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타노 쇼고 지음 | 현정수 옮김
2010-07-05
11,000원 | 328쪽 | 224*153mm
종합평점 : 4.6 ( 4 명)
눈 오는 산장, 외딴섬, 서양식 저택
세 가지 밀실에서 펼쳐지는 반전과 트릭의 화려한 향연!

2003년 장편소설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로 일본추리작가협회상과 본격미스터리 대상을 수상하며 ‘신본격 미스터리’의 대표주자로 떠오른 작가 우타노 쇼고의 ‘밀실 트릭’ 3부작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고금동서 미스터리 소설에 단골로 등장하는 밀실 트릭, 일명 ‘클로즈드 서클’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해낸 작품 세 편을 모았다.

명탐정, 무인도, 저택, 기사. 미스터리 소설 팬이라면 누구나 가슴이 두근거릴 만한 단어들이다. 기존 작품에서 독창적이고 기발한 서술트릭으로 국내의 많은 미스터리 팬들을 놀라게 한 우타노 쇼고는 이 책에서는 자신의 장기인 본격 미스터리로 돌아간다. 사방이 눈으로 뒤덮인 산장, 외부와 단절된 외딴섬, 하인과 손님이 드나드는 서양식 저택 등 전형적인 밀실 살인사건 장소를 작품의 배경으로 삼고, 기존 추리소설의 작법을 살짝 비트는 유머와 위트를 선보이며 고전과 현대를 넘나드는 신본격 미스터리의 진가를 보여준다. 앨러리 퀸, 에도가와 란포 등 고전 미스터리 소설의 패러디와 인용이 곳곳에 등장해 추리소설 입문자뿐 아니라 마니아에게도 색다른 즐거움을 안겨주는 작품이다.

‘명탐정’ 캐릭터의 현대적인 재해석 -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명석한 두뇌와 근사한 스타일을 지닌 탐정 가게우라 하야미. 그러나 실상은 경찰의 의뢰를 받아야만 겨우 움직이는 시니컬한 생계형 탐정이다. 어느 겨울날 모 기업의 행사에 초대받아 간 산장에서 갑자기 의문의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탐정과 그의 조수는 수수께끼를 풀어야 하는 의무를 짊어지게 된다.

표제작인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에는 각종 미스터리 소설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명탐정’의 현대 버전이 등장한다. 겉으로 보기엔 스타일리시한 미중년으로 소녀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지만, 그의 실상은 매번 경찰의 그늘에 가려 활약상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생활고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일 뿐. 매일같이 그의 시니컬한 푸념과 넋두리를 들어주다 지친 탐정의 조수 다케무라는 갑작스럽게 살인사건을 맞닥뜨리고도 경찰의 의뢰 없이는 일을 할 수 없다며 꿈쩍 않는 스승을 대신해 직접 사건 해결에 나선다. 둘 사이의 미묘한 상하관계에서 빚어지는 경쟁심과 심리전이 예상치 못한 결말로 이어지는 작품.

폐쇄공간에서의 생존본능을 다룬 서바이벌물 - 「생존자, 1명」

신흥종교의 신도 네 남녀가 지하철 폭파 테러를 일으키고 도망친다. 교단의 명령에 따라 해외로 도피하기 전 한동안 무인도에 머무르기로 한 이들. 그러나 평화로운 유배생활도 잠시,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섬에서는 예기치 못한 참극이 잇따르고, 서서히 다가오는 죽음의 위협에 공포와 긴장이 고조되어간다.

「생존자, 1명」은 90년대 일본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되는 옴진리교 사린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폐쇄된 공간에서 등장인물들이 한 명씩 죽어나가는 서바이벌 진행방식은 추리소설 팬들에게는 익숙한 플롯일 것. 여기에 커다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던 종교집단의 테러사건을 소재로 삼아 세 작품 중 가장 현대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한편으로, 등장인물들 사이의 미묘한 심리적 역학관계를 효과적으로 묘사하며 극한상황에서 얻을 수 있는 긴장감을 최대화했다. 주인공의 수기와 신문기사가 교차되는 형식은 뒤로 갈수록 이야기의 속도감을 더해주며, 아이러니한 블랙 코미디를 연상시키는 결말의 반전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고전 미스터리 소설에 대한 오마주 - 「관이라는 이름의 낙원에서」

네 명의 중년 신사가 어느 날 뜻밖의 초대장을 받는다. 대학 시절 탐정소설 연구회 동료 중 한 명이었던 후유키 도이치로가 새 집 ‘산세이 관’을 지었다며 그들을 초대한 것. 고전 추리소설에 등장할 법한 고풍스러운 서양식 저택의 모습에 놀라는 것도 잠시, 후유키는 이곳에서 옛 친구들끼리 실제로 추리극을 연기해볼 것을 제의하는데……

앤틱 가구와 초상화, 갑옷 기사상, 무도회가 열릴 법한 커다란 홀 등 화려한 귀족 생활의 흔적을 간직한 채로 오랜 역사 속에서 축적된 비밀을 품고 있는 고풍스러운 서양식 저택은 정통 미스터리 소설에서 최상의 무대다. 「관이라는 이름의 낙원에서」는 그런 서양의 고전 미스터리 소설에 대한 오마주를 물씬 느낄 수 있는 작품. 한 탐정소설 애호가가 교외의 부지에다가 직접 소설에 나올 법한 저택을 세우고, 오랜 친구들을 초청해 추리게임을 펼치자고 제안한다. 처음에는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던 중년 신사들은 이윽고 미리 마련된 시나리오에 따라 학창시절 푹 빠져 살던 각종 미스터리 소설의 클리셰를 재현하며 게임에 점점 빠져든다. 저택에 전해져내려오는 19세기 영국의 비극적인 에피소드, 등장인물들의 알리바이 시간표, 복잡한 저택 안에서의 동선 등을 정신없이 따라가는 사이, 초반부터 깔려 있던 복선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며 마지막에 짙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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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007
생존자, 1명 109
관館이라는 이름의 낙원에서 215
옮긴이의 말 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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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학진사랑 | 2010년 07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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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게우라 명탐정에게 엇, 긴다이치 코스케를 알아요? 이렇게 물을뻔 했다. 어디까지나 소설속 상황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어야 했는데 추리소설은 이렇듯 나를 순식간에 작품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그...
    가게우라 명탐정에게 엇, 긴다이치 코스케를 알아요? 이렇게 물을뻔 했다. 어디까지나 소설속 상황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어야 했는데 추리소설은 이렇듯 나를 순식간에 작품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이 책속에는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의 작가 우타노 쇼고의 작품 세 편이 담겨져 있다. 눈 오는 산장, 외딴섬, 서양식 저택 모두 밀실에서 사건이 벌어지는데, 사실 이 책을 읽고 나면 밀실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 따위는 없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이 교육의 효과(?)로 다른 추리소설에서 등장하는 밀실 살인 사건에 현혹되지 않을 일은 없겠지만 분명한 것은 살인 사건의 피해자가 있으면 살인자도 있으니 귀신이니, 유령의 존재가 살인을 저질렀을 것이란 생각을 처음부터 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드는 의미심장한 글의 제목,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모름지리 탐정이라면 긴다이치 코스케처럼 청렴해야 하고 정의감이 투철해야 한다. 범인은 너지?라고 밝힐 때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위해 이 일을 파헤치는 이유도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살인자를 밝혀내는 것이 목적이다. 이를 악용하는 것은 나도 용서할 수가 없다. 가게우라가 명탐정이라는 것은 인정한다. 그가 해결한 사건 목록을 듣고 있으니 더 자세하게 알고 싶어진다. 사건 관계자들이 소송을 걸지 않았다면 가게우라가 쓴 책이 세상에 빛을 보게 되어 나의 두 손에 이 책들이 들어 오게 되었을 것이다. 가게우라에게 정의감은 없지만 명탐정이냐를 놓고 이야기해 보자면 명탐정이 맞기는 맞다. 산장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그는 현장을 직접 보지 않고 조수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 차렸으니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래서 명탐정이 태어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따져 보자면 역시 '정의'에 대해 다시 논할 수 밖에 없다. 추리소설을 많이 읽으면 나도 이렇게 사건을 제대로 파헤치게 될 수 있을까. 글쎄, 살인사건이 벌어지면 무서워서 정신도 못차리게 되지 않을까.

     

    도대체 누가 살았 남았다는 거지?

     

    [생존자, 1명]은 지하철 폭파 테러를 일으킨 범인들이 가바네지마 섬에 유배되면서 이 섬을 나가면 체포된다는 두려움과 이 곳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공포심,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어떤 행동까지 할 수 있는지 그 바닥을 알 수 없는 인간의 욕망에 대해 보여준다. 이 단편의 결말은 예정되어 있다. 누군가 이들을 구조하러 오지 않는다면 언제가 되었든 이들은 끝내는 죽을 수 밖에 없다. 독자들은 이 섬에 누가, 그들을 구조하러 오게 될 것인지의 유무를 알 수 있어 죽어가는 이들을 바라보는 것이 힘겹기만 한데 예상하지 못한 생존자가 있다는 것이 이 글의 뜻밖의 결말일 것이다. 거기다 누가 살아 남았는지에 대해서는 여운을 남겨 머릿속에서 계속 이 글을 되새기게 만든다.  

     

    꼭 이런 일에 무서운 일이 벌어지더라. [관이라는 이름의 낙원에서]

     

    대학 시절 탐정소설 연구회 동료들이 후유키의 초대로 '산세이 관'에 오게 된다. 후유키는 동료들에게 추리극을 연기해 보자고 제의하는데 피해자 연기를 하는 사람이 실제로 죽게 되지 않을까 조마조마해진다. 꼭 정해진 법칙은 아닌데 이런 일에 진짜 사건이 터지니까. 살인 사건이 일어난 상황을 만들고 추리를 하는 것이라 모든 것이 어설프다. 후유키가 학창시절의 꿈을 실현시킨다는 취지에서 이 모임을 주도하지만 진짜 살인 사건이 벌어지지 않았기에 한 편의 추리소설을 읽는 것만큼의 즐거움을 느낄 수도 없다. 중년이 훌쩍 넘은 이들이 모여 학창시절 추억하는 것은 사실 현실적으로 흥미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후유키의 말대로 이 일을 해야만 하는 이유가 간절히 원하던 꿈이었다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는 밀실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모아 놓았지만 다른 추리소설처럼 살인자를 찾는 것에 중점을 두고 사건을 풀어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인간의 나약함, 바닥을 알 수 없는 욕망, 꿈에 대한 열망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하는지 독자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살인 사건의 범인을 알아내겠다는 의지보다 결말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는 책이다.
  • 앗,억,악,와, 그리고 어휴.
    살리에르 | 2010년 07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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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리소설이 나온지도 수십년이 흘러서 갖가지 방법의 다양한 사건과 트릭, 그리고 그것을 파헤치는 수단도 여러가지가 나왔다. 이러다가는 정말 더이상 추리소설의 형식이 고갈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때도 ...

    추리소설이 나온지도 수십년이 흘러서 갖가지 방법의 다양한 사건과 트릭, 그리고 그것을 파헤치는 수단도 여러가지가 나왔다. 이러다가는 정말 더이상 추리소설의 형식이 고갈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때도 있다. 그러나 그런것은 괜한 걱정이라고 일깨우듯 또다른 모습의 추리소설이 나오고 있는데 여기 그 강력한 증거가 될 작가가 있다.
    바로 '우타노 쇼고'.

    이미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라는 책에서 보여준 그의 글쓰는 솜씨는 독특하면서도 치밀하고 도무지 그 끝을 짐작할수 없게 하는 깊은 내공의 힘을 보여준바가 있다.
    추리소설을 그리 잘 접하지 않는 사람들도 아! 하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하는 글솜씨를 보인 작가인데 사실 다른 일본 작가들에 비해서 우리나라에는 그리 많이 소개되지가 않아서 늘 안타까왔다.
    그러던차에 이번에 그의 그 글맛을 맛볼수 있는 작품이 나왔는데 바로 이 책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이다.

    결론적으로 바로 말하면 '앗', '억', '악', '와'이다.
    기대했던 작가의 책이 소리소문 없이 나온 놀라움에 '앗',
    그 내용의 이어짐이 상상을 못하는 방향으로 전개됨에 '억',
    결론에 이르는 과정이 기발하면서도 허를 찌르기에 '악',
    그리고 결말을 보면 역시구나 하는 감탄을 자아내게 하기에 '와'다.

    역시 우타노 쇼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했던 책이랄까.
    사실 이 책은 단편이라고 하기에는 길고 중편이라고 하기에는 좀 짧은 분량의 소설 3편을 묶은 책이다.
    전에 출간된 장편소설을 읽은 사람들에게는 짧다면 짧다고 느껴질수가 있겠지만 역시 이런 글쟁이의 글솜씨는 장편이 아니라 단편에서 그 진수를 알아챌수 있다고 생각한다.
    긴 호흡의 장편에 비해서 기승전결을 짧은 분량안에 녹아내야하는 단편이나 중편은 그만큼 완성도 높은 작품을 생산해내기가 어려운 탓에 좋은 작품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이 책에 실린 작품은 지은이의 특징을 유감없이 잘 보여주고 있는 책이었다.

    첫번째 작품인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는 좋은 캐릭터를 만난듯한 느낌이다.
    전형적인 탐정이라기 보다는 그냥 이웃집 불만많은(?) 백수 같은 사람이 탐정으로 등장하는데 유머스러운 순간도 잠시,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은 또다른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사건도 사건이지만 '인물'에서 보이는 재미남이 색다른 느낌을 주는 소설. 물론 탐정이 등장하는 고전적인 미스터리 탐정물로써의 재미도 보장되는 작품이었다.

    두번째 작품인 '생존자, 1명'은 추리소설에서 흔히 보이는 공간인 고립된 곳이 배경이다.
    무인도라는 나가지도 들어오지도 못하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어찌보면 그동안 많이 봐왔던 상황에서의 사건을 그린 작품인데 이런 눈에 보이는 소재로도 지은이는 참 탁월하게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읽다가 보면 익히 아는 배경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게 한다. 테러를 저지른뒤에 무인도로 피신한 등장인물들이 그 안에서 죽음이 도사리고 있는 장면을 오싹하면서도 긴장감있게 그리고 있다. 주인공의 수기와 신문기사가 교차되는 서술 방식은 내용을 독특하면서도 팽팽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그 뒤에 이어진 반전은 정말 '억'소리가 날 정도였다.
    우타노 쇼고가 아니면 어찌 이런 발상을 할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 작품.

    마지막으로 '관이라는 이름의 낙원에서'도 역시 많이 보아온 배경이다.
    바로 어떤 '주택'에 초대를 받고, 등장인물들이 그 주택에 '갇히고', 그래서 그 상태에서 어떤일이 '일어나고', 그래서 그 속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서양의 미스터리 고전물에서 많이 봤음직한 배경이 아니던가.그런데 지은이는 그 익숙한 배경에서 '느낌'을 불어넣었다.
    바로 추리게임을 통해서 추리소설팬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것이다. 내용에서는 등장인물들이 팬들을 대신해서 게임에 빠져드는데 우리는 그 과정에서 우리 자신이 진짜로 게임에 참여하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하는것이다. 결론에 이르는 반전은 보너스고 게임의 형식을 통해서 팬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준거 같아서 기분 좋게 읽었던 작품이다.

    전체적으로 참 오랫만에 즐겁게 읽었던 추리소설이었다. 역시 '우타노 쇼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와~'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했던 책. 단편이지만 장편 못지 않게 추리소설적인 기술이 아주 고급스럽게 구사되고 있고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심리묘사도 치밀하고 정교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야기를 꾸려 나가는 힘이 좋다. 줄거리가 좋으니 다른 장치들도 같이 좋게 가는거 같다. 이 작가의 글솜씨를 기억한 독자들은 '우타노 쇼고'라는 이름을 다시한번 가로새길 기회였을꺼고, 처음 접한 독자들은 앞으로 기억할만한 작가라는 생각이 들게 할만한 책이라고 생각이 든다.

    이제 또 다른 결론, '어휴'.
    국내에 이 작가의 책이 3권만 나왔기에 언제 또 나오나 하는 한숨.
    다른 작품들도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 그리고 명작이 탄생했다.
    rossini | 2010년 07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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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타노 쇼고를 처음 만난 작품은 라는 추리소설 제목으로는 너무도 서정적이라 오히려 호기심을 유발한 작품이었다. 서술트릭을 선보인 그 작품은 한마디로 그때 읽은 작품 가운데 최고로 꼽을만한 작품이었다. 하지...
    우타노 쇼고를 처음 만난 작품은 <벗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라는 추리소설 제목으로는 너무도 서정적이라 오히려 호기심을 유발한 작품이었다. 서술트릭을 선보인 그 작품은 한마디로 그때 읽은 작품 가운데 최고로 꼽을만한 작품이었다. 하지만 독자들 사이에서는 호불호가 너무도 극명하게 갈린 작품이기도 했다. 그 작품 뒤에 읽은 작품은 <시체를 사는 남자>라는 에도가와 란포에 대한 오마주를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읽게 되는 작품마다 색깔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반전의 묘미라고 할 수 있다. 우타노 쇼고는 반전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는 매력적인 작가다. 이제 작가의 단편집을 읽게 되었다. 장편과 단편은 조금 다른 느낌을 작가마다 준다. 그렇기에 책을 잡고 흥분할수 밖에 없었다.



    밀실 트릭을 다룬 세 작품이다. 고전적인 트릭인 눈으로 고립된 산장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작품, 외딴섬에 고립된 사람들 사이에 일어나는 사건을 다룬 작품, 그리고 '관'에 대한 집착을 보여주는 서양식 저택에서 벌어지는 퀴즈 게임을 다룬 작품이다. 단 세 작품만으로 작가는 놀라운 각기 다른 작품들을 보여준다. 우타노 쇼고와 밀실 트릭이 만나면 어떻게 작품이 새롭게 진화하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 놀랍기만 하다. 여기에 진부할 거 같은 내용을 한 방에 뒤집는 반전과 추리소설에 대한 깊은 애정, 그리고 열정속으로 독자들을 빠져들게 하는 힘은 작가에 대한 내 생각이, 내가 좋아하게 된 작가에 대한 믿음이 스스로를 만족시켜 다시 한번 고마움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를 읽게 되는 순간 나는 실망감이 밀려오는 것을 주체할 수 없었다. 나는 절대 외모지상주의자는 아니다. 하지만 탐정이 이 정도로 모양 빠지게 그려진다면 코미디도 아니고 이건 아니잖아~를 외칠 수 밖에 없다. 무슨 탐정이 생활고에 시달린다고 경찰에 협조한 비용으로 도서상품권을 요구하냐고. 물론 이 작품은 진짜 탐정, 그러니까 소설속 탐정이 아닌 현실적 탐정은 이럴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만 같다. 또한 소설속 탐정이 과장된거라는 건 안다. 아니까 소설을 읽는 것이다. 명탐정을 보고 싶어서. 그것도 폼나고 멋있는 탐정을 말이다. 그것에 대한 작가의 블랙 유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물론 눈 덮인 산장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것과 그것을 풀기 위해 탐정과 조수가 애를 쓰는 것이 줄거리지만 그 이면에는 작가의 시니컬함이 준비되어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에 나는 역시 우타노 쇼고다 라는 생각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생존자, 1명>은 처음 읽을 때는 좀 뜬금없었다. 광신도들, 지하철 폭파범들, 그리고 사람들 눈을 피해 외딴 섬에 왔다가 고립되어 버린 이들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을 누군가 한명씩 살해한다. 섬에 또 누군가 있는 것일까? 아니면 이들 중 범인이 있는 것일까? 고민할 사이도 없이 사람들은 살해되고 서서히 처음 장면이 엔딩으로 다가온다. 아, 하지만 마지막 반전은 시작도 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이 작품, 짧지만 강렬한 인간에 대한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는 작품이다. 인간보다 더한 미스터리가 어디 있느냐고 작가가 말하는 것만 같다. 우타노 쇼고의 읽어본 작품 중 나는 이 작품이 제일 좋다. 가장 강렬한 미스터리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관이라는 이름의 낙원에서>는 어린 시절 한번쯤 꿈꾸어본 추리소설 속 저택에서 일어나는 살인 사건을 경험하거나 그런 일들을 추리 게임으로 친구들과 함께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한 중년 남자가 자신의 집을 서양의 저택처럼 짓고 예전 대학 추리동아리친구들을 초대해서 자신이 만든 연극을 함께 한다는 이야기다. 작품 속에는 서양에서 있었다는 삼형제와 삼촌이 겪은 갑옷입은 유령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그것을 모티브로 해서 피해자를 죽인 범인은 누구며 어떻게 죽일 수 있었는지를 추리하는 정통 추리소설이라 할 수 있다. 가장 모범답안같은 추리 형식을 따르고 있고 트릭도 고전 트릭을 사용하고 있는 독자들도 함께 도전해보면 좋은 추리 게임같은 작품이다.



    작가는 현실과 타협하는 소설이 불만이었고 유배된 것 같은 처지가 안타까웠는지 모르겠다. 예전의 영화를 그리워하고 사라지는 고전의 안타까움, 그리고 인간들이 나이를 먹으면서 점차 변해가고 자신의 꿈을 잃고 사는 모습이 애처러워 보였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세 작품에 그런 것들이 담겨 있다고 느껴지니 말이다. 여기에 추리소설적으로 보자면 밀실트릭의 완벽한 구사와 서술트릭으로 독자들을 현혹시키고 반전을 통해 넉아웃시키고 있다. 단편으로 완벽하게 장편에서처럼 완패당한 느낌은 처음 느껴본다. 우타노 쇼고, 정말 더 많은 작품이 나와줬으면 하는 작가다. 반전과 트릭의 화려한 향연 그 자체인 작품들이었다. 한 명의 작가가 태어났다. 그리고 명작이 탄생했다. 더 이상의 말이 필요없는 단편집이다.
  • 밀실 살인이라는 실에 꿰어진 세가지 사건들
    agnes | 2010년 08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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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나도 다른 세가지 중편 추리소설 -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생존자, 1명', '관이라는 이름의 낙원에서'를 만났습니다. 이 세가지 소설의 중심을 꿰뚫는 것은 밀실 살인의 모티프! 단편소설은&nbs...

      너무나도 다른 세가지 중편 추리소설 -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생존자, 1명', '관이라는 이름의 낙원에서'를 만났습니다. 이 세가지 소설의 중심을 꿰뚫는 것은 밀실 살인의 모티프! 단편소설은 제가 잘 기억하지도 못하고 감흥을 받기 전에 끝나버리는 빠른 진행으로 인해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그런데 이 책은 한가지 공통점 아래 각각의 색깔을 아주 잘 내고 있어서 장편소설이 아니었어도 신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에서는 흡사 셜록 홈즈와 왓슨 박사를 떠올리게 하는 콤비가 등장합니다. 가게우라는 그 추리력만큼은 대단하지만 생활능력이 제로인 것으로 보아 상당히 셜록 홈즈와 유사했습니다. 그걸 일일이 챙겨주는 다케무라는 왓슨 박사같았고 말이죠. 하지만 똑같기만 해서는 재미도, 의미도 없을겁니다. 작가 우타노 쇼고씨는 셜록 홈즈 시리즈를 비틀어 현대의 상황에 가져다 놓았습니다. 소시민적이고 속물적인 명탐정과 그런 모습을 안타까워하는 조수. 그들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이들이 마지막으로 함께 했던 사건에서 누가 범인인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제목이 이렇게 반어적으로 느껴지는 소설은 '운수 좋은 날' 이후 처음이네요.


      '생존자, 1명'은 이 책에 실린 세 단편 중 가장 스릴있으면서도 진실이 궁금해지는 소설이었습니다. 5명이 범죄를 저지른 후 무인도에 잠시 도피해 있는다는게 속아서 그 곳에 갖히게 된거죠. 그런데 자꾸 한 사람씩 죽어나가기 시작하는 겁니다. 제목에서부터 말하듯이 이 사건은 생존자 1명으로 마무리되는데요. 마지막에 남은 것은 임산부 둘, 정확히 말하면 두 여자와 아직 태어나지 않은 두 아이라고 해야겠죠. 생존을 위한 몸부림, 날카로운 심리전. 긴장이 팽팽이 맞서는 그때 이야기는 끝이 나고 결론이 기사 형식으로 제시가 됩니다. 살아남은 사람은 한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누구의 아이일까요? 작가는 끝까지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아이 이름을 친모의 한글자를 따 지었다고 하는데 여기에다가 작가가 장난을 쳐놨더군요. 못된 작가같으니라고.


      마지막 단편인 '관이라는 이름의 낙원에서'는 서양식 관을 배경으로 예전 미스터리 동호회 친구들이 모여 추리게임을 하는 내용입니다. 추리 게임은 배경에 걸맞게 아주 고전적인 내용이었죠. 실제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던가 하는 뻔한 방향으로는 가지 않았습니다. 게임은 게임일 뿐이었고 산세이 관의 특이한 건축 디자인, 적절한 옛 이야기, 각종 힌트가 잘 어우러져 모두가 트릭을 추리하며 유쾌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제가 궁금해했던 것은 이 게임의 트릭이나 범인이 누구인가가 아니었습니다. 왜 이런 게임을 하게 되었는지가 궁금했어요. 갑자기 평범하게 잘 살던 사람이 어떻게 이런 큰 관을 지을 수 있었고 왜 갑작스레 사람들을 불러모아 추리 게임을 하게 된걸까? 생을 마감하기 전에 꿈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런지요. 꿈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단편이었습니다.


      모양도, 맛도, 크기도 다른 세개의 쿠키가 담긴 선물상자를 떠올리게 하는 이번 소설집 덕분에 또 하루를 흥미진진하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벗꽃 지는 계절에 당신을 그리워하네'를 읽고 우타노 쇼고라는 작가에 관심이 생겼었는데 국내 번역작이 많지 않아 아쉬웠어요. 이번 기회에 새로운 책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살인의 수법이 어떠한가', '범인은 누구인가'가 중요하지 않은 특이한 추리소설인 만큼 기억에도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너무 뻔한 추리 소설들에 질렸다는 분들도 이 책은 신선하실 것 같네요. 요즘 읽던 책 중에 오랜만에 이렇게 강력 추천을 할만한 책이 나와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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