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영 지음
2010-06-05
11,000원 | 336쪽 | 188*128mm (B6)
인간 사회의 신화는 어떻게 해서 생겨나며 어떤 사건 혹은 현상에 근거하여 어떻게 진화하는가를 우화적으로 보여주는 「진화신화」는 『삼국사기』의 고구려본기 중 짧은 기록을 근간으로 한 작품으로 신화적 상상력과 진화의 역설이 절묘하게 결합하였다. “지금, 이곳”이 아닌 세계에 존재하는 인격들이 꿈꾸는 상상의 공간인 “지구”를 그리는 「지구의 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있다」와 「땅 밑에」 는 생명체의 존재방식과 공간의 개념에 대한 비틀기를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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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신화 7
땅 밑에 35
지구의 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있다. 73
몽중몽 91
거울애 121
0과 1 사이 167
마지막 늑대 211
스크립터 241
노인과 소년 305

추천사 | 논리와 고적(孤寂)한 환상의 교점에서 _ 김상훈 321
작가 코멘터리 323
작가의 말 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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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녀는 어디까지 진화할까?
    행인 | 2010년 06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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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보영을 처음 만난 것은 란 작품집을 통해서였다. 당시 한국 sf문학에 큰 기대를 가지고 있지 않던 나에게 이 작품집은 큰 충격을 주었다. 예상하지 못한 재미와 수준 높은 구성과 전개를 펼쳐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김보영을 처음 만난 것은 <누군가를 만났어>란 작품집을 통해서였다. 당시 한국 sf문학에 큰 기대를 가지고 있지 않던 나에게 이 작품집은 큰 충격을 주었다. 예상하지 못한 재미와 수준 높은 구성과 전개를 펼쳐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 후 이 작품집에 이름을 올린 세 사람은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많은 작품들이 나오지 않거나 앤솔로지 중심의 단편만 나오면서 아쉬움을 주었다. 그러다가 특히 많은 관심을 두었던 배명훈의 장편이 나왔고, 이번엔 김보영의 단편들이 두 권으로 묶여 출간되었다. 반가운 일이다.

    두 권으로 묶인 책 중에서 첫 권은 앞의 몇 편을 제외하면 이미 <누군가를 만났어>에 실린 작품이다. 아직 읽지 못한 초기작 몇 편이 나를 유혹하는데 차후 읽을 예정이다. 이번 중단편선은 sf와 판타지의 교차점에 있는 작품들이 많이 보인다. 개인적으로 그녀의 작품 중에서 하드sf가 준 재미가 무척 강렬했던 것을 생각하면 좀 의외의 모습이다. 그렇지만 그녀만의 특성들이 묻어나고, 시간과 공간을 달리하면서 풀어내는 이야기들이 나도 모르게 그 상황과 설정에 집중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읽은 단편들은 앞의 세 작품이다. <진화신화>는 <삼국사기> 중 고구려본기 제6대 태조대왕 실록에서 발췌한 사실 몇 개에서 시작한다. 역사적 사실은 작가의 상상력을 거치면서 진화한다. 이 진화는 종의 진화로 이어지면서 가속화되고, 민초의 아픔과 지배자의 탐욕이 맞물리면서 역사는 새로운 길로 들어간다. <땅 밑에>는 하강자라는 존재를 통해 지하 탐험이 이어지고, 그 깊고 끝을 알 수 없는 세계에 대한 도전과 탐험은 긴장감을 불러온다. 결말에 이르러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 펼쳐진다. 작가는 하강자를 산악인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듯한데 개인적으로 이 단편을 읽으면서 동굴탐험가들이 연상되었다.

    <지구의 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있다>는 이전에 읽은 해외걸작 sf단편선 중 한 편이 연상된다. 그 작품과 달리 이번 작품에선 제목인 문장을 통해 상상력이 펼쳐지고, 한 특수기면증 환자의 편지를 통해 그 세계를 그려낸다. 밤도 없고, 잠도 없는 세계에서 잠을 잔다는 것이 병인 그 행성에서 2만 5천 광년을 넘어온 문장이 자신의 병을 새롭게 돌아보고, 다른 문화와 환경이 빚어내는 현실을 생각하게 만든다.

    <몽중몽>은 <스크립터>와 더불어 가장 어렵게 읽었다. 이 두 작품은 인간, 존재, 추상적 관념 등이 뒤섞여 있는데 충분히 집중하지 못해서인지 그 재미를 완전하게 누리지 못했다. 꿈이 이어지고, 깨고, 이어지는 과정 속에서 그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나 게임 속에서 만들어지는 관계와 존재를 가상현실과 실제 현실에서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어려움을 겪었다.

    <거울애>는 거울의 이미지를 사람을 통해 표현한 것이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는 능력을 가진 한 소녀 소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섬뜩한 느낌을 준다. 동시에 나의 감정이 만약 다른 사람의 행동으로 나타난다면 어떤 느낌일까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0과 1사이>는 누구나 겪게 되는 학창시절을 둘러싼 이야기인데 현실에 대한 풍자적 모습이 강하게 담겨 있다. 양자역학과 시간여행기를 통해 그려지는 미래 속의 현실은 현실의 그림자이자 가능성이 사라진 동시에 열린 시간이다. 하지만 어릴 때 경험했던 일들이 지금도 반복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끔찍하다.

    <마지막 늑대>는 먼 미래 이야기다. 용이 세상을 지배하고, 사람을 애완동물처럼 키운다. 이 애완동물 중 한 명이 늑대로 불리는 저항세력을 찾아오는 과정과 이유를 보여주는데 그 속에서 만나게 되는 사실들은 기존에 알고 있던 사실과 큰 차이를 보인다. 개인적으로 그 소녀의 성장을 다루면서 미래의 변화를 담은 장편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노인과 소년>은 한편의 우화를 읽는 느낌을 준다. 자기 확신과 강력한 의지와 뚜렷한 목적의식이 어떤 의미인지 돌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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