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상 지음
2010-03-04
10,000원 | 248쪽 | 210*145mm
종합평점 : 4.5 ( 1 명)
시대의 그늘과 그 안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서정적이면서도 사실적인 문체로 그려왔던 소설가 정도상이 신작 장편소설 『낙타』를 선보인다. 2009년 6월부터 약 3개월간 인터넷 문학동네 독자커뮤니티(http://cafe.naver.com/mhdn)에 연재되면서 많은 독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던 이 작품은 짧은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 아들과 함께한 고비사막으로의 여행을 통해 인간 내면의 고독을 직시하고 상처를 보듬어주며, 그 길 위에서 만났던 많은 사람들―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건강하게 살아내는 그들과 우정을 나누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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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옆구리에 절벽 하나가
고비의 한복판에서
춤추는 별 하나
바람의 길목
몽골 소녀 체첵
고양이와 나그네
주술사를 찾아서
11월의 마지막 저녁
아흔아홉 어워에 아흔아홉 번 절을 하고
사랑과 몰락을 반복하며
고비에서
마음이란 원래 그런 거야
정거장에서
조드가 오다
세계의 변두리에서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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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깊은 의미를 다시금 깨우치는 사막여행 낙타, 고비사막, 여행
    영원한청춘 | 2010년 04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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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타라는 동물.... 태풍이 불어와도 꼼짝없이 느릿느릿 자신의 길을 걸어갈 것만 같은 오묘한 동물. 예전까지는 한 번도 낙타라는 동물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

    낙타라는 동물.... 태풍이 불어와도 꼼짝없이 느릿느릿 자신의 길을 걸어갈 것만 같은 오묘한 동물. 예전까지는 한 번도 낙타라는 동물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와 함께 여행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근원을 알 수 없는 어떤 강인함으로 똘똘 뭉쳐진 영물이 아닌가 싶다. 그 거친 모래 사막 위에서 바로 지워질망정 또각 또각 자신의 발자욱을 남기고 앞으로 걸어가는 낙타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네 인생도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진중하게 나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단테의 신곡을 따라 여행하고 싶다, 생을 리셋하련다라는 짧은 유서를 남기고 15년 6개월의 어린 삶을 스스로 마감한 아들은 작가에게 끊임없이 삶의 이유를 묻는 듯하다. 그 대답을 찾기 위한 듯 시작된 몽골 고비사막으로의 여정 속에서 저자는 수많은 나와 너를 마주대하고 마침내 저 밑바닥에 홀로 웅크리고 있던 순수한 영혼을 꺼내 올리기 시작했다. 살아가는 동안의 모든 삶의 여정이 켜켜히 쌓아 올려졌을 그 영혼의 목소리를 이제야 들을 수 있었고 그리고 그 여정이 끝날 즈음에야 마침내 아들 ‘규’를 떠나 보낼 수 있었음이다.


    여행이 즐거웠다며 작별을 고하는 그 장면에서 나는 드디어 그가 자신을 용서하고 미처 손 써볼 기회조차 주지 않고 떠난 아들도 용서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하여 살아가는 진짜 여정의 길 위에서 이제 조금은 편안하고도 여유로운 모습으로 나아갈 준비를 마친 것은 아닐는지.


    고비 사막에서 그가 만났던 많은 유목민들. 그들이 전해준 소박하지만 인간적인 우정들이 인생의 단비처럼 느껴져 실제로 한 번쯤 그들과 조우했으면 하는 바램마저 들게 했다. 그 순수한 삶 속에서 자연과 어우러져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멋지게 삶을 꾸려나가는 모습을 묵묵히 바라보자니 오늘 하루도 허덕거리며 살아간 내 삶이 너무도 초라해지기 시작했다. 


    “ 다정한 눈길, 바로 곁에서 느껴지는 숨결, 갓난아이의 보채는 소리, 양떼의 바스락거림, 말똥이 일으키는 불꽃, 낙타 새깨의 젖 빠는 소리, 이처럼 사소한 것을 소중히 여기며 행복을 만들어 내는 부부 앞에서 내가 한없이 초라한 존재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이곳에서 나는 배터리가 떨어진 MP3나 신호를 받지 못하는 손전화 같은 존재였다.” - P. 122 중


    목적 아닌 목적을 위해 쉼없이 달려온 내 삶이 이렇게나 부질없어 보인적이 없었다. 나를 희생하고 때로는 타인의 희생까지도 강요하면서 내가 획득해 온 것들이 지금 내 옆에서 나를 비웃는 듯하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또 다시 저질러야 하는 예견되지 않은 악행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 눈을 감아 버렸다. 등골의 서늘함을 강하게 느끼면서.


    나에게도 저자와 같은 사막여행이 필요했었던 건 아니냐고 슬그머니 묻고 싶어졌다. 언제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너란 인간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느냐고, 살아오면서 내 가슴에 날카롭게 그어졌을 상처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치유해 준 적은 있느냐고 말이다.
    그저 고통스러움도 묵묵히 견뎌야 하는 게 인생이려니 싶었다. 남들 다 그렇게 산다는 거 나도 알고 그들도 알고 생이 다 하는 날 까지 비루하게 이어지는 삶의 부록같은 것일 뿐이라고 애써 위로하면서 참으로 잘 견뎌왔다. 그렇지만 순간순간 놓아버리고 싶었던 마음이 왜 없었겠는가? 그때마다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마음을 추스렸다. 그럴수록 마음은 더 허해지고 삶의 목적은 불분명해졌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이제 나도 여행을 시작하고 싶어졌다. 새로운 기대와 흥분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그런 일상적인 여행이 아닌 내가 이미 걸었던 길을 다시 거꾸로 돌아가는 그런 여행 말이다.
    그리고 천천히 묻기 시작할 것이다. ‘ 넌 누구니? '라고.
    이 물음에 스스럼없이 대답할 수 있는 날 나는 이 삶을 계속할 이유와 용기를 갖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래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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