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호 지음
2019-07-09
11,000원 | 140쪽 | 120*185mm
문인의 산문집을 시리즈로 출간하는 ‘문지 에크리’의 이광호 문학평론가 편이다. 흰 장모종 고양이 보리와 주차장에서 구조한 얼룩무늬 고양이 일다와 함께 살고 있는 저자의 일상을 담았다.
산문집 『지나치게 산문적인 거리』(난다, 2014)에서 용산이라는 도시의 공간과 리듬에 대한 저항이자 동시에 탐미로서 목적 없는 ‘산책’의 흔적을 써냈던 그가 5년 만에 펴내는 새 산문집에서 담아내고 있는 것은 바로 ‘고양이’이다. “고도에 대해서 말한다는 것은 고양이에 대해 말하는 것과 유사하다. 오후 4시의 햇살의 밀도는 장모종 고양이의 털 밀도와 거의 같아진다.” 섬세한 관찰력으로 그려낸 고양이의 모습을 통해 생의 단상이 묶여 나온다.

Ⅰ 고양이로부터 고독은
고독
보리
서촌
골목
야생

단념
사라짐
심장
깨끗함
시선
따로
외출

Ⅱ 다만 스칠 수 있는 고양이
일다
이름
결핍
주차장
걸음걸이
만짐
우정

실루엣
선유도
길고양이들
종이 박스
여행지
다른 여행지

Ⅲ 모든 고양이의 시작
책 더미
버리다
다른 심장
소리
중성
참을성
평온함
표정
강아지
유령
망각
복화술
침묵
아직
우연
산책
이후

작가의 말
친애하는 것들에 대한 미지의 글쓰기
‘쓰다’의 매혹이 만드는 경계 없는 산문의 세계

문학과지성사의 새 산문 시리즈 1차분 4권 출간
문학과지성사의 새로운 산문 시리즈 <문지 에크리>가 출간되었다. 1975년 창립 이래 문학과지성사에서는 <문학과지성 산문선>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국내외 유수한 작가들의 산문을 꾸준히 출간해왔다. 그러나 저마다의 색으로 빛나는 글들을 명징한 이름 하나로 묶어낸 것은 특별하고 새로운 시도다.
<문지 에크리>는 지금까지 자신만의 문체로 특유의 스타일을 일궈낸 문학 작가들의 사유를 동시대 독자의 취향에 맞게 구성·기획한 산문 시리즈다. 에크리란 프랑스어로, 씌어진 것 혹은 (그/그녀가 무엇을) ‘쓰다’라는 뜻이다. 쓰는 행위를 강조한 이유는 이 시리즈가 작가 한 명 한 명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최대한 자유로운 방식으로 표현하는 데서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지 에크리>는 무엇, 그러니까 목적어의 자리를 빈칸으로 남겨놓는다. 작가는 마음껏 그 빈칸을 채운다. 어떤 대상도 주제도 될 수 있는 친애하는 관심사에 대해 ‘쓴다’. 이렇게 태어난 글은 장르적 경계를 슬쩍 넘어서고 어느새 독자와 작가를 잇는다. 완성도 높은 문학작품으로만 접해 속내를 알기 힘들었던 작가들과 좀더 사적이고 내밀한 영역에서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다.

가장 먼저 독자들을 찾아갈 작가로는 각 분야에서 하나의 세계를 구축해온 故김현(문학평론가), 김혜순(시인), 김소연(시인), 이광호(문학평론가)를 선정했다. 각각 일상에서의 비평적 시선, ‘여성’으로서 경험한 아시아 여행기, 맨눈으로 다시 바라본 사랑, 고양이로 그려낸 침묵과 고독을 담아낸 네 작가의 글은 한손에 들어오는 모던한 장정에 담겼다. 표지 디자인은 2016년 코리아 디자인 어워드 그래픽 부문을 수상한 석윤이 디자이너가 총괄했으며, 앞으로의 작업도 전담할 예정이다. 애정 어린 대상에 대한 특색 있는 사유를 담은 <문지 에크리>는 앞으로도 시인 이제니, 이장욱, 나희덕, 진은영, 신해욱과 소설가 정영문, 한유주, 정지돈 등 다양한 작가의 사소하고 비밀스러운 미지의 세계를 소개할 계획이다.


지나치게 매혹적인, 그래서 결코 다 알 수 없는
고양이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두 권의 산문집을 통해 새로운 글쓰기의 실험을 성공적으로 보여주었던 문학평론가 이광호의 세번째 산문집 『너는 우연한 고양이』가 <문지 에크리>로 출간되었다. “시적인 이미지와 간명한 서사와 에세이적인 사유”의 교차를 시도했던 첫 산문집 『사랑의 미래』(문학과지성사, 2011)에서 ‘사랑’의 (불)가능성을, 두번째 산문집 『지나치게 산문적인 거리』(난다, 2014)에서 용산이라는 도시의 공간과 리듬에 대한 저항이자 동시에 탐미로서 목적 없는 ‘산책’의 흔적을 써냈던 그가 5년 만에 펴내는 새 산문집에서 담아내고 있는 것은 바로 ‘고양이’이다. 두 마리의 고양이와 한 명의 동거인의 모습을 그리는 이번 산문집에서 자연스럽게 이광호의 전작이 떠오르는 것은, 그가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새로운 글쓰기’가 이번 책에 이르러 아름다운 성취를 이루어냈기 때문이다.
글쓰기 주체의 얼굴과 이름이 모두 지워지는 ‘익명의 에세이’는 이광호 특유의 글쓰기 형식이라 할 수 있다. 그는 “문학적 글쓰기는 자기 얼굴을 지우면서 침묵과 고독을 보존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하며, “1인칭의 사실성을 비껴가는” 형식을 통해 ‘픽션 에세이’ ‘이상한 독백’이라 부를 만한 에세이로 독자들을 만나왔다. 같은 맥락으로 『너는 우연한 고양이』는 ‘사실 없는 자전’으로 부를 수 있다. 이 책이 글을 쓴 한 사람의 이야기이면서도 그 사람에 대해서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 책이 2인칭으로 씌어진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마침내, 그 한 사람까지도 마치 ‘고양이’처럼 느껴진다. 이광호가 시도하고자 했던 ‘고양이 하기’ ‘고양이 되기’로서의 글쓰기는 이렇게 완성된다.
흰 장모종 고양이, 흰 털에 검은색과 갈색이 어우러진 얼룩무늬 고양이, 그리고 두 고양이의 동거인인 ‘너’의 모습은 총 3부에 나뉘어 실렸다. 고양이의 외모, 소리, 습성 등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그것을 옮겨 적는 일은 그것만으로도 아름답지만, 한편으로는 생의 비밀을 찾아가는 여정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고양이의 아름다움을 다 알 수 없듯이 생의 비밀도, 아니 ‘너’의 현재도 알 수가 없다. 어쩌면 이광호의 에세이가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고양이의 모든 아름다움을 다 찾아내고 우리 생의 비밀을 다 밝혀내는 것이 아닌, 다른 감각의 세계로 들어가는 일의 특별함을 느끼게 해주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신체의 리듬이, 두 고양이를 만나는 동안 우연히, ‘너’에게 찾아오기를 바라는 것일지도.
책 속의 한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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