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적군의 묘지에 바친 꽃 … 피테 쿠르(독일)의 일기, 1914~1918, 1차세계대전
오스트리아의 황태자가 사라예보에서 암살된 1914년 여름, 열두 살 피테의 삶에 난데없이 전쟁에 끼어들었다. 독일은 세르비아에 보복하려는 오스트리아를 지지하며 1차세계대전에 뛰어든다. 피테가 사는 슈나이더뮐에는 젊은 병사들을 실은 열차의 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사람들의 열띤 환호 속에 점점 더 많은 젊은이들이 전쟁터로 내몰리지만, 돌아온 것은 철십자 훈장과 함께 인쇄된 깨알 같은 전사자 명단이다. 피테는 군인들에게 보낼 양말을 짜고, 무기를 만들 쇠붙이를 모으며 전쟁을 겪는다. 가족을 잃은 이웃의 눈물에 함께 아파하고, 남몰래 적군의 묘지를 돌보았던 피테의 글에는 사람에 대한 따뜻한 사랑이 녹아 있다.

2 삶을 붙드는 수용소의 기억 … 실라 알란(호주·싱가포르)의 일기, 1941~1945, 2차세계대전
실라는 호주인 아버지와 말레이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1942년, 열일곱 살의 실라가 살고 있던 싱가포르가 일본에 함락된다. 실라의 가족은 창이 수용소에 수감되어 일본이 패망할 때까지 3년 반의 시간을 보낸다. 가족생활, 위생, 영양, 교육 등 모든 권리를 빼앗긴 채 자유를 갈망하며 보낸 수용소 생활은 끔찍하고 잔인하다. 굶주림과 싸우고 질병과 강제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아이들을 가르치고, 아픈 사람을 돌보고, 음악회를 여는 사람들의 모습은 인간 본연의 삶의 욕구가 어떤 것인지 생각하게 한다.

3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 클라라 슈왈츠(폴란드)의 일기, 1942~1944, 유태인 대학살
암스테르담에 안네가 있었다면, 폴란드 졸키에프에는 클라라가 있었다. 얼마나 많은 ‘안네’들이 히틀러의 광기를 피해 은신처로 숨어든 걸까? 유태인 세 가족을 지하실에 숨겨준 독일인 벡 씨 부부의 집에는 나치스 경찰들이 수시로 드나든다. 발밑에 유태인들이 있는 줄 모른 채 그들이 농담을 주고받는 동안, 열일곱 명의 유태인은 숨을 죽이고 우는 아기의 입을 베개로 틀어막으며 진땀을 흘린다. 목숨 대신 인간다운 삶을 포기해야 했던 열다섯 살 소녀 클라라의 2년 동안의 기록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4 두려움과 그리움으로 물든 전투 일기 …에드 블랑코(미국)의 일기, 1967~1968, 베트남 전쟁
일본의 통치를 벗어난 베트남에 두 개의 정부가 세워졌다. 베트남이 공산주의자들의 손에 들어갈까 두려웠던 미국은 군대를 보내 전쟁을 벌인다. 스무 살 청년 에드는 여느 젊은이들처럼 모험심에 들떠 베트남 전쟁에 지원했다. 함께 지내던 동료가 발치에서 죽어 가고, 끝이 보이지 않는 작전과 훈련에 지쳐가던 에드는 어느새 기계적으로 베트콩을 증오하게 된다. 직접 총을 들고 전투에 나섰던 병사의 일기는 전쟁의 양면을 보여 주는 정직하고 중요한 기록이라고 엮은이는 밝히고 있다.

5 전쟁이 빼앗아 간 열한 살의 꿈 … 즐라타 필리포빅(보스니아)의 일기, 1991~1993, 보스니아 전쟁
피아노 레슨을 받고, 테니스를 배우고, 합창단원으로 활동하는 등 여느 아이들처럼 바쁘고 활기찬 나날을 보내던 열한 살 즐라타. 보스니아 내전이 조금씩 심각한 양상을 띠었지만, 즐라타의 가족은 사라예보에 남아 상황이 나아지기를 기다리는 쪽을 택했다. 학교가 문을 닫고, 물과 전기가 끊기고, 총성이 멈추지 않게 되자 즐라타는 그제야 전쟁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힘든 생활 속에서도 연필을 놓지 않고 아픔을 묵묵히 견뎌낸 즐라타의 일기에는 전쟁에 멍들어 가는 어린이의 삶과 생각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6 일상이 되어 버린 폭탄 테러의 공포
… 시란 젤리코비치(이스라엘)의 일기, 2002,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서로 다른 종교와 문화를 가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두 민족은 오랜 시간 갈등을 겪고 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사는 열세 살 시란의 일기는 팔레스타인의 2차 무장봉기가 일어났던 2002년에 씌어졌다.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치는 폭탄 테러가 일상처럼 계속되고, 시란의 일기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분노와 두려움으로 가득 찬다. 이스라엘의 공격을 피해 교회로 숨어든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은 시란에게 사악한 테러리스트일 뿐이다. 소박한 자유와 평화를 기다리는 시란의 일기는 우리의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한다.

7 세상을 향해 외치는 꿈과 자유의 노래
… 메리 해즈보운(팔레스타인)의 일기, 2002~2004,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팔레스타인의 작은 마을 베들레헴에 사는 열일곱 살 메리의 일기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각을 보여 준다. 교회에 숨어든 테러리스트들은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 나라,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위해 싸우는 희망이고 등불이다. 메리의 일기에는 외출금지령으로 발목을 묶고, 위협사격으로 아이들을 공포로 몰아넣는 이스라엘 군인에 대한 분노가 들어 있다. 메리는 가수가 되어 세상 사람들에게 팔레스타인 민족의 이야기를 들려줄 꿈을 키운다.

8 사랑 대신 증오를 심어 놓은 세월 … 호다 타미르 제하드(이라크)의 일기, 2003~2004, 이라크 전쟁
호다의 일기는 미국이 이라크 공격을 개시한 2003년 3월 20일에 시작되었다. 큰 도시들이 하나 둘 미군에게 점령되고, 후세인 대통령이 체포되고, 새 정부가 구성되기까지의 갈등이 일기에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호다가 기록한 전쟁은 그러나 이라크 안팎의 정세가 아닌 집과 거리와 마을에서 느꼈던 공포와 혼란이다. 빗발치는 총성에 떨며 잠들지 못한 많은 밤들, 이유 없이 죽어 간 이웃들,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다. 호다는 묻는다. 과연 평화가 올까? 우리 얼굴에서 눈물자국이 사라질 날이 올까? [인터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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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군의 묘지에 바친 꽃
피테 쿠르(1차세계대전)

삶을 붙드는 수용소의 기억
실라 알란(2차세계대전)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클라라 슈왈츠(유태인 대학살)

두려움과 그리움으로 물든 전투 일기
에드 블랑코(베트남 전쟁)

전쟁이 빼앗아 간 열한 살의 꿈
즐라타 필리포빅(보스니아 전쟁)

일상이 되어 버린 폭탄 테러의 공포
시란 젤리코비치(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세상을 향해 외치는 꿈과 자유의 노래
메리 해즈보운(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사랑 대신 증오를 심어 놓은 세월
호다 타미르 제하드(이라크 전쟁)
[리브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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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 전쟁,일기,죽음,어린이
    들풀처럼 | 2009년 03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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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이것이 바로 전쟁이다! 귀한 목숨이 헛되이 스러져 가고 어린이와 노인들이 비참하게 죽어 간다! 누가 전쟁을 원하는걸까? 왜 우리는 서로 싸우고 상처를 입혀야만 할까? 주변을 둘러보는 동안 머릿속에 온갖 ...
    그래, 이것이 바로 전쟁이다! 귀한 목숨이 헛되이 스러져 가고 어린이와 노인들이 비참하게 죽어 간다! 누가 전쟁을 원하는걸까? 왜 우리는 서로 싸우고 상처를 입혀야만 할까? 주변을 둘러보는 동안 머릿속에 온갖 생각들이 줄달음쳤다. (57)

    역사가 이어져 온 이래 전쟁이 그친 시절이 있었던가? 아마 없었을 것이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규모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숱한 사람들이 그냥 죽어나가는 전쟁이 진행중이다. 멀리 볼 필요도 없다. 가끔씩 잊고 살지만 우리도! 전쟁중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전쟁중 잠시 쉬고 있는 '휴전중'일 뿐이다. 아, 참. 그 사실은 다들 알고 계시는지. 한반도의 휴전 당사자는 미국과 북한이라는 사실, 우리는 아직 그 전쟁의 틈바구니에서 미군의 지휘아래에 놓여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는데, 그건 영웅의 죽음에 위대함이 깃들어 있고 우리 군인들이 영웅답게 장렬히 전사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이 죽었다는 사실 때문에, 그냥 죽었기 때문에 운 것이다. 죽은 사람은 더 이상 아침도 저녁도 맞이할 수 없다. 그냥 죽은 거다. 아들이 죽으면 어머니는 눈이 짓무르로록 운다. 그건 아들이 영웅답게 죽어서가 아니라 땅에 묻힌 아들을 다시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33)

    그렇다, 전쟁이란 이런 것이다. 죽는다는 것, 우리 주위의 누군가가 소식만으로 세상을 떠난다는 엄혹한 사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리고 남는 것은 살아남은 자들의 고통뿐이다. 특히 전쟁속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이 느끼는 고통은 어른의 그것보다 분명 더 심한 것이다. 이 책에는 그 전쟁 속에서 살아남는 동안 자신과 주변의 이야기를 꾸준히 일기로 정리해낸 아이들의 숨김없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뻔한 이야기라 쉬 생각할 수도 있겟지만 우리는 그들의 일기를 통하여 관념으로만 느껴오던 전쟁의 실체를 좀 더 생생한 목소리로 가슴 아프게 만난다.

    죽음! 전쟁! 그때야 비로소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았다. 꽃다발에 봉오리도 더러 있었는데, 미처 피어 보지도 못하고 죽고 말았다. 내가 죽였다. 아무 생각 없이 한 짓이었지만 전쟁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전쟁이라는 덫에 걸린 숱한 사람들의 죽음과 고통을 눈앞에 그려 보았다. 도대체 전쟁이란 무엇일까? (53)

    서로가 서로를 겨누고 죽이는 잔혹한 행위들은 계속된다. 이 책의 비극성은 전쟁이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는 점과 책장을 넘길수록 지금의 현실에 가까워져가며 결코 잊지못할 전쟁의 상처들을 보여주는 것이다. 8명의 아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가운데 아직도 진행중인 전쟁들이 있다는 것, 그 사실만으로도 서글픈 현실이다. 특히 끝이 보이지 않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은 우리를 더욱 씁쓸하게 한다.

    '하느님, 진실은 저 하늘에 떠 있는 태양처럼 명백한데 세상 어느 누구도 그 진실을 보려고도, 알려고도 하지 않아요. 제발, 저 사람들이 저희를 파괴하지 못하게만 해 주세요. 우리 곁에 늘 함께하셔서 저희도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처럼 다시 평화롭고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해 주세요. 너무 무리한 부탁인가요? 저희는 오로지 살고 싶을 뿐이에요.' (204)

    그냥 '오로지 살고 싶을 뿐'이라는 아이의 목소리, 그 앞에서 자유로울 사람이 어디 있으랴. 세상의 모든 아이들을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하거늘 그들의 앞에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하루하루뿐이다. 우리는 아이의 이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 어떠한 삶이 세계의 아이들을 조금이나마 더 나은 세상으로 이끌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할 것이다.

    노래를 조그많게 따라 부르는 것만으로도 온갖 느낌이 살아 꿈틀대고, 모든 피로와 슬픔이 사라진다. (65)

    웃을 일이 아니라는 것쯤 나도 알지만, 이 상황을 유머로 헤쳐 나가고 싶어. 유머는 나에게 힘을 주거든. 유머를 잃지 않고 사는게 내 목표야. 일기장아, 너도 한번 살아 봐, 세상이 다르게 보일 거야…… (190)

    하지만 아이들은 이 고통속에서도 스스로의 길을 찾고 있다. 노래와 웃음이 어찌 그들을 위로해줄 수 있으랴만 잠시나마 현실의 고통을 잊게 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버팅기게 하는 것은 서로가 서로를 감싸안는 그 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버티며 훌륭한 집단생활을 만들어 가고 있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면서, 이 모든 것이 서로의 희생과 힘겨운 노동과 협력으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했다. (66)

    더 많은 이야기는 삼가하련다. 하지만 책에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하여 만나는 아픈 진실들을 결코 잊지는 않으련다. 아래에 그들의 이야기를 옮겨둔다. 어른으로서, 같은 시대, 지구 위에서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무엇을 해야할지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밤, 모두들 한번쯤 가져보시기 바란다.

    독립국가에서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말을 꼭 하고 싶다. 당신이 배불리 먹고 있는 그 순간 단지 팔레스타인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굶어 죽는 수많은 아이들이 있다는 걸. 당신이 벌컥벌컥 물을 들이킬 때 단지 팔레스타인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땅바닥에 고인 흙탕물을 퍼마시는 수많은 아이들이 있다는 걸. 당신이 단잠을 자는 순간 단지 팔레스타인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허허벌판에서 헐벗고 자는 수많은 아이들이 있다는 걸. (206)


    2009. 3.29. 밤, 그들의 '빼앗긴 어린 시절의 꿈과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시간에 대해서' (5) 다시 생각하는 ….


    들풀처럼

    *2009-092-03-30

    *아이들의 이야기를 몇 자 옮겨둡니다.

    일기는 기록이자 고백이지만, 일기를 쓰는 과정은 자기에게 닥친 끔찍한 사건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하나의 방법이지요. 죽음의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는 절박한 상황에서,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자신만의 은밀한 공간을 만들고, 그곳에서 삶을 이해하는 것은 정말이지 소중한 경험입니다. (6)

    보잘것없어 보이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그런 일상을 빼앗긴 삶이 얼마나 삭막한지 절실히 깨닫게 된답니다. (7)

    내일은 쉬는 날이라 전쟁 포로들의 공동묘지에 화한을 가져갈 참이다. 그레텔이 우리 나라 영웅들의 묘지에 가져가는 게 더 낫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내가 대답했다. 아냐…… 이 사람들은 꽃다발을 가져다 줄 사람이 아무도 없잖아. (45)

    너무 기뻐하지 마세요. 아직 전쟁이 끝난 게 아닙니다. 더 좋은 소식이 올 때까지, 침착하고 차분하게 기다리셔야 합니다. 나쁜 소식을 들었을 때도 마찬가지죠. 맘껏 기뻐하는 건 좋지만 너무 흥분하시면 안 됩니다. 나쁜 소식이 올지도 모르니 늘 마음의 준비를 해야죠. (58)

    우리는 ~ 아이들에게 나눠 줄 새해 선물을 같이 쌌다. 사탕,초콜릿,비타민,인형 하나, 연필 몇 자루,공책들이었다. 아무 죄도 없이 전쟁 때문에 학교도 못 가고, 놀지도 못하고, 먹고 싶은 것도 못 먹고, 불행한 나날을 보내고 잇는 아이들에게 기쁨을 안겨 주길 바라면서 정성껏 쌌다. 근사한 선물 꾸러미가 완성되었다. 선물을 받는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거면 된다. 나는 카드에 전쟁이 빨리 끝나기를 바란다고 썼다. (148)

    사람은 용감해야 하고 사랑하는 사람, 사랑해주는 사람들과 함게 있어야 한다고 말야. (152)

    너무나 당연한 건데, 아이들은 자라고, 노인들은 늙게 마련인걸. 어쨌든 우리는 아직 살아 있으니까. (162)

    정치가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이슬람을 갈라놓으려고 몸부림을 치는 것 같아. 결국은 다 똑같은 사람인데, 다들 팔,다리,머리가 있고 걷고 말을 하는 사람들인데, 도대체 '무엇'으로 서로를 구분하려고 안달일까? (164)

    새로울 게 없다. 더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고통에 신음했다. (2002년 4월 20일) (209)

    아무런 의미 없이 우리의 목숨을 앗아 갔던 고통의 세월이 지나가고 이라크가 되살아나고 있다. 하지만 역사적인 유물을 모조리 도난당한 상태로 이라크가 어떻게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전쟁이 시작된 뒤로 이 문제는 줄곤 나를 괴롭혔다. 아무리 도둑이라지만 어떻게 유물을 훔칠 수 있을까? 인간의 탈을 쓰고 그런 나쁜 짓을 하다니! 유물을 도난당하고, 문명을 도난당하고, 재산을 도난당한 이라크에 과연 무엇이 남겠는가? 이라크에는 한숨과 눈물, 그리고 벽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표어들만 덩그러니 남아 있을 뿐이다. (239)
  • 사람 사는 세상의 허무함이랄까
    까탈 | 2009년 04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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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손에 들고도 참 오랫동안 리뷰라는 것이 안써진 책 중의 하나다.누가 시키지 않아도 책을 읽고 글적거리는 것이 가끔의 습관인데, 이 책만큼은 쉽사리 쓰여지지 않는다. 청소년대상의 읽을거리라고 해도,...
     책을 손에 들고도 참 오랫동안 리뷰라는 것이 안써진 책 중의 하나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책을 읽고 글적거리는 것이 가끔의 습관인데, 이 책만큼은 쉽사리 쓰여지지 않는다. 청소년대상의 읽을거리라고 해도, 내겐 묵직하다. 수준미달인 마흔의 아줌마라 그렇겠지.

     사는 것에만,목숨이 붙어 있는 것에만 감사해야하는 시간들을 사건별로 나열한 이 책을 보며 난 아이들에게 더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누가 이들에게 희망을 뺏었나하고 말이다. 굳이 제목을 들먹이지 않아도 생각되어 지는 것들.
    작년에 봤던 <화려한 휴가>에서 꿈이 없다고 한 고등학생의 이야기처럼 말이다. 꿈을 빼앗고, 내일을 빼앗고.


    누구를 위한 일인가.
    누구의 미래를  위한 일인가.
    한쪽을 위해선 다른 한쪽은 당연히 아파해야만 하나. 아니 사는 것에만 감사해야하고, 겨우 목숨을 부지하는 것이 당연한 것일까.


     아마도 책의 의도는 이 책을 보고 평화에 대한 생각과 인권에 대한 생각을 해주길 바랬는지 모르겠다. 글을 읽으며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간에 내 눈에 비친 건 그런 부분이었으니까.
    현상으로 인해 보여지는 결과로 우리가 해야할 것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던져주기도 한다.


    아,과연 마흔넘은 나같은 아줌마는 뭘 할 수 있을까.
    어렵다. 단순하면서도 포괄적인 질문에 머리가 뽀개지고 가슴이 먹먹해지고 타이핑도 하기 싫다. 이익이란 것에 합의점이 같아지면 오늘의 적도, 내일의 적도 없는 법이라 하는데, 단순무식한 나같은 사람은 가끔 속이 울컥거릴 일들이 많아서일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라 했나.
    요즘은 뭐든 본질이 우선이라 여겨지는 내 사고방식이, 인간이 모이면 당연히 욕심이나 권력에 대한 집착이 생긴다하는데, 조금만 버리고 조금만 채우면 안되는 것일까 싶어진다. 지식만 넓히지 말고 지혜를 쌓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말이다.


     제발...이 책으로 사건을 찾아보는 지식의 나열이 아닌, 책 전편에 흐르는 메세지를 찾아 있기를 소망한다. 독후활동에 급급하지 않고 내가 할 일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는 책으로 말이다. 제발...

  • 지켜줘야 할 내일
    하양물감 | 2009년 07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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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은 많은 것을 앗아간다. 정치적이든 종교적이든 간에 전쟁은 인류 역사에서 계속 되풀이되고 있다. 분명 무언가를 얻기 위해 전쟁을 일으킬 테지만, 결과적으로는 얻은 것보다 잃은 게 많은 것이 전쟁이다. 그러...

    전쟁은 많은 것을 앗아간다. 정치적이든 종교적이든 간에 전쟁은 인류 역사에서 계속 되풀이되고 있다. 분명 무언가를 얻기 위해 전쟁을 일으킬 테지만, 결과적으로는 얻은 것보다 잃은 게 많은 것이 전쟁이다. 그러나 인간의 과도한 욕심이 불러일으킨 전쟁은 인류의 미래이자 희망인 아이들의 꿈을 빼앗아간다.  


    나는, 전쟁을 직접 겪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전쟁의 휴유증은 우리 주변에 많이 남아있고, 나는 그 영향을 받으며 살고 있다. 이 책은 전쟁을 직접 겪은 아이들의 일기를 모아놓은 책이다. 읽는 내내 가슴 한켠이 묵직해짐을 느꼈다. 이기는 전쟁이든 지는 전쟁이든 모든 전쟁은 흔적을 남긴다. 특히 아이들의 마음에 남은 상처는 그들의 삶을 180도 달라지게 만든다.  

    몹쓸 전쟁을 일으킨 것도, 우리가 날마다 이 끔찍한 고통을 겪는 것도 전부 '정치;때문인 것 같아서, 이 지긋지긋한 정치에 대해 이해해 보려고 나름대로 안간힘을 쓰고 있단다. 정치가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이슬람을 갈라놓으려고 몸부림을 치는 것 같아. 결국은 다 똑같은 사람인데. 다들 팔, 다리, 머리가 있고 걷고 말을 하는 사람들인데, 도대체 '무엇'으로 서로를 구분하려고 안달일까? 


    우리 스스로 누가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구분할 수 있는데, 왜 정치가 나서서 우리를 불행하게 만들고 뿔뿔이 흩어지게 하는걸까? 다들 알아서 좋은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고 있는데 말야. 그리고 그 좋은 사람 중에는 세르비아인도, 크로아티아인도, 이슬람교도도 있어. p.164-165




    아이들도 다 아는 사실을 어른들은 모르는 것일까? 최근에는 어떤 전쟁을 하는데 있어서 명분이 있니 없니 하며 말도 많다. 그러나 어떤 전쟁이든 명분은 중요한 게 아니다. 내가 옳다고 여긴다고 해서 남의 삶을 무력으로, 강제로 통제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그들의 삶의 원칙이 있기 때문이다. 전쟁을 통해서 얻은 평화는 평화가 아니며, 전쟁을 통한 종교의 전파는 그 종교의 세력을 공고히 하기보다는 오히려 불신을 남긴다. 


    이 책 속의 아이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시간과 공간 속에서 일기라는 수단을 통해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내고 있다. 그들은 이렇게 그 순간을 글로 남기면서 삶의 희망을 놓지 않은 것이다. 우리가 그들의 일기를 읽는 것은, 전쟁의 참혹한 현장을 경험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전쟁이 남긴 물리적 상처들보다도 더 큰 상처, 바로 아이들의 삶과 희망이 어떻게 파괴되었는가를 보는 것이다. 


    독립국가에서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말을 꼭 하고 싶다. 당신이 배불리 먹고 있는 그 순간 단지 팔레스타인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굶어 죽는 수많은 아이들이 있다는 걸. 당신이 벌컥벌컥 물을 들이킬 때 단지 팔레스타인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땅바닥에 고인 흙탕물을 퍼마시는 수많은 아이들이 있다는 걸. 당신이 잠자는 순간 단지 팔레스타인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허허벌판에서 헐벗고 자는 수많은 아이들이 있다는 걸. p.206


    저 인용문의 '팔레스타인 사람'대신 당신의 이름을 넣어보라. 우리가 원하는 행복하고 평화로운 삶은 결코 전쟁을 통해서는 얻어질 수 없다. 전쟁은 우리에게 상처를 남길 뿐이다.

    무기를 들고 물리적인 충돌을 일으키는 것만이 전쟁은 아니다. 요즘같은 현실에서는 하루하루가 전쟁같다는 생각을 한다. 서로의 이익을 위해 남을 중상모략하고 협박하는 일이 하루가 멀다하고 벌어진다. 돈이라는 무기, 권력이라는 무기앞에 날로 피폐해지는 우리의 현실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나와 같은 세대의 어른들이 읽어도 좋을 책이다. 아이들이 빼앗긴 내일은 바로 우리의 내일이라는 걸 알게 된 책이다.
책 속의 한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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