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3-26
13,000원 | 320쪽 | 223*152mm (A5신)
<예수전>에 이은 김규항의 시대를 앞선 비평. 전문 인터뷰어로 활동하면서 ‘인터뷰’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고 있는 지승호가 만난 유쾌한 급진주의자 김규항.

그는 끊임없이 우리 스스로부터 반성하자고, 회심하자고 말한다. 사는 방식과 생각하는 방식이 변하지 않으면 우리는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를 억압하는 사람들에게, 현실에 분노하는 것은 기본’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우리 삶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거듭 강조한다. (출처: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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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B급 좌파, 김규항이 그리는 세상
2장 문화로 우리 사회 엿보기
3장 김규항의〈그 페미니즘〉
4장 한국 사회의 진보를 묻는다
5장‘촛불’과‘추모’앞에서
6장 예수에게 묻는 이 시대의 진보
7장 내일을 위한 진보와 미래세대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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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항이라는 이름을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면 ‘진보적 칼럼리스트’ ‘어린이 잡지 출판인’ ‘사회주의자’라는 설명이 첫 줄에 뜬다. 그는 ‘진보적인’ 내용의 칼럼을 쓰고 있으며〈고래가 그랬어〉라는 어린이 인문교양 잡지 발행인이다. 그러나 보다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은 ‘좌파 김규항’일 것이다. 그렇다 김규항은 좌파다. 2010년 3월 〈한겨레21〉800호 특집에서, 정치인과 사회인사 5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그는 가장 왼쪽의 정치 성향을, 시장의 자유뿐만 아니라 개인의 자유에 대해서도 가장 높은 쪽의 성향을 드러낸 자유주의 좌파로 드러났다. 급진적인 좌파로서 우리 사회 전반에 대해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하는 거침없고 경계 없는 발언과 글쓰기 그리고 행동을 해나가고 있는 김규항이 인터뷰어 지승호와 만났다.

인터뷰이 김규항과 인터뷰어 지승호는 “진보와 영성”이라는 큰 주제 아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이번 인터뷰는 평소 친분이 있던 두 사람이었기에 그 어느 때보다 깊고 진지했으며, 날카로운 질문과 답변들이 오갔다. “진보와 영성”을 큰 주제로 이야기하지만 그 이야기는 우리 삶의 디테일로 뻗어나갔고 추상적인 내용이 아닌 지금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여기, 오늘 현실의 문제와 내 일상에 적용해볼 수 있는 구체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이 책에서 제기하는 문제들은 우리가 처음 접해보는 새로운 것들이 아니다. 김규항과 지승호는 지금의 한국 사회와 한국 사람들인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이야기한다. 이런 문제의식과 질문을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각종 매체와 텔레비전 토론을 통해서 듣는다. ‘교육 문제가 심각해서 이러다가는 우리 애들도 부모들도 다 못살 것 같다’ ‘사람들이 경쟁에 치우쳐 행복하지 않은 채 소모품으로 살아가고 있다’ ‘정치가 정말 문제’라고 하고, ‘미래가 불안한데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 질문에 대해 김규항이 제시하는 답은 우리가 도처에서 들을 수 있는 것과는 다르다.
우리는 우파적인 시각이나 신자유주의적인 관점에 익숙해져 있다. 그쪽 진영에 속한 이들이 제안하는 해결책은 이미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같은 질문에 대해서 김규항은 무엇이라고 대답했을까? 오늘 우리 사회의 우리의 문제들을 짚어보고, 급진적 좌파인 김규항이 풀어내는 답을 들어보자. 그가 우리의 삶에 대해서, 소외된 이웃들에 대해서, 아이들 교육 문제에 대해서, 우리의 사회의식에 대해서, 이 땅의 정치인들과 사회운동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자신의 삶과 운동 철학, 사회변혁에 대해서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그가 하는 답들이 비현실적이고 관념적으로 들린다면, 혹시 내가 신자유주의적인 사상에 너무 매몰되어 현실 인식의 틀을 그에 맞추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 돌이켜보는 일도 의미 있을 것이다.
김규항의 말은 스스로가 말했듯이,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서 국외자인양 논평하는 책상물림인 지식인의 말이 아니다. 몸으로 체득한 자기 자신의 언어로 말한다. 그래서 울림이 깊고 진정으로 와 닿는다. 그는 〈씨네21〉의 ‘유스토피아 디스토피아’의 칼럼에서 1인칭 시점을 선택하고, 본인 스스로의 이야기를 처음으로 하기 시작한 지식인이다.

김규항이 그동안 사회적 글쓰기를 해오다 보니 ‘독설가’로 ‘굳은 얼굴의 지사’로 알려져 있는 측면이 강하지만, 인터뷰집을 통해 만나는 그는 의외의(?)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사실 그 모습은 의외의 모습이 아니라 김규항의 원래 모습일 것이다. 그는 매우 문화적이고 유머가 있는 사람이며 ‘하루를 잘 살아내는 일을 소망’하는 소시민으로서의 모습을 가진 사람이다.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은 동네 아저씨와 같은 모습의 부드러운 김규항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김규항은 인터뷰집을 출간하며 본인의 심정을 이렇게 고백했다.

글을 쓰고 그걸 기반으로 이러저런 활동을 해온 지 12년이 되었다. … 한국 사회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고 내 글쓰기와 활동도 그런 변화에 조응하며 변화해왔다. 이 책은 그 12년에 대한 소박한 주석서인 셈이다. 나는 이미 진영을 이룬 많은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반복하기보다는 그런 진영의 이면 혹은 사이에 가려진 좀 더 본질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해왔다. 진정한 진영을 만들어내려는 나름의 노력이었지만 그만큼 오해도 많았고 오독도 많았다. 이 책이 그런 부분들을 조금이라도 보완할 수 있으면 좋겠다. … 지난 12년에 대한 소박한 주석을 붙였으니 이제 그 믿음은 지속하되 내 본색이 드러나는 좀 더 문화적인, 좀 더 재미있는, 좀 더 충만한 활동을 하고 싶다. … 어릴 적이나 지금이나, 그저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내는 일을 소망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내놓는 일이 이렇게 면구스러울 줄 알았다면 이 책을 낼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 당신의 이야기를 내게 들려주시길.
  • 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 김규항, 지승호, 알마, 알마 인터뷰집, 인터뷰
    치카 | 2010년 05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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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자신의 정치성향을 진단하는 것이 유행했었다. 아니 한때의 유행이었다기보다는 누군가 테스트를 해보고 블로그나 까페에 올리면 사람들이 나도 한번 해볼까,의 심리에 부응해 다들 한번씩은 정치성향뿐 아니라...
    한때 자신의 정치성향을 진단하는 것이 유행했었다. 아니 한때의 유행이었다기보다는 누군가 테스트를 해보고 블로그나 까페에 올리면 사람들이 나도 한번 해볼까,의 심리에 부응해 다들 한번씩은 정치성향뿐 아니라 심리테스트에 독서취향 테스트까지 온갖것을 해봤던 때가 있었다. 테스트의 신뢰도라기보다는 그냥 재밌고 신기해서 한번쯤은 해봤을 정치성향 테스트에서 나는 기울어진 왼쪽과 조금 떨어진 아래쪽의 자리를 차지했다. 사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본의 권력과 달콤함을 알아버렸기에 자본제를 부정하고 싶지만 쉽게 부정할수는 없었다. 그래서 비교대상으로 나온 유명세를 탄 몇몇이들보다 내가 더 기울어진 왼쪽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이 이상하긴 했지만 타인의 눈에 보이는 나는 좌파성향을 가진 자유주의자일수도 있겠구나 라고 간단히 생각하고 말았다.

    그런데 그런 나의 뒤통수를 퍼억 치고는 내가 진보의 탈을 쓰고 개혁을 외치면서 체제유지를 더 공고히 하는 보수주의자가 아닌가 의심해보라고 한다. 스스로 B급 좌파라 일컫는 진보적 사회주의자 김규항은 나 자신의 정체성을 먼저 파악하라고 이야기하는 듯 했다. 사실 두리뭉실하게 넘어가려고만 했던 많은 문제들이 가장 기본적인 개념정의에서 시작하여 조곤조곤 이야기하고 있는 그의 인터뷰를 읽어보니 나도 몰랐던 애매모호한 부분들이 조금씩 그 실체를 드러내보여 오히려 깔끔하고 좋다는 생각이 들어 더 좋았다.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가장 보편적인 잣대는 그 사회가 어떤 체제인가 하는 거죠. 그래서 그 체제를 지키려고 하는 사람들은 보수고, 변화시키려고 하는 사람들은 진보인 거죠. 한국은 다들 흔히 하는 말로 '자유민주주의 체제'아닙니까? 자유민주주의 체제라는 말은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자본주의 체제'고요. 자본주의 체제에 찬성하면 보수고, 반대하면 진보인 거죠. 물론 찬성하는데도 여러 층위와 방식이 있고 반대하는 데도 여러 층위와 방식이 있으니 보수라고 다 같은 보수가 아니고 진보라고 다 같은 진보는 아니겠죠. 그러나 큰 덩어리는 그렇게 구분할 수 있다고 봅니다......이른바 절차적인 수준의 민주화가 이루어진 거죠. 이런 상황에서 체제의 불안정함은 어떻게 보완될 수 있는가. 그것은 체제안에 가짜 진보가 존재하는 겁니다. 진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체제를 지키는 세력입니다. 그들이 인민의 눈을 흐리게 만듭니다. 그 가짜진보가 바로 개혁세력입니다.(136-138)

    누군가에게는 그의 이야기가 당연하게 들릴수도 있을 것이고, 굳이 그렇게 따져 묻는다는 것이 불편할수도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친구들에게 냉정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인간적이고 감성적으로 마음이 가는 것과 이론적으로 냉철하게 명확성을 가져야 한다는 그의 말들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으며 또한 제대로 해명되지 않았을 때 얼마나 많은 오해와 지탄을 받을 것인가 알 수 있을것만 같았다.
    그의 실제 삶의 모습이나 실천의 모습들, 말과 글에서 느껴지는 그의 모습과 생활이 일치하는지 아닌지는 잘 모른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이상향이 있으며 그러한 삶을 살아가려 노력하는 과정에 있을뿐이다. 그것을 이해한다면 진보적 좌파인 김규항이라는 사람은 꽤 괜찮은 사람이라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북한이 제대로 된 사회주의 나라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과연 남한 사람들이 비웃을 만한 사회인가'라는 생각은 들어요. 굶는 인민들 이야기가 자주 나오는데요. 그런 이야기를 하려면 그 배경부터 살펴봐야겠죠. 북한은 일찌감치 공업화된 농법을 도입했는데요. 현실사회주의의 몰락으로 우방 국가들의 지원이 확 끊겨버리면서 농업 시스템 자체가 몰락했어요. 거기에다 홍수에 미국의 봉쇄 정책까지 겹친 겁니다. 중요한 건 그런 상황에서도 서로 살려고 아귀다툼을 벌이는게 아니라 함께 고난의 행군을 했다는 겁니다. 남한 사람들 같으면 어땠을까요?
    이제 북한을 적으로만 규정하는 냉전시대는 지나갔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우리는 북한을 저 먼 발치에 두고 있으며 여러 사건들과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 다시 북한이 적대시 되어가고 있다.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언젠가 철조망을 걷고 평화로이 서로 왕래하는 통일국가를 이룰 수 있으리라.

    사실 이 인터뷰집에서 인용하고 싶은 이야기들은 너무나 많다. 진보와 보수, 개혁, 좌파, 페미니즘, 문화, 영성, 미래세대의 교육 등 언급된 모든 이야기를 다 하고 싶지만 그것보다 이 책을 한번 더 훑어보고 김규항의 다른 책들을 읽어보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접어둔다. 이 책에서 언급된 주제들 중에서도 진보와 보수를 규정하는 기본개념에 대해 다시 한번 더 생각해보고 싶고, 특히 북한에 대한 시각과 미래세대를 책임지게 될 현재의 우리 청소년들의 삶에 대해 우리 자신의 문제로 성찰하며 함께 생각해보자는 말을 하고 싶다.

    지금 한국의 아이들이 제대로 놀기는커녕 감옥의 수인들처럼 생활하고 있다는 것, 또 그렇게 생활한다는 건 지구상에서 한국 아이들뿐이라는 것.
    그렇다면 아이들을 그렇게 생활하게 하는 건 누군가? 이명박 정권과 그 일당인가? 그리고 이명박 정권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아이들을 좀 더 인간적이고 자유롭게 생활하도록 해주기 위해 그들과 싸우고 있나?
    아이들을 그렇게 생활하게 하는 건 이명박 정권이 아니라 바로 아이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아이를 위해 자신들의 인생을 올인한다는 부모들이다. 이명박 정권을 반대하고 이명박 정권의 시장주의 교육이 우리 아이들을 죽인다고 외치면서도, 그들의 가치관으로 아이들을 키우는 우리들, 신자유주의 귀신에 영혼이 저당잡힌 우리들의 모습.(146)

    자신은 비주류의 삶을 살았으면서, 그것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든것인지 안다는 이유로 아이만큼은 주류의 흐름에 맡기려고 하는 친구들의 말을 간혹 듣곤 한다. 하지만 그걸 뭐라 할 것인가. 우리 모두가 김규항같은 좌파는 아니잖은가.
    다만, 부모가 자신의 기준과 가치에 맞게 아이들에게 삶을 강요한다면 그건 지상최고의 독재일것이다. 아마 대부분의 부모가 저지르는 최고의 악행이 아닐까.


    - 김규항의 인터뷰집이지만 그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았다기보다는 오히려 나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고 이야기해버리게 된 것 같다. 이게 무슨 책을 읽은 느낌인가, 싶었다가도 책의 서문에 그가 남긴 '이제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시길'이라는 한마디에 힘을 얻는다. 사실 B급 좌파 김규항에 대해 더 많이 알기보다 이 책을 읽고 나 자신의 삶과 영성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 그가 더 바라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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