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16
13,800원 | 372쪽 |
<백야행>, <용의자 X의 헌신>의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로, 1996년에 처음 출간돼 추리 소설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작품이다. 소설의 형식은 명석하지만 치기 어린 명탐정 덴카이치 다이고로와, 지방 경찰 본부 수사과에 근무하는 닳고 닳은 경감 오가와라 반조가 주인공으로 등장해 12개의 살인 사건을 차례차례 함께 풀어나간다.

소설의 두 주인공은, 추리 소설에 흔히 등장하는 12개 패턴의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각각의 패턴이 보여주는 상투성과 억지, 부자연스러움을 소설 안팎을 넘나들며 신랄하게 비난한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 소설을 위해 추리 소설의 규칙과 형식을 꼼꼼히 분석했다. 그리고 그것을 토대로 각 편마다 서로 다른 패턴과 상황을 사용해 작품을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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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리소설을 한바탕 비틀다
    이매지 | 2010년 06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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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추리소설 작가 중에서 가장 가독성이 좋은 작가를 고르라면 단연 히가시노 게이고가 1위가 아닐까 싶다. 읽고 나서야 어찌되던 간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읽는 순간만큼은 최고의 재미를 보장한다....
      일본 추리소설 작가 중에서 가장 가독성이 좋은 작가를 고르라면 단연 히가시노 게이고가 1위가 아닐까 싶다. 읽고 나서야 어찌되던 간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읽는 순간만큼은 최고의 재미를 보장한다. 무슨 기계에서 뽑아내듯이 작품을 찍어내서 작품 간의 편차가 있는 것은 아쉽지만 뭐 그건 어디까지나 읽고 나서의 문제. 하도 많이 쏟아져나오는 작품 때문에 이제는 좀 질려서 히가시노 게이고를 멀리하고 있었는데 추리소설의 패턴을 유머러스하게 풀고 있다는 이 책 <명탐정의 규칙>만큼은 추리소설 팬으로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야기는 오기와라 경감의 소개로 시작된다. 명탐정 덴카이치 다이고로의 활약상(?)을 들려주기에 앞서 탐정 소설이 그렇듯 경감은 어디까지나 들러리, 때문에 자신은 명탐정보다 먼저 진범의 정체를 파악해야 하고 명탐정이 진범을 잡을 때까지는 범인만 쏙쏙 피해가며 헛다리를 짚어야 한다고 말한다. 프롤로그만 읽어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이렇게 탐정 소설을 철저히 비틀고 있다. 왜 대체 죽어가는 사람은 의미를 알 수 없는 다잉 메시지를 남기고, 왜 항상 고립되기만 하면 살인사건은 일어나는 것일까? 대체 왜!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 책을 통해 추리소설 작가와 독자 간의 암묵적으로 약속된 것들을 까발리고 뒤틀어 웃음을 준다. 

      밀실트릭에서부터 시작해서 의외의 범인, 고립된 장소에서의 살인, 다잉 메시지, 시간표 트릭, 토막 살인, 동요 살인, 흉기의 정체 등 추리소설 좀 읽는다는 독자에게 익숙한 패턴이 이 책에는 다수 등장한다. 익숙한 패턴이기에 오히려 간지러웠던 부분을 긁힌 것처럼 시원하게 웃을 수 있었다. 특히나 이미 범인이 자결해버린 다음에도 꿋꿋이 트릭을 설명하는 탐정의 모습이나 도무지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시간표 트릭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는 정말 빵 터졌다.

      사실 이 작품은 책보다는 드라마로 먼저 알게 된 작품이었는데, 이 드라마 평균 시청률이 10프로가 채 안 되는 다소 저조한 탓에(물론 심야 드라마였다는 탓도 있겠지만) 원작에 대한 기대감도 덜했던 것이 사실. 하지만, 책 속에서도 언급하듯이 항상 드라마는 원작보다 질이 떨어지기 마련. (하기사 생각해보니 미미 여사의 <모방범>만 하더라도 원작은 거의 레전드 수준인데 영화는 다른 의미로 참 그렇게 만들기도 힘들겠다 싶었지.) 뭐 일본의 다른 어떤 작가보다 영상으로 많이 만들어진 히가시노 게이고의 글에서 이런 얘기가 나온다는 것이 아이러니하지만, 어쩌면 '내 작품을 가지고 이렇게 밖에 못 만드냐!'라는 불만을 토로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슬쩍. 

      작가의 역량을 까고, 추리소설의 패턴도 까고, 그걸 수긍하는 독자도 까고. 하나 같이 까고 까임의 연속인 책. 하지만 이런 유머러스한 까임이라면 몇 번이고 다시 까이고 싶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책. 기본적으로 만담 같이 유머러스하고, 한편으로 자학적이고, 자조적이었지만, 추리소설이란 대체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 어째 책을 다 읽고 나니 정통 추리소설 한 권 읽고 싶은 생각이 스멀스멀.   
  • 명탐정의 규칙 히가시노 게이고, 추리, 일본문학
    치카 | 2010년 07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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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보는 시간을 줄이고 책을 더 많이 읽으려고 하다보니 드라마를 잘 안보는 편이었는데, 내가 책 읽느라 방에 들어와버리면 어머니 혼자 쓸쓸히 드라마를 보시다 주무시게 되어 어쩌다보니 거의 모든 드라마를 섭렵...

    TV보는 시간을 줄이고 책을 더 많이 읽으려고 하다보니 드라마를 잘 안보는 편이었는데, 내가 책 읽느라 방에 들어와버리면 어머니 혼자 쓸쓸히 드라마를 보시다 주무시게 되어 어쩌다보니 거의 모든 드라마를 섭렵하게 되었다. 뻔한 이야기가 되풀이되는 아침드라마부터 일일연속극, 월화수목, 주말 드라마까지.
    그런데 웃긴건 그 뻔한 드라마의 흐름을 늙으신 어머니도 훤히 꿰뚫고 있을 뿐 아니라 내 그럴 줄 알았지,라는 추임새는 기본이고 스토리상 비가 내려야 하는 장면이 나오면 살수차를 동원한거라 말해주지 않아도 촬영하느라 고생이 많네,라고 한마디 하신다. 그러면서 또 날마다 다음회의 드라마를 기다리시고 재미있게 보신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명탐정의 규칙'을 읽고나니 꼭 드라마를 보는 낙으로 하루를 보내시는 어머니처럼, 단행본으로 나오는 명탐정 코난 시리즈를 기다리고 극장판 코난 애니메이션을 해마다 기다리고 TV판은 물론 단행본 특별판도 재밌게 읽는 조카녀석들이 생각난다. 너무 많이 읽어서 다 비슷비슷해보이는 것들이 재미없을만도한데 꾸준히 읽고 있다. 아, 물론 나 역시 그 지경에 이르렀음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단행본은 내가 다 소장하고 있으니.
    그래서일까, 명탐정의 규칙을 읽는동안 특히 명탐정 코난의 많은 장면이 떠올랐고 자꾸만 키득거리게 되는 것은.

    추리소설 마니아라면 나처럼 키득거리며 가볍게 읽거나 진지하지 않은 것 같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말장난에 화내거나, 혹은 이 어이없는 웃음속에 담겨있는 그만의 풍자와 비판에 공감하며 재미있게 읽거나 하겠지. 명탐정의 규칙은 그처럼 어느 한쪽면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책이다. '본격 추리의 자학이 재미의 영역에 도달했다'라는 기타무라 가오루 작가의 표현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이 책의 본질을 짧은 한마디 문장으로 표현해내다니.

    언젠가 한번쯤은 읽어봤던 추리소설의 내용들과 추리소설, 특히 명탐정이 등장하는 추리소설에서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이야기를 이끌어가던 일인칭 주인공이, 그것도 경찰청의 경감이라거나 하는 인물이 '내가 범인이다'라고 고백하는 것까지 빠짐없이 패러디해서 웃음을 던져주고 있다. '패러디 정신과 블랙 유머로 가득한 초현실 자학 미스터리'라는 건 정말 과장 문구가 아니었어.

    그런데 나는 이 책이 최근작품이 아니라 이미 십여년전에 쓰여진 것이라는 걸 알고 놀라버렸다. 본격 추리의 자학이 재미의 영역에 도달했을뿐만 아니라 블랙유머 안에 담겨있는 날카로운 비판의 칼날이 지금까지도 무뎌지지 않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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