, 어떻게 이 정책들이 시행될 것인가, 아니, 시행가능성이 있기는 한 것일까? 여기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고 되묻게 되는 것이다.

    레닌 이후 운동권에서 습관적으로 사용하던 무엇을 할 것인가 라는 화두는 당위를 강조한 것이었다. 이에 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화두에서는 현실적 조건을 강조하는 겸허함이 배어난다. 그만큼 사태의 엄중함을 증언해 주고 있는 것 같다. (329)

    그런데 이 책에는 넘쳐나는 논의 가운데에서도 빠져 있는 부분 두 가지가 눈에 띈다. 그 중 한 가지는 '언론' 관련 논의이다. 지금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지만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 언론의 행태와 이로 말미암은 피해는 드러난 사실보다 훨씬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에는 어떤 까닭인지 언론개혁에 관한 부분은 쏙 빠져 있다. 마치 '리얼 진보'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언론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이상하고 또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어쩌면 진보의 위기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적!들 중에 '보수 언론'이 빠질 리가 없는데 정말 이상하다. 그리고 한 가지는 지난 한해를 달군 중요한 의제인 '용산' 이야기이다. 별도의 논의가 필요할 만큼의 이야기가 될 것인데 다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그래도 책에는 진보진영 내부의 솔직한 고백도 넘쳐난다. '긴 호흡'의 필요성(36), '진보 진영과 대중의 소통도 문제'(331), '지역 풀뿌리 토대가 극히 취약하다는 점'(355) 등이 진솔하게 다가온다. '진보의 재구성'을 위하여 논자들이 고민을 거듭하고 있음을 느낄 수가 있다. 그리하여 '진보'는 '성찰'을 통하여 생활에 '뿌리'를 내리고 '통합'의 길로 나아가야 함에 이른다.

    (진보의) 재구성이란 것은 결코 정해 놓고 목표에 도달하는 일이 아니라 예기치 않은 것과 만나고 대화하며 이를 끌어안는 일임을 우리는 뒤늦게 깨달았다. (357)



    진보의 재구성은 기본적으로 세 가지, 즉 성찰을 통한 혁신, 생활에 뿌리를 내린 진보, 혁신 진보와 생활 진보에 기초한 진보의 통합으로 이루어진다. (노희찬) (388)

    견고한 벽처럼 보여도 틈새는 있기 마련이고 마침 이즈음에 보수의 벽에 균열이 가기 시작하였다. 최근 두어 주 사이에 드러나는 어처구니 없는 현실들 - MB의 독도 발언, MBC 사장 선임 과정에서의 조인트 발언,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불교 외압 발언 등 - 이 2008년 촛불 이후 숨죽여 있던 '시민'들을 흔들기 시작하였다. 이 흔들림의 방향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철저한 반성과 깨달음을 얻은 진영만이 '출렁이는 파도처럼' 밀려왔다 떠나가는 민심을 잡을 수 있으리라.

    그리고 [리얼 진보]에서 그 결연한 다짐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조금 더 대중 속으로,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유연하게 다가왔으면 좋겠다. 부디 이 암중모색이 빛나기를, 그래서 '진보의 재구성'을 멋지게 이뤄내기를 기원해본다.

    진보 진영에게 현재 필요한 것은 당위적인 거시적 담론보다 '지금 여기서' 진보적 모델 사례를 만들어 내 대중이 이를 체험하게 하는 일이다. (오건호) (238)


    2010. 3. 24. 새벽, '지금, 여기서' 함께하는 '진보의 길'을 보여주기를 ~


    들풀처럼

    *2010-037-03-13


    *책에서 옮겨 둡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조급증이 아니라 긴 호흡이다. 일이 년의 단기 전망이 아니라 적어도 10년을 내다보는 긴 시야다. (장석준) (36)

    참된 정치란 너와 내가 만나 우리가 되는 것이다. 참된 만남에 대한 지향이 다른 모든 정치적 이념들을 인도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이념도 불화의 씨앗이 될 뿐이다. (김상봉) (61)

    평등과 연대, 생태와 민주주의의 가치가 어우러져 삶의 질을 향상시킬 곳이 바로 사회경제 그 터전인 지역공동체이다. '진보의 재구성'을 진정 원한다면 우리가 눈을 돌려야 할 곳이 바로 여기다. (정태인) (166)

    구체적인 제도 개선 : 소득세 제대로 걷자
    1. 소득세에 대한 각종 감면 혜택을 점차 줄여 가야 한다.
    2. 금융소득종합과세의 범위를 원칙적으로 모든 금융소득으로 확대해야 한다.
    3. 소득세의 누진도를 강화해야 한다.
    4. 부동산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계속 강화해야 한다.
    (김정진) (218)

    지구를 지킬 것인가 아니면 일자리를 지킬 것인가, 진보를 새롭게 구성하려는 우리에게 큰 도전이 되는 질문이다. (한재각) (285)

    한글 보듬기
    가장 시급하게 보듬어야 할 정책은 한글 정책이다. 문화를 인간들의 삶이 새겨놓은 풍경의 무늬라고 정의한다면, 그 무늬를 새기게 해 주는 가장 풍성하고 두터우며 넓은 그릇은 언어이다. ~
    2008년 정부와 지자체가 사용한 한글과 영어 관련 사업 예산을 보면, 영어를 위해 쓴 예산이 한글을 위해 쓴 예산의 37배에 이른다. 영어에는 4,457억 원, 한글에는 121억 원을 들였다. 한글학자들은 정부가 영어를 위해 쓴 예산의 10분의 1만큼이라도 한글을 위해서 서야 한다고 입을 모아 (가련하게) 말한다. (목수정) (305)

    진보 진영과 대중의 소통도 문제다. 진보 진영은 구체적으로 대중과 소통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관념적이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관념성이 아니라 급진성이 문제라고 생각하여, 관념성은 그대로 둔 채 우경화하기에 바빴다는 점이다. 그러나 정주영의 아파트 반값 공약이 진보 진영보다 더 급진적이었다. (331)

    지역 풀뿌리 토대가 극히 취약하다는 점이다. ~ 대중의 일상생활에 거의 뿌리박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보신당 상상연구소) (355)



    진보 세력은 오히려 지역에서부터 새로운 모델 사례들을 만들어서 이를 무기로 전국 정치에 새 바람을 일으키는 전략을 고민해 보아야 한다. (355)
  • 그들만의 진보가 아니길...
    봄햇살 | 2010년 04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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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은 지 너무 오래지나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전에는 책을 읽으면 인용도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도 해줬는데 요즘은 돌아서면 잊어버린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더니 옛말이 꼭 맞는다. 여쨌...

    책을 읽은 지 너무 오래지나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전에는 책을 읽으면 인용도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도 해줬는데 요즘은 돌아서면 잊어버린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더니 옛말이 꼭 맞는다. 여쨌든 가물가물하는 기억으로 써야겠다.

    얼마전부터 계속 고민하는 부분이 이런 거였다. 과연 우리에게 진정한 진보가 있나, 진보가 좋은 것이라면 왜 이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외면을 받는 것일까(물론 어느 사회나 보수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진보가 일부를 차지하는 게 상식이지만 우린 좀 심하게 일그러진 듯하다), 앞으로 변화 가능성은 있는 것일까 등등의 생각들. 그래서 한때는 아예 신경을 꺼보자고도 결심했었다. 그런데 그것 또한 쉽지 않았다. 도통 의욕이 없어서 그냥 속을 끓이더라도 원래대로 살기로 했다. 어차피 변화가 피부에 느껴질 정도라면 그것 또한 문제일 거라고 위안을 하며.

    사실 진보에게 문제가 없었던 건 아니다. 어찌보면 진보를 자처하는 사람들조차 그들만의 진보를 꿈꾸고 있었던 건 아닌가 싶다. 일반인들의 생각은 뒷전으로 미뤄둔 채 대의만 생각했다고나 할까. 물론 아무것도 없을 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기초가 닦였을 때는 그것을 탄탄하게 만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힘이 필요했을 텐데 그들은 그것을 간과했다. 아직도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이 앞에서 이끌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이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걸 확인한 게 바로 촛불이었다. 그렇다면 아직도 '요즘 젊은 애들은'하며 자신들의 방식을 강요해야 할까. 전혀 아니다. 물론 그들도 알고 있다. 문제는 아니라는 건 알겠는데 대안이 없다는 게 문제가 아닐런지. 그래서 이 책에서 진보의 정의를 되돌아보고 고민을 해야한다는 말이 와닿는다. 

    다양한 곳에서 진보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분야에 관해 이야기를 풀어놓는데 어느 것은 아직은 너무나 먼 시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갑자기 변하는 게 결코 좋은 게 아니니까. 교육이면 교육, 주택이면 주택, 복지면 복지 이 모든 게 지금 이대로는 안된다는 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부분이다. 그런데도 왜 바뀌지 않을까. 그것은 결과만을 바꾸려고 하기 때문이 아닐런지. 과정부터 차근차근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그런 시간을 주지 않았다. 그건 어느 한 쪽의 잘못이 아닐 게다. 솔직히 현재 많은 사람들이 진보에게 실망했다. 물론 그들만의 잘못이 아니라 언론의 잘못부터 시작해서 원인을 규명하려면 복잡해지겠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잘못이 하나도 없다고 할 수 없다. 이제라도 제발 진보가 힘을 얻어 좀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 나라가 나아갔으면 좋겠다. 그래서 속 끓이지 않아도 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런데 19명이 하는 이야기를 읽으며 문득 이런 게 느껴졌다. 사람들과 직접 만나거나 공개강의를 하는 사람들의 글은 읽기 편하고 마치 옆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여겨지고 공감도 되었다. 반면 교수가 쓴 글들은(물론 모두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어디나 '전부'라는 건 없으니까) 그들의 논조에 동의함에도 불구하고 읽기가 편치 않았다. 현학적인 표현이 많았다고나 할까. 직선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에둘러 표현하거나 쉬운 표현이 있는데도 어려운 말을 쓰거나 복잡한 문장을 썼다. 보통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한 이런 책, 그것도 진보를 논하고 진보계층을 좀 더 넓히기 위한 책에서 먹물 냄새를 풍기는 건 좀 그렇다. 이걸 이해하는 사람만 오라는 것도 아닐텐데. 이런 것도 진보의 문제가 아닐까. 그래서 난 어느 분야나 '현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장의 상황은 책상에서 생각했을 때의 상황과 분명히 다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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