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석 지음 | 박재동 그림
2010-04-14
10,000원 | 344쪽 | 210*145mm
종합평점 : 4.5 ( 1 명)
<사랑으로 매긴 성적표>의 저자 이상석이 자신의 성장기를 소설로 풀어냈다. 풋풋한 부산 사투리와 60대의 시대적 배경이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유명한 단짝 친구 박재동 화백과의 이야기들은 우정, 사랑, 시대적 아픔, 성장통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사실적인 묘사는 이상석의 모든 것을 담은 듯 진솔하다. 그의 성장기는 그가 지금의 자리에 있도록 한 은사들에게 헌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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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분들께
삘기 뽑아 먹던 언덕
목젖으로 뻗쳐오르던 열기
중3, 반항을 시작하다
아재, 밥 좀 갈라 묵읍시다
바바리 이야기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절, 고3
그해 봄날
천하의 고문관
내 삶을 가꾸어 준 사람들
다 쓰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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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생님, 왕년에 좀 노셨나봐요 못난 것도 힘이 된다,이상석,박제동,카르페디엠
    소일 | 2010년 06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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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생각해도 너무, 지나치게 모범적이었던 학창시절을 보냈다. 그와 비교하면 지금은 지나치게 ‘틀’에서 벗어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벗어나는 순간, 도시를 뛰쳐나와 시골에 집짓고 살림을 차...
     



    지금 생각해도 너무, 지나치게 모범적이었던 학창시절을 보냈다. 그와 비교하면 지금은 지나치게 ‘틀’에서 벗어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벗어나는 순간, 도시를 뛰쳐나와 시골에 집짓고 살림을 차린 뒤 느끼는 해방감이 얼마나 큰지 아마 경험하지 못한 이들은 모를 것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다. 깊숙이 머릿속에 박혀 잊어버리지도 않고 있다. 당시 선도부활동을 하던 나는 규율을 단속하는 위치에서 자신의 몸가짐을 각별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순종했다.

    1학년 때 명찰한번 안 달고 왔다가 선도부실로 끌려가서 맛보았던 폭력과 위압의 분위기는 내가 ‘당사자’가 이후에도 고등학교 시절 내내 나를 지배해왔다. 당시 폭력의 일상화는 선후배간 뿐만 아니라 선생과 학생들 사이에도 만연했다. 집에서까지 폭력에 노출되지 않은 것은 다행이었다.




    그런 순종의 분위기 속에서 어느 날 찾아온 일탈의 상황이 나를 갈등으로 몰아넣었다. 같은 반 날라리로 소문난 급우가 미팅을 주선했는데 나갈 사람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꼭 나야할 것은 없었다. 그 친구는 내가 ‘대타로서’ 필요했던 것이다.


    당시엔 대학을 목표로 죽었다 생각하고 공부만 해야 한다고 믿는 순진함에 작은 일탈도 큰 죄악처럼 느껴졌다. 순간의 본능. 승낙하고 말았다. 마음 한구석엔 미팅은 어떨까 하는 호기심이 있던 것이다. 점점 커지고  있어서 날짜가 다가올수록 두근거리는 마음은 더해져갔다.




    전날 저녁엔 잠도 제대로 못 이룰 정도였는데 당일 어찌나 가슴이 떨리던지 옆에서 혹시 내가 떨고 있는가 눈치 채면 어떻게 할까 걱정이었다. 그 친구는 쉬는 시간에 나에게 와서 미팅이 취소되었다고 말했다. 눈치로는 대타가 들어선 것 같았지만 나는 그냥 알았다고 하고 안도의 한숨의 내쉬었다. 차라리 다행이었다. 당시의 깡으로는 미팅자리까지 가지 못하고 주저앉거나 도망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병신, 쪼다. 그 창창한 젊음의 기운을 도대체 어디다 다 묻어버렸는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 반항의 계절에 한번씩은 해본다는 가출도 집 나가면 개고생이 뻔하다는 생각에 조용히 집과 학교를 오가는 생활을 끊임없이 반복했다. 부모님이 말씀하신 것, 선생님 말씀은 지키는 것이 항상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그 ‘지도’만 좆으면 언젠가 성인이 되어 내가 하고 싶은 데로 해도 누구도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믿음을 좆아 12년간을 남이 시킨 것만 하고 살았더니 정작 대학입학 후 풀어지자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누군가에게 묻고 싶은 것이었다.




    나는 속고 살았던 것이다. 다들 과거에는 한 자락씩 일탈과 방황의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항상 정숙과 규율을 강조하고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가차 없이 폭력을 가했던 체육선생과 학생주임선생들의 과거는 어땠을까. 욕을 입에 달고 다니던 국어선생의 경우는 어떠했을까. 점잖은 척 도덕을 강조하고 다니던 옆집아저씨의 ‘과거’가 궁금하다.

    아니, 궁금하지도 않다. 그런 사람치고 과거에 순종만 하고 살았던 사람은 흔하지 않다. 내가 어른이 되어 겪어보니 그렇다. 학생 때 모범생이 어른이 되어 모범적 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은 드물다. 오히려 ‘개과천선’형이 훨씬 솔직하고 인간적이다. 과거에 얼마나 방탕했는지 방황을 많이 했던지 지금 아이들의 고민과 솔직한 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난 그렇지 못하다.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해본 경험이 전혀 없는 나로서는 벗어남, 비뚤어짐, 불복종의 ‘맛’이 어떤 것인가를 알지 못한다. 그러니 무슨 조언을 하며 그들과 어깨동무하고 노래를 부를 수 있겠는가. 내가 키우는 아들이 걱정이다. 조짐은 벌써 나타나고 있다. 네 살 어린아이가 말을 너무 잘 듣는다. 하지 말라면 하지 않고 그만하라면 그만할 줄 안다. 벌써 어른 같다.




    만화작가사이에서 존경의 대상이기도 한 박재동화백과 책의 주인공격인 고등학교 국어, 이상석선생은 ‘불알친구’였단다. 가난한 가정환경에서 마음껏 비뚤어질 테다라고 마음먹고 방황했던 젊은 시절을 되돌아보는 자서전을 썼다. 방탕하고 비뚤어지고 반항하는 것을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책까지 냈을까. 그리고 시사만화씩이나 그렸다는 사람이 그 그림들을 그려서 책을 채우게 되었을까.




    인생은 변화무쌍하다. 비뚤어진 채로 평생을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젊은 날 일상을 벗어난 경험들은 체계적이고 교육적인 일상보다 훨씬 풍부한 체험과 감성을 일깨운다. 봐라. 학교와 집에서 교과서와 참고서로만 배우던 세상과 직접 사회생활하면서 느끼고 체험한 세상이 얼마나 다른지.




    못난 것도 힘이 된다. 아니, 못난 것이 바르고 예쁜 것보다 훨씬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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