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식 사랑의 역사 - 몰리에르부터 프루스트, 랭보, 사르트르까지 작품으로 엿보는 프랑스인들의 사랑 이야기
메릴린 옐롬 지음 | 강경이 옮김
2017-02-15
22,000원 | 480쪽 | 220*140mm
스탠퍼드 대학교 클레이먼 젠더 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이자 대학에서 프랑스 문학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는 중세 궁정풍 사랑에서부터 현대의 사랑까지 900년에 이르는 프랑스 문학작품 속 사랑 이야기를 페미니즘적 입장에서 분석했다.
저자는 사르트르, 보부아르, 랭보, 스탕달, 오스카 와일드 등 거장의 삶과 작품을 거론하며 사랑의 경계 혹은 한계를 묻는다. 관능, 자유, 방종, 쾌락, 동거, 혼외 관계… 등 프랑스식 사랑을 문학 작품 속에서 찾아내 보여준다.
독자에게 드리는 글
프롤로그

1장 궁정풍 사랑
음유시인과 중세 프랑스 사랑
2장 품위 있는 사랑
클레브 공작 부인
3장 희극적 사랑과 비극적 사랑
몰리에르와 라신
4장 유혹과 감정
프레보, 클로드 크레비용, 루소, 라클로
5장 연애편지
쥘리 드 레스피나스
6장 공화주의자의 사랑
엘리자베트 르 바와 롤랑 부인
7장 어머니를 그리며
콩스탕, 스탕달, 발자크
8장 낭만주의자의 사랑
조르주 상드와 알프레드 드 뮈세
9장 날개 꺾인 낭만적 사랑
마담 보바리
10장 즐거운 1890년대의 사랑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
11장 남자를 사랑한 남자
베를렌, 랭보, 와일드, 지드
12장 욕망과 절망
프루스트의 신경증적 연인들
13장 레즈비언의 사랑
콜레트, 거트루드 스타인, 비올렛 르딕
14장 실존주의자의 사랑
시몬느 드 보부아르와 장 폴 사르트르
15장 욕망의 영토
마르그리트 뒤라스
16장 현대의 사랑
현대 프랑스 작가들과 영화들

에필로그
감사의 글
미주
참고 문헌
한국어로 소개된 작품 목록
16가지 테마로 엿보는 자유롭고 관능적인 프랑스식 사랑
프랑스식 사랑이라 하면 자유·관능·방종·쾌락·동거·혼외관계 등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맞다, 그게 바로 이 책이 말하는 프랑스식 사랑이다. 스탠퍼드 대학교 클레이먼 젠더 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이자 대학에서 프랑스 문학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는 중세 궁정풍 사랑에서부터 현대의 사랑까지 900년에 이르는 프랑스 문학작품 속 사랑 이야기를 페미니즘적 입장에서 분석했다. 마치 여러 편의 사랑 영화를 상영하듯, 저자는 사랑에 관한 16가지 테마를 토대로 프랑스 문학작품들을 다채롭게 들려준다. 오늘날 냉소적으로 사랑을 관조하는 우리에게 아직도 낭만적이며 열정적인 사랑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몰리에르, 라신, 콩스탕, 스탕달, 발자크, 조르주 상드, 프루스트, 베를렌, 랭보, 오스카 와일드, 앙드레 지드, 사르트르, 보부아르 등 한 번쯤 꼭 읽어보고 싶은 프랑스 문학 거장들의 작품을 이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의 묘미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프랑스 거장들과 함께 파리의 센 강을 거닐며 로맨틱하고 매혹적인 프랑스인들의 성과 사랑을 경험해보길 바란다.

몰리에르, 프루스트, 랭보, 사르트르 등 프랑스 거장들의 향연
먼저 1장~3장에서는 프랑스 궁정의 품위 있는 고전주의 사랑을 그린다. 17세기 프랑스의 왕과 왕비, 귀족과 귀부인, 음유시인과 작가 들은 시를 읊고 사랑을 찬미하며 로맨스를 나누었다. 귀족과 부르주아 계급을 제외한 프랑스인들은 대부분 글을 몰랐기 때문에 연극을 관람하는 것으로 사랑에 관한 기술을 익혔다. 라파예트의 《클레브 공작부인》을 비롯해 극 형태로 쓰인 몰리에르의《인간 혐오자》, 라신의 《페드르》와 같은 고전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4장에서는 우리에게 조금 생소한 아베 프레보의 《마농 레스코》, 클로드 크레비용의 《마음과 정신의 방황》, 그리고 《에밀》로 잘 알려진 장 자크 루소의 사랑 소설 《신 엘로이즈》를 접할 수 있다. 18, 19세기 영국 소설이었다면 결혼이 행복한 결말을 장식했겠지만 전형적인 이 프랑스 소설들에서 결혼은 이야기 초반에 등장해 그 뒤로 새로운 사랑이 시작된다. 이처럼 프랑스 특유의 뻔하지 않은 스토리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5장에서는 몽테스키외, 루소, 볼테르의 뮤즈였던 쥘리 드 레스피나스의 삶과 그가 쓴 소설, 연애편지로 18세기 프랑스 여성의 사랑에 파고든다. 6장에서는 엘리자베트 르 바와 롤랑 부인의 작품을 통해 프랑스혁명 시기에 싹튼 공화주의자들의 사랑을 페미니즘적인 관점에서 접할 수 있다. 7장에서는 콩스탕, 스탕달, 발자크의 작품으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즉 모성애에 관한 사랑을 솔직하게 들여다본다. 정신분석학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모성애에서 분리되지 못한 사랑은 정신 병리적인 현상으로 치부된다. 그러나 프랑스 사람들은 이 또한 사랑의 한 유형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8~9장에서는 쾌락적 사랑의 끝을 추구했던 《마담 보바리》의 엠마와 달콤한 사랑의 언어로 잔잔한 파동을 일으키는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의 시라노를 만날 수 있다. 10장~13장에서는 동성애, 신경증적 사랑, 레즈비언의 사랑 등 다양한 사랑이 등장한다. 앙드레 지드, 오스카 와일드, 랭보, 마르셀 프루스트는 작품 속에서 자신의 동성애적 성향을 과감히 드러내었다. 특히 프루스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일곱 권의 연작소설 속에 온갖 신경증적인 인물의 심리를 잘 묘사하여 오늘날까지 극찬받고 있다. 이 책에서 그 방대한 작품을 개략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
14장에서는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의 실존적이고 ‘쿨한’ 사랑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들은 결혼하지 않고 평생 동반자로서 사랑을 나누었으며 서로 제삼자와 연애하는 것을 자유롭게 허용했다. 오늘날까지 프랑스인들에게 ‘워너비’로 꼽히는 연인이다. 15장에서는 영화 〈연인〉의 원작자로 유명한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자전적 소설《연인》을, 마지막장에서는 미셸 우엘벡, 카트린 밀레 등 현대 프랑스 작가들이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을 엿볼 수 있다. 프랑수아 트뤼포, 장 뤽 고다르 등 누벨바그 영화감독들의 이야기도 등장해 이 책의 대미를 장식한다.

열광적인 사랑의 소나타, 그리고 보바리즘
플로베르는 《마담 보바리》를 통해 ‘보바리즘’이라는 단어를 유행시킨다. 이는 작품 속 엠마 보바리가 자신의 지위와 사랑에 만족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쾌락을 탐하는 데에서 비롯된 용어로 감정적·사회적인 면에서 불만족스러운 상태를 말한다. 사랑은 어쩌면 이 ‘보바리즘’이라는 단어로 귀결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랑은 끝없이 다양한 형태를 지니며 사랑이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개념으로 사랑을 옭아맬 수 없다. 사랑은 잠재울 수 없는 열정의 모습일 때도 있고 정신적으로 서로를 이해하는 다정한 관계일 때도 있으며 때로는 질투와 분노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침묵, 망설임, 암시, 숨은 욕망으로 시작되어 나중에는 사랑의 감정을 표출할 단어를 찾기도 한다. 프랑스인들은 수백 년 동안 정서적, 언어적 관계로서의 사랑, 감성과 지성의 결합으로서의 사랑, 모든 것을 다 쏟아붓는 열광적인 소나타로서의 사랑을 퍼뜨렸다. 그리고 인간의 본능에 충실한 모든 형태의 사랑을 차별 없이 받아들였다. 이들은 나이가 들어도 육체적 사랑을 꿈꾼다. 그뿐 아니라 미국 사람들이 ‘정상적인’ 사랑으로 받아들이기를 꺼려하는, 이를테면 질투?고통?혼외정사·환멸 심지어 폭력까지 사랑의 요소로 생각한다. 동성애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서 비롯된 사랑, 성애적 사랑 또한 이들에게 문제될 것 없다. 프랑스에서 사랑은 미국 사람들이 기대하는 도덕의 외피를 쓰지 않는다.

“봉주르 마담”과 갈랑트리
프랑스 남성들은 중세 시대부터 내려온 ‘갈랑트리galanterie’라는 관습을 자연스럽게 체득하여 여성들의 환심을 사고자 하는 행동이 몸에 배어 있다. 다른 나라 사람이라면 듣기 민망할, 사랑의 언어를 속삭이는 것에도 능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프랑스인들이 왜 사랑에 탁월한 민족인지 몇 가지 경험담을 통해 이야기한다. 이를테면 저자가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호텔에 짐을 풀고 밖으로 나오자마자 마주친 거리 청소부는 감탄하는 시선으로 그를 훑어보며 “봉주르 마담”이라고 인사한다. 프랑스 친구의 집을 방문했을 때, 친구의 세 살배기 아들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 말고 엄마에게 “엄마 입술이 참 예뻐”라고 말한다. 이는 프랑스 여성들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여성들은 남자친구, 혹은 남편의 관심을 끌기 위한 행동을 나이가 들어도 결코 멈추지 않는다. 이들은 외모를 비롯하여 남성들의 시선을 끌 만한 매력을 유지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한다. 보호 본능을 일으키기 위해 약간의 선의의 거짓말을 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저자의 오랜 프랑스 친구는 나이가 여든이 넘어서도 하이힐을 신는다. 자신의 남편을 “영화배우처럼 잘생겼다”고 말한다. 연하의 남편의 관심을 끌기 위해 남편에게 “길에서 넘어졌다”며 귀여운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프랑스 사람들은 이처럼 아름다운 사랑을 실현하기 위해 나이가 들어도 사랑의 욕구를 숨기지 않는다. 이들은 당당하게 사랑을 외친다. 인류의 역사에서 사랑이라는, 어쩌면 뻔하고 식상한 감정을 부단히 천착하는 이유는 성욕이라는 기본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요, 결혼이라는 제도를 성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도 아닌, 인간이 사랑할 대상을 찾아 사랑이라는 감정을 능동적으로 창조하며 살아갈 이유를 확인하는 동시에 자신의 생명력을 느끼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책 속의 한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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